북미 최대 게임쇼 E3, 올해 개최 포기 “내년도 불확실”
주요 게임사 잇따른 불참 선언에 위기설 확산
북미 최대 게임쇼 E3가 개최일을 3개월 앞두고 끝내 취소됐다. 주요 게임사들이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면서 E3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E3를 주최하는 ESA(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는 “참가업체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겠다”며 변화를 약속했다.
E3는 1995년부터 매년 미국 LA에서 열려온 북미 최대 규모의 게임쇼다. 일본 도쿄게임쇼 및 독일 게임스컴과 함께 ‘세계 3대 게임쇼’라고 불릴 정도로 전통을 자랑한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열리지 않았고, 올해 4년만에 오프라인 행사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ESA가 30일(현지시각) “올해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행사도 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E3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E3의 위기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 등 콘솔 3사가 모두 E3에 불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니는 2019년부터 E3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닌텐도는 자체 행사를 따로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E3에 꾸준히 출석해왔기에 충격은 컸다. 또한 유비소프트, 텐센트, 세가도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면서 ‘반쪽 게임쇼’가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ESA는 올해 E3를 취소하게 된 이유로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게임 개발 일정이 지연된 점,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해 게임사들이 대규모 마케팅에 소극적으로 변한 점, 오프라인 이벤트를 대신할 온라인 이벤트가 많아진 점을 꼽았다.
스탠리 피에르루이스(Stanley Pierre-Louis) ESA 협회장은 게임인더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행사를 재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참가 결정은 기업이 내리는 것”이라며 “게임 개발 지연과 경제적 위기라는 요소를 극복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어 “E3에 참가를 결정하고 인력을 투입해 부스를 만드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투자 비용”이라며 “E3는 업계의 진화하는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역동적이고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E3는 “높은 참가 비용에 비해 효과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ESA는 이번 일을 계기로 E3를 변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E3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스탠리 협회장은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E3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게임업계의 일부가 되고자 한다”면서도 “업계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새로운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한국 게임사들도 E3에 참가하지 않는 추세다. 2010년 즈음만 해도 일부 게임사들이 단독 부스를 내기도 했으나,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닌텐도 등 콘솔업체 부스에 참가작을 올리는 수준에 그친다. 대신 게임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TGA(더 게임 어워드)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가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등이 TGA에서 신작 정보를 공개했으며, 위메이드는 지난해부터 GDC에 스폰서로 참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