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벤처기업 '리페이퍼', 100% 재펄프화 가능한 '수용성 코팅 원료' 개발

기후변화, 나쁜 대기질, 물 부족 등 환경문제 해결은 국제사회의 공통된 관심사다. 환경문제는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주지만, 기업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준다.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에 관심을 보인다. 전 세계가 환경을 걱정하는데, 이를 외면하고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기대할 수 없어서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환경의 가치를 좇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누구나 한 번쯤 소화불량으로 고생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명치 부위가 꽉 막히면 손발이 차가워지고 식은땀과 함께 두통까지 호소하게 된다. 

소화가 잘된다는 건 외부에서 유입된 음식물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로 잘 전환되고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전혀 다른 물질이었던 것이 몸의 일부가 되었다는 말이다. 

본래 타고난 대로 막힘이 없이 잘 순환하면 ‘건강’, 어딘가 막혀 순환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병’이라 부른다. 이는 사람뿐 아니라 자연도 마찬가지다. 

생분화가 가능한 리페이퍼 제품의 PE-free 산업 퇴비화 인증 실험 과정.
생분화가 가능한 리페이퍼 제품의 PE-free 산업 퇴비화 인증 실험 과정. 리페이퍼는 최근 DIN CERTCO 인증까지 받으며 생분해가 가능하다는 것을 공식 인증하기까지 했다.

 

◇ "‘소화불량’에 걸린 자연, '리페이퍼(rePAPER)'가  손 따줄게"

산업혁명으로 생산과 소비가 대량화되고 유통과정이 복잡해지며 인간이 만들어내는 폐기물은 이제 자연의 수용범위를 초과했다. ‘소화불량’에 걸려 순환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종이컵 사용은 연간 230억개다. 종이는 물에 젖는 성질이 있어 종이컵 내부를 폴리에틸렌(PE)으로 코팅하는데, 이를 일반 폐지와 섞어서 배출하면 재활용도 잘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용을 억제해야 할까? 이미 유통과정이 복잡하고 길어져 상품 보호를 위한 포장은 필수가 됐고, 소비자 역시 편리를 알아버렸기 때문에 일회용품 사용은 불가피해 보이는데 말이다.

일반 PE코팅 컵의 경우 자연 분해되는데 20~30년 정도 걸린다. 국내 연간 종이컵 사용량이 230억개인데 최소 20년 후에나 자연이 소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 인간은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고 기다릴까? 

‘기술쟁이’ 들이 모여 고민했다. 인간의 수명이야 길어야 100세 전후지만 지구는 약 45억년을 살았고, 앞으로 살아온 만큼은 더 살 것인데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의 기술이 소화불량에 걸린 환경에 도움을 줄 순 없을까. 

이 같은 고민 끝에 친환경 전문 벤처기업 ㈜리페이퍼는 폴리에틸렌과 폴리락틱애시드(PLA) 코팅컵의 재원료화 한계를 극복한 ‘수용성 코팅 원료(PE free)’를 개발했다. 

100% 재원료(펄프)화가 가능한 종이컵·접시 등 친환경 식품포장용지를 개발한 것이다. 매립해도 4~5개월이면 자연 분해되며 태워도 유해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리페이퍼를 창업한 윤철(52) 대표.(리페이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리페이퍼를 창업한 윤철(52) 대표.(리페이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스타트업은 기술 신뢰도 쌓는 것이 가장 큰 장벽

리페이퍼를 창업한 윤철(52) 대표가 친환경 종이 소재에 주목한 까닭은 1994년 한솔제지에 입사해 10년 가까이 상품 및 기술개발팀에서 근무한 이력이 많이 작동됐다. 미국 유학길에 올라 친환경 제지 연구에 매진한 끝에 창업진흥원의 정책 자금 지원을 받아 지난 2014년 7월 '리페이퍼'를 창업했다. 그해 10월 참가한 ‘대한민국 친환경대전 전시회’에서 눈에 띄어 NICE그룹의 투자를 받은데 이어 2015년 아예 계열사로 편입됐다. 운이 좋았다. 

그렇다고 아주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많은 스타트업의 고충이기도 한데, 윤 대표는 창업 이후 ‘과연 작은 스타트업의 기술을 신뢰할 수 있을까, 제품을 믿고 쓸 수 있을까’라는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장벽을 돌파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PE코팅을 대체하기 위해 리페이퍼가 개발한 친환경 코팅기술은 지난해 3월 유럽 내 3개 제지회사가 합병한 글로벌 제지 전문기업 ‘렉타(Lecta)그룹’과 친환경 식품용지 코팅제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2년까지 5년간 친환경 수용성 코팅제 1만t(350억원 상당)을 독점 공급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최대의 일회용컵 생산업체와 친환경 식품용기 공동개발 협약도 체결했다. 현재 국내에선 무림제지와 함께 월 1000만원 규모의 친환경 일회용 종이컵을 생산 중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EL606, 독일규격협회(DIN)의 산업퇴비화 인증, 호주 친환경인증인 GECA에 이어  최근에는 ‘리페이퍼’에서 독자 개발한 친환경 종이식품포장재가 세계 최초로 재활용성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는 UL2485 인증까지 획득했다. 

‘UL ECVP(Environmental Claim Validation Procedure)’는 친환경성 주장 타당성을 검사하는 인증 규격으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글로벌 안전인증전문기업 ‘UL(Underwriters Laboratories)’에서 2018년 5월 처음으로 제지제품에 대한 재활용성을 공식적으로 검증하고자 제정했다.

이와 더불어 특허청과 식약처, 미국FDA 등 국내외에서 취득한 지식재산권 및 인증만도 8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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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컵과 리페이퍼가 개발한 PE-free 컵의 자원순환 비교.

 

◇ "척하지 않아. 리페이퍼는 진짜니까"

현재 리페이퍼는 PE코팅 종이 용기(종이컵, 종이접시, 라면컵)를 대체하는 단계에 있다. 

플라스틱 ‘폴리에틸렌’(PE)이 80여년 동안 일상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소비되며 환경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100% 순환자원화(펄프화)가 가능한 ‘PE-free’ 제품 개발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였다. 

PE-free인 종이용기를 거쳐 2단계 목표는 스낵·김 포장지 등 알루미늄을 포함한 복합포장재를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기술 개발이 85% 수준에 도달한 상태로, 2년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다음은 ‘테트라 팩’(Tetra Pak)과 같은 종이팩을 만들어 복합포장재나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까지 대체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직한 기술을 담아 자연과 사람을 보호한다.’ 리페이퍼의 미션이다.

전 세계적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일회용 생활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자원순환 사이클을 구축하는 게 리페이퍼 마지막 목표인 셈이다.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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