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리뷰] 덜 여문 아름다운 꽃 ‘퍼스트 디센던트’
독보적 비주얼 장점…차별점은 부족
넥슨이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The First Descendant)’로 루트 슈터(Loot Shooter) 장르에 도전장을 던졌다. 기존에 ‘프로젝트 매그넘’으로 알려졌던 이 게임은 넥슨의 자회사 넥슨게임즈가 개발중인 프로젝트로, 개발 인력만 150여명이 투입된 AAA급 게임이다. 넥슨의 차기 성장동력이자 ‘배틀그라운드’와 ‘로스트아크’를 잇는 글로벌 진출 기대주이기도 하다.
루트 슈터는 슈팅게임과 RPG가 융합된 장르로, 전투 방식은 슈팅게임의 그것과 같지만 몬스터가 떨어트리는 전리품에서 장비를 획득하고 업그레이드한다는 점에서 RPG와도 유사하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 인기가 높아 주류 장르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기어박스 소프트웨어의 ‘보더랜드’, 번지의 ‘데스티니 가디언즈’, 유비소프트의 ‘더 디비전’, 디지털익스트림즈의 ‘워프레임’이 대표적이다.
넥슨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서비스해오고 있지만, 루트 슈터 장르의 게임을 공식적으로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아직 개발이 한참 진행중인 관계로 정식 출시일정은 미정이다. 넥슨은 20일부터 일주일간 스팀에서 진행한 글로벌 베타테스트를 통해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기대작 반열에 오르기에는 충분하다는 게 이용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비주얼 품질 최상급…미형의 캐릭터 인상적
퍼스트 디센던트의 그래픽은 동종 게임들 중 최상위권이다. 개발이 시작될 당시에는 언리얼엔진4를 사용했지만, 중간에 언리얼엔진5로 교체하면서 품질이 대폭 향상됐기 때문이다.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배경의 섬세한 질감, 사실적인 광원 표현 등 비주얼 측면에서 시선을 잡아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미형의 캐릭터다. 게임에는 넥슨 특유의 미남 미녀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한다. 다양성과 정치적 올바름을 중시하는 북미 루트 슈터 게임들에서 보기 드문 사례로, 미형의 캐릭터를 선호하는 이용자층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를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퍼스트 디센던트가 미적 표현에서 기존 게임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타격감과 액션은 준수한 편이다. 특히 다른 이용자들과 협동하는 보스 레이드(보이드 요격전)가 흥미롭다. 몬스터들의 다양한 공격 패턴과 약점 공격 등을 활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퍼스트 디센던트의 핵심 콘텐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주얼 빼고는 특색 없어…색깔 찾는 게 관건
그러나 비주얼 감상 시간이 끝난 후 게임의 본질로 들어갈수록 미흡함이 드러난다. 가장 아쉬운 점은 퍼스트 디센던트만의 색깔이 옅다는 점이다. 데스티니 가디언즈나 워프레임 등 기존 게임들에서 영향받은 부분이 많다. 심지어 일부 아이콘이나 오브젝트들은 표절 의혹까지 생길 정도로 유사하다. 아무래도 새로운 장르에 처음으로 도전하다보니 과감해지지 못하고 보수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차별점 중 하나로 기대됐던 ‘그래플링 훅’을 이용한 와이어 액션도 미완성이다. 훅을 던져 높은 곳에 한 번에 오르거나 빠르게 이동할 때 외에는 별다른 사용처가 없다. 담장을 손으로 잡고 넘어가는 파쿠르 액션을 지원한다면 플랫포머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단 점프 또한 현재로서는 빛을 발하지 못한다.
필드는 넓지만 쓰임새가 없다는 점도 자주 나오는 지적이다.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오브젝트도, 싸워야 하는 몬스터도 없고 텅 빈 공간일 뿐이다. 공들여 만든 필드가 낭비되는 느낌이다. 최적화도 갈길이 먼 부분인데, 아직 베타 테스트 단계인만큼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애정어린 채찍질 자양분 삼아야
요약하자면 퍼스트 디센던트는 발전 가능성이 기대되는 게임이다. 뼈대는 훌륭한데 아직 색깔을 입히지 못한 상황이다. 이용자들이 질책을 보내는 것도 베타테스트 이후 충분히 나아질 것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되지 않는 게임이라면 관심조차 없다.
배틀그라운드와 로스트아크 이후로 북미에서도 한국 게임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퍼스트 디센던트도 기대작 중 하나다. 다만 그동안 아시아 게임에서 흔히 발견됐던 페이투윈(pay to win) 수익모델에 대한 의심은 남아 있다. 퍼스트 디센던트가 ‘포스트 로스트아크’가 될 수 있을지는 넥슨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