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F 보고서 경고… “2050년엔 토양 10%만 온전”
생태학자들 “지구 미래, 암흑과도 같은 상태” 우려

지구온난화로 서식지를 잃은 북극곰의 모습.2018.11.1/그린포스트코리아
지구온난화로 서식지를 잃은 북극곰의 모습.2018.11.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명체가 과연 생존을 장담할 수 있을까? 44년간 포유류와 조류, 어류, 파충류, 양서류 등 지구에서 살아가는 척추동물의 개체 수가 60%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보고서 '지구생명보고소 2018'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4년까지 인간의 서식지 파괴, 어류 남획과 지나친 사냥, 기타 과잉개발, 농업 발달을 위한 무분별한 착취 등으로 인해 척추동물의 60%, 즉 4000여종이 자취를 감췄다. 토양이 척박해지고 숲이 사라지면서 이른바 ‘대량멸종’이 발생한 것이다.

세계자연기금은 “세계의 ‘지도자’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멸종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멸종에 충분한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는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가세력은 이제 이 같은 사실을 받아들이고 바로 인지해야 하며 비 국가세력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세계자연기금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자연은 공기와 물, 음식, 에너지 등으로 연간 125조달러(약 14경3000조원)에 이르는 가치의 서비스를 창출한다. 이는 전 세계 GDP의 1.5배에 이르는 수치다.

2018.11.1/그린포스트코리아
다양성 상실을 상징하는 오랑우탄의 모습. 2018.11.1/그린포스트코리아

다양성 상실로 멸종위기에 처한 것은 호랑이나 판다 등 동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독일 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IPBES(Science and policy for people and nature)’는 “우리 일상과 밀접한 토양도 점차 메말라가는 중”이라면서 “2050년에는 단 10%의 토양만이 온전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가 먹는 음식만 해도 수분을 매개하는 곤충이나 새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약을 제조할 때 쓰이는 미립자의 70%가 자원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자연파괴는 결국 인류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맑은 물, 식량, 제약, 콘크리트 등에도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농업환경연구센터 ‘CAER’가 2016년 발표한 ‘수분활동이 갖는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수분 활동을 통해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받는 모든 혜택을 값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2350억달러에 이른다.

생태학자들은 “다양성을 빼앗긴 지구에 생명이 삶을 유지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면서 “씨가 마른 숲, 황폐화된 토양, 말라버린 강, 불안정한 기후 등으로 지구의 미래는 암흑과도 같은 상태”라고 경고했다.

지구 면적의 30%를 차지하는 숲에는 지구에 존재하는 전체 생물 종의 80% 이상이 서식한다. 그러나 삼림벌채로 인해 이들의 서식지는 줄고 있다. 특히 아마존 숲은 농작을 위한 요충지로 자리를 내줘 대거 벌목이 이뤄졌다. 수마트라 섬의 숲들은 마을과 도로를 만들기 위해, 콩고분지의 나무들은 석탄을 채굴하기 위해 착취됐다.

세계자연기금은 보고서에서 숲의 ‘파편화’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숲이 우거진 면적이 아무리 이전과 같다고 해도 숲 자체가 듬성듬성 심어진 나무로 파편화된다면 동물 서식지로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결국 팜유 채굴과 같은 착취가 이곳저곳에서 이뤄지면서 숲이 우리에게 제공하던 혜택을 더 이상 얻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해양도 마찬가지다. 세계자연기금은 “바다 속에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1950년 이래로 약 60억톤의 해양생물이 남획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의 10%가 바다에 의존해 살아간다. 우리는 이러한 흐름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다”라며 “지금부터 2020년까지가 역사에서 아주 결정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르코 람베르티니 세계자연기금 사무총장은 “불안정한 기후와 훼손된 바다와 강, 텅 빈 숲으로는 인류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가 있을 수 없다”면서 “파리기후변화협약처럼 자연과 인류를 위한 새로운 글로벌 협약을 채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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