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홍수시대] ⑧ '바이오 플라스틱'은 진짜 친환경 소재일까?
헛갈리고 애매한 '친환경 인증제'…친환경 플라스틱 다 생분해 안돼

플라스틱은 20세기 기적의 소재라 불렸다. 지난 150년간 인류에게 선물처럼 쓰였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이제 골칫덩어리가 됐다. 폐플라스틱을 대량으로 흡수했던 중국이 올 1월 수입을 전면 중단하면서다. 그간 각국에서 무분별하게 버려진 플라스틱은 북태평양에 쓰레기섬을 만들었고 그 크기가 무려 한반도 면적의 7배인 155만㎢다. 완전 분해에 500년 걸린다는 플라스틱은 인류 영속을 방해하는 실패한 발명품이 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한 플라스틱의 폐해를 과연 막을 수 있을까. '플라스틱 홍수시대' 시리즈를 통해 국내 플라스틱 관련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생분해 플라스틱의 모습. 외형상 일반 플라스틱과 차이가 크지 않다. (서창완 기자) 2018.10.26/그린포스트코리아
생분해 포장 제품. (서창완 기자) 2018.10.2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친환경 인증 시장은 확대되는 추세다. 26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 홈페이지 정보마당 자료에 따르면 환경표지 인증 제품 수는 2012년 9월 8144개에서 2018년 9월 1만4326개까지 늘어났다. 7년 동안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바이오플라스틱 분야 인증 제품 수도 102개에서 184개로 비슷한 증가치를 보였다.

이렇듯 바이오플라스틱 분야의 인증 제품 수 증가는 ‘바이오매스 합성수지 제품’의 추가가 영향을 미쳤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표지 인증 기준은 바이오 플라스틱을 ‘생분해성(Biodegradable) 수지 제품’(EL724)과 ‘바이오매스(Biomass) 합성수지 제품’(EL727)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이름에 바이오가 붙어 친환경 이미지를 주는 EL727 제품은 생분해 되지 않는다. 인증현황을 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은 124개, 바이오매스 합성수지 제품은 60개가 등록돼 있다.

◇생분해되지 않는 ‘바이오매스 합성수지’

바이오란 단어만 같을 뿐 EL724와 EL727 기준은 차이가 크다. 생분해 여부가 두 기준을 가른다. 기술원에서 정의하는 ‘바이오매스 합성수지’는 생분해되지 않는다. 원료 및 제품의 전체 탄소 함량 중 바이오매스에서 유래한 탄소 함량이 20% 이상이면 해당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제품은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과 성분 차이가 없다. 플라스틱과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2018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에 전시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친환경 인증마크. (서창완 기자) 2018.9.5/그린포스트코리아
'2018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에 전시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친환경 인증마크. (서창완 기자) 2018.9.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런데 바이오매스 합성수지는 어떻게 '친환경'이란 수식어가 붙게 됐을까. 바로 탄소 배출량 저감 때문이다. 일반 합성수지가 석유화학에서 오는 탄소를 중합해 만든다면 EL727 제품은 사탕수수 등 식물 유래 성분에서 탄소를 뽑아내 중합체를 만든다. 똑같은 결과물이라도 만드는 과정에 석유 대신 식물 성분을 써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기술원측은 원료 추출부터 운송까지 사용되는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낮춘다고 설명한다.

바이오매스 합성수지 기준이 ‘환경표지인증현황’ 자료에 등장한 건 2013년 2월이다. 이전까지는 생분해성 수지만 존재했다. 관련 인증 수는 2013년 9월 1개에서 해마다 늘어 2017년 9월 76개를 기록했다가 지난 9월 60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생분해성 수지 제품은 102개에서 124개로 증가했다.

인증 기준이나 친환경 효과 등이 사실상 거의 다르다고 볼 수 있는 두 제품은 구분이 되지 않고 쓰이기도 한다. 일부 업계 등이 플라스틱과 똑같은 재질인 바이오PP를 써 놓고 생분해 성질이 있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기업들은 ‘친환경’이라도 미세하게 다른 기준을 일일이 신경 쓸 수 없는 소비자 심리를 파고든다.

서로 다른 인증 기준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수명이 10년 이상인 자동차에는 생분해 되지 않는 바이오매스 합성수지 제품 기준이 적합하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산업계 등 사회 요구에 따라 바이오매스 합성수지 인증 기준이 생겼을 것”이라며 “생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써야 하는 제품군은 바이오매스 합성수지 제품이 충분한 친환경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워싱’ 우려…민간기관 인증 믿을 수 있을까

친환경 제품이 소비자 관심을 끌면서 ‘그린워싱’이란 말도 생겼다. 그린워싱은 기업이 친환경경영을 하지 않으면서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012년 ‘녹색표시 그린워싱 모니터링 및 개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시중 유통되는 7개 제품군 702개 제품에 대한 친환경 표시 실태를 살펴보니 2개 중 1개꼴(46.4%)로 ‘부적절한 표시’가 발견됐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한다. (서창완 기자) 2018.7.27/그린포스트코리아
버려진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하기도 한다. (서창완 기자) 2018.7.27/그린포스트코리아

사례도 다양했다. 환경마크 등 공인 인증마크를 무단으로 도용하거나 공인인증마크와 유사한 도안으로 소비자들의 눈을 속였다. 제품 일부 친환경 특성을 부풀리기도 했다. ‘친환경’ 마크가 붙었을 때 일단 신뢰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 심리를 노린 것이다. 기업이 허위로 친환경 정보를 제공하는지 꾸준히 감시해야 하는 이유다.

인증기관이 달라 기준이 다른 상황도 발생한다. 국가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환경표지 인증기준에 포함하지 않은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을 사단법인 한국바이오소재패키징협회에서 인증한다. 협회 홈페이지에는 산화 생분해 인증 기준과 관련한 기준, 적용범위, 마크 등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은 생분해 플라스틱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개념부터 다르다. 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은 땅에 묻지 않아도 분해가 일어난다. 6개월 후 셀룰로스를 기준으로 생분해는 90%, 산화 생분해는 60% 이상 분해된다.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은 산소나 자외선 등에 의해 공기 중에서 산화되는 동안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지는 문제점이 있다. 조각 나서 작아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 180일 이내 90% 이상 사라지는 생분해 플라스틱과는 다르다.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서 잘게 쪼개지면서 개념이 다른 또 다른 오염원이 발생하는 셈이다. 바로 국가인증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다. 유럽의회 환경위원회도 미세플라스틱의 오염원인이라며 산화 분해성 플라스틱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국 소비자들은 역사가 깊은 학회 등 인증을 국가인증보다 신뢰하기도 하지만 국가 주도 경제였던 우리나라는 국가인증이 더 공신력 있다"면서 "민간에서 하는 인증을 정부가 점검하고 단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취재: 박소희 기자, 서창완 기자, 주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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