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가능에너지 정책 내놓고 해외 석탄프로젝트에 80억달러 투자
그린피스 “지난해 석탄발전 허가 용량도 중국·인도 이어 3위” 지적

석탄발전은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후변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은 2008년 이후 해외 석탄 프로젝트에 8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사진=Pixabay)
석탄발전은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후변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은 2008년 이후 해외 석탄 프로젝트에 8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사진=Pixabay)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최근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심각해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부터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에 대한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석탄발전은 미세먼지뿐 아니라 전 세계 기후변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환경 문제만 놓고 본다면 지구의 수명을 단축하는 ‘악의 축’인 셈. 그린피스가 올해 펴낸 ‘국제 석탄발전소 추이 조사’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석탄발전소 현황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글로벌 석탄발전소 트랙커(Global Coal Plant Tracker)에 따르면 전 세계 석탄발전 설비 용량 증가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이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급감했다. 이들 지표는 예비 시공 계획 중이거나, 착공 또는 완료된 프로젝트들을 반영한 것이다. 2년 연속으로 급감세를 보인 주요 이유는 중국 중앙정부의 규제와 인도의 금융 및 정책 지원 축소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개발 중인 설비 용량이 감소했다.

지난 3년간 전 세계 석탄발전은 기록적인 추세로 감소했고, 지난해 폐쇄된 설비 용량만 2만5000㎿(메가와트)를 넘는다. 지난해 신규 건설한 석탄발전소는 전년보다 28% 감소했다. 전년과 비교해 예비 시공은 22%, 건설은 23% 감소했다. 2개 이상 지역에 발전소 건설을 허가한 국가가 7개국에 불과하다. 또 34개 국가 및 지방단체에서 석탄의 단계적 축소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추가 건설이 줄고 상당수 기존 발전소가 폐쇄되면서 석탄발전 설비 용량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2년 무렵이면 연간 폐쇄되는 설비 용량이 신규 설비 용량을 초과한다. 전 세계 석탄발전도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현실의 엄혹함에 비해서 그 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한다. 2016년 파리기후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추진 중인 석탄발전 프로젝트들을 취소하고, 유럽과 미국의 노후 석탄발전소들을 시급히 폐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는 “운전 중이거나 계획 중인 석탄발전소가 배출하는 탄소의 총량은 233Gt(기가톤)”이라며 “이는 1.5°C 와 2.0°C 이하로 기후 변화를 억제하기 위한 배출 허용치보다 많다”고 밝혔다. 1.5°C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신규 석탄발전소를 취소하고, 운전 중인 발전소의 상당수도 40년이라는 기대수명에 도달하기 전에 폐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목표를 2.0°C로 낮춰 잡더라도 계획 중이거나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대다수를 취소하고, 사용 기간이 40년 이상 된 발전소 폐쇄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탄발전 개발을 주도하는 나라는 중국과 인도다.

중국의 경우 2006~2017년 692GW(기가와트) 규모의 석탄화력발전 설비 용량을 허가했다. 같은 기간 다른 나라에서 허가된 석탄발전 설비 용량을 모두 합한 규모의 두 배 이상이다. 이 시기의 폭발적 증가는 지방의 무분별한 석탄발전 허가 때문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2016년 신규 석탄발전소 규제를 시작했다. 저소득 지역의 프로젝트와 주거용 난방 및 전력 프로젝트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방의 석탄발전 허가를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개발 중인 석탄발전 설비 총량에서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중단 프로젝트들의 재추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는 “중국의 기존 석탄발전소들은 이미 자국의 전력 수요를 크게 초과한다”면서 “추가로 건설하는 석탄발전소 때문에 수십억달러의 자본이 낭비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금융기관은 자국뿐 아니라 해외 석탄발전소에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 개발 기금을 통해 2013~2016년 석탄 프로젝트에 15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이 밖에 자금 제공을 제안한 규모도 130억달러에 이른다. 중국 밖에서 개발 중인 모든 석탄발전소 가운데 최소 16%가 건설, 직접 소유, 자금 지원 등의 방식으로 중국 기업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도 있을 정도다.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국제적으로 석탄 프로젝트의 주요 투자국 중 하나다. (사진=Pixabay)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국제적으로 석탄 프로젝트의 주요 투자국 중 하나다. (사진=Pixabay)

반면 인도는 빠르게 에너지 경제의 밑그림을 바꾸고 있다. 인도는 2006~2017년 석탄발전 설비 용량을 152GW 증설했다. 중국 다음으로 큰 규모지만 지난 2년간 재생가능에너지 비용이 50% 감소했고, 2016년과 2017년 회계연도에 처음으로 화력발전보다 큰 규모로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용량을 증설했다. 인도의 기존 석탄발전 설비 용량의 65%가 태양광과 풍력 발전과 비교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이로 인해 민간 자본이 석탄발전 프로젝트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석탄발전의 미래도 밝지 않다. 2016 국가 전력 계획 초안에는 2027년까지 총 275GW 규모의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용량 확충이 담겨 있지만 건설 중인 발전소 외에 석탄발전소는 더 이상 필요없다고 나와 있다. 대기오염에 각성도 석탄발전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들이 석탄발전 단지와 분명히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석탄을 옹호하고 환경 규제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지난해 석탄발전 용량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많은 기업이 발전소 폐쇄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석탄발전소 266개가 폐쇄됐거나 폐쇄 약속을 했다. 특히 심각한 공해를 발생시키는 텍사스의 발전소 세 곳이 올해 초 폐쇄돼 눈길을 끌었다. 남아 있는 석탄발전소는 264개지만, 건설 중이거나 활발히 사업을 진행하는 석탄발전소는 없다. 2010년 이래 74GW 규모의 석탄발전 용량을 폐쇄하면서 미국은 차근차근 석탄과 작별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2018년 2월 현재 10개국이 전력 생산에서 석탄 사용을 중단했거나 2030 년까지 석탄 사용량을 점진적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웨덴 영국이 여기에 속한다. 특히 영국이 선구적인 나라다. 석탄을 통해 얻는 전력이 2012년 전체 전력 생산의 45%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엔 2%로 감소했다. 또한 2025년까지 남아 있는 15.5GW 규모의 석탄발전 시설도 폐쇄할 계획이다.

일본은 해외 석탄발전 설비에 투자하는 두 번째 큰손이다. 2013~2016년 국제개발기금의 형태로 투자된 금액만 100억달러에 이르며, 이 밖에도 90억달러의 투자를 제안한 상태다. 국내적으론 2006년 이후 5GW 규모의 석탄발전 설비 용량을 허가했다. 추가로 13.5GW가 제안돼 있고, 5GW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와 사회단체, 환경부 장관, 기후 변화에 관한 외교부 장관 자문단은 일본 정부의 국내외 석탄 계획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석탄발전 사정은 어떨까. 2017년 12개국의 62개 지역에서 발전소가 착공됐다. 발전소를 착공한 12개 국가 중 한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은 2016년 5GW, 2017년 5GW 이상의 석탄발전 용량을 허가했다. 이 기간만 놓고 보면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큰 규모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은 신규 석탄발전소에 대한 허가를 중단하고, 노후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석탄발전 계획을 천연가스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지만, 2017년 12월 에너지 계획에는 1160㎿ 규모의 당진에코발전소만 천연가스 발전으로 전환하도록 돼 있다. 7359㎿의 석탄발전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국은 203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설비를 5배 늘려 58.5GW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국제적으로 석탄 프로젝트의 주요 투자국 중 하나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은 2008년 이후 해외 석탄 프로젝트에 8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 사실만 놓고 보면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국제적으로 공조하지 못하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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