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회 IPCC 총회서 기후학자들 공포 떨게 만든 시나리오

2018.10.4/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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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제48차 총회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진행됐다. 이번 총회의 화두는 지구 온도가 1.5도만 상승해도 태평양 섬나라에 치명적이라는 주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담은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최종 채택 여부다.

이 보고서가 이번 총회의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지난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세계 각국이 금세기 말 지구 기온 상승 폭을 2도로 억제하자’는 합의문을 두고 2도가 아닌 1.5도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기후협정에 참석한 일부 전문가들은 “태평양 작은 섬나라처럼 기후 변화에 특히 취약한 나라들은 온도상승을 2도가 아니라 1.5도로 더 강하게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5도가 과학적 근거를 갖는 수치인가’에 대해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면 1.5도를 넘지 않도록 하자’는 결론으로 지난 '파리기후협정'이 마무리된 바 있다.

이에 윌 스테판(Will Steffen)과 조안 록스트롬(Johan Rockstrom) 등 연구자들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1.5도 특별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들은 IPCC 회원국 정부의 동의, 목차와 개요를 정하는 스코핑 회의와 저자 선정, 세 차례의 전문가 및 정부 검토 과정 등을 거쳐 지난 8월 해당 보고서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단 지구온난화에 발동이 걸리고 나면 지구온도는 제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상승하게 된다. 지구 온도를 자동적으로 상승시키는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종국에는 지구가 자기조절에 의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능력마저 잃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다.

해외에서는 이 보고서를 두고 기후모델에 대한 대다수의 보고서와 차별화됐다고 평가한다. 이산화탄소 배출과 지구온난화의 관계가 일대일, 즉 ‘선형적 연관성’을 갖는다고 설명해온 기존 보고서와 달리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는 연쇄반응을 일으켜 ‘핫하우스 지구’를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는 다른 ‘발동장치’에 시동을 걸어 이른바 ‘도미노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얘기다. 

스테판과 그의 연구진은 특히 △영구빙토의 해빙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해양 △토양 능력의 감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대양 박테리아들 △아마존과 북극지역 숲의 소멸 등을 언급하면서 “이미 지구 온도는 1도 상승했으므로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장치들은 발동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5가지 요소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그린란드 빙하의 소실은 대서양 남쪽 역전 순환(AMOC)지역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 같은 변화는 곧 남극의 빙하마저 용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스테판 연구진은 설명했다.

통제 불가능한 반응을 유발하는 위험수치에 토대를 둔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이 지구의 온도 상승을 야기하도록 방치할 경우 안정화된 지구로 되돌아가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2018.10.4/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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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실린 사진자료를 보면 3차원으로 돼 있다. 시간, 기후의 안정성, 지구의 온도가 세 개의 축이다. 1200만년 전 지구의 기후는 빙하상태에 접어들었고 간빙기에는 보랏빛을 띠면서 차츰 온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1만년 전인 충적세(혹은 홀로세)에 지구는 온도 상승주기로 접어들어 200년동안 뜨거워지는 중이다.

이제 지구는 전례없는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으며 몇몇은 이 시기를 ‘인류세(人類世)’로 부르기 시작했다. 2000년 주장된 이 개념은 1995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만든 용어이다. 크뤼천에 따르면 인간의 영향력은 이미 자연 순환의 범위를 훨씬 넘어섰기 때문에 지질시대 구분에서조차도 그 흔적을 뚜렷이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는 인간이 원인이 돼 지구환경 체계가 급격하게 변하게 된 현재 시대를 ‘인류세’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류세의 특징은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홀로세 평균보다 50% 이상 높고, 플라스틱, 콘크리트 등 ‘기술화석’(technofossils)이 퇴적돼 지구온난화가 날씨를 교란시켜 전 지구의 생명 체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 지구 평균 기온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1도 상승했고, 최근에는 10년마다 0.17도씩 상승하는 추세다. 이렇게 되면 오는 2040년이면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테판은 “인류는 현재 두 갈레길 앞에 서 있다”고 말한다. 그와 그의 연구진은 “인류는 계속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로 결정해 '핫하우스지구' 영역으로 접어들거나 적어도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지구의 기후를 안정화하기로 결정하는 일 두가지 기로에 서 있다”면서 “전자를 택한다면 지구는 빨간 영역으로 더욱 빨려 들어갈 것이고 결코 되돌아올 수 없을 것이지만 후자를 택한다면 80만년 전보다 훨씬 뜨거운 수치이기는 하나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몰고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스테판은 "지구의 기후상태가 빨간영역으로 더 진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축소하거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식물을 재생·보호하는 등 지구에너지의 균형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실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5일 종료되는 제48회 IPCC 총회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승인 여부는 8일 공개되며 오는 12월 2~14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릴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자는 논의를 진행할 때 근거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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