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주민 이주대책위원회 청와대 1인 시위 시작
"이주비용 마련 막막…한수원-산업부 책임 떠넘기기"

19일 경주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를 요구하며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황분희 이주대책위원회 부위원장.(박소희 기자)2018.11.19/그린포스트코리아
황분희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19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박소희 기자)2018.11.19/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4년 넘게 이주대책을 요구한 경주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경북 경주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및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19일 1인 시위를 시작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도 핵발전소 위험 걱정 없는 곳에서 살게 해달라”며 “격납건물 방사능 방호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월성 3호기 인근 주민 이주를 지원할 법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방사능 노출 가능성이 높은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은 안전한 곳으로 이주를 원하지만 토지 및 집값 하락으로 필요한 이주비용을 마련하지 못 하고 있다. 현행법에는 발전소 인접 지역 주민 복지 및 지원사업만 규정됐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원전 일정 거리의 범위에서 지정·고시된 예방적 보호조치구역 거주 주민 이주대책 지원근거를 담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2016년 대표 발의했지만 2년째 상임위에 계류상태다. 지금까지 국회에 제출된 비슷한 법 개정안은 총 18개에 이르지만 모두 처리되지 않았다. 

황분희(70) 이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한수원은 법적 근거가 없어서 대책 마련이 어렵다고 했다. 법안을 발의했더니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대로 통과하지 못한다고 한다‘며 ”한수원에 가면 산업부 관할이라고 하고, 산업부에 가면 한수원 관할이라 하니 피해자는 있는데 책임자는 없는 형국이다. 어디에 가서 피해를 호소해야 할지 몰라 청와대에 왔다”며 1인 시위를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황 위원장은 “1000명 살아도 국민이고 100명이 살아도 국민이고 10명이 살아도 국민이다. 아무리 사는 사람이 적다고 해도 월성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며 “마을 사람들 소변에서 한 명도 빠짐없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원자력발전소 돔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침에 눈을 뜨고 아이들을 안전한 곳에서 뛰어놀게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1인 시위 첫 주자로 나선 주민 김진선(71) 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천막농성장을 찾아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그 약속을 잊지 말라”며 이주대책 마련을 거듭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6년 9월 경주에서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이주대책위원회 천막농성장을 방문한 바 있다. 이후 대선 후보 당시 월성1호기 폐쇄를 약속하고 지난해 말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했다. 서울행정법원 역시 지난해 2월 7일 수명연장 허가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의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김진선씨는 “혹시 모를 핵발전소 사고의 위험에서 좀 더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곳이면 된다. 우리 자녀들의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나오지 않은 정도의 곳이면 된다. 갑자기 급전에 필요해 밭 한뙈기 내놓았을 때 팔아주는 사람이 있는 곳이면 된다"며 "우리 주민들의 요구가 그리 무리한 요구인가”라고 되물었다. 

월성원전 주민들의 청와대 앞 1인 시위는 23일까지 이어진다.  

월성원전 주민들의 이주대책 요구는 2014년 8월 월성원전 홍보관 앞에서 처음 시작됐다. 현재 주민들은 한수원을 상대로 갑상선암 피해보상 공동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ya9ball@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