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 인터뷰

서울 연희동에 있는 카페 '보틀팩토리.' (서창완 기자) 2018.8.18/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연희동에 있는 카페 '보틀팩토리.' (서창완 기자) 2018.8.1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지금으로선 환경부에 특별히 더 바라는건 없어요”

서울 연희동 카페 ‘보틀팩토리’를 운영하는 정다운 대표가 말했다. 앞으로 환경부의 ‘일회용품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묻자 나온 답이었다. 정 대표는 지난 4월 중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 거부로 촉발된 ‘재활용 쓰레기 대란’ 뒤 생긴 ‘역동성’이 오히려 신기하다고 했다. 관련 기사도 늘었고 정책이 진행되는 속도도 빠르다.

3달 전 개업한 ‘보틀팩토리’는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쓰지 않는 ‘노플라스틱’ 카페다. 이곳에서는 플라스틱 대신 유리컵과 스테인리스 빨대를 쓴다. 손님이 직접 텀블러를 씻을 수 있는 싱크대도 준비돼 있다. 한편에는 나무 빨대, 천 장바구니 등도 판매한다.

카페 한 편에 마련된 공간에는 손님이 직접 텀블러를 씻을 수 있는 싱크대가 있다. '불편한 생활의 실험'을 거친 제품들도 판매 중이다. (서창완 기자) 2018.8.18/그린포스트코리아
카페 한 편에 마련된 공간에는 손님이 직접 텀블러를 씻을 수 있는 싱크대가 있다. '불편한 생활의 실험'을 거친 제품들도 판매 중이다. (서창완 기자) 2018.8.18/그린포스트코리아

정 대표 스스로도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를 ‘불편한 생활의 실험’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가 환경부 정책이 충분하다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렇게 금방 할 수 있는 거였다면 왜 여태 안 했나 싶기도 해요. 신기하죠. 지금 환경부 정책은 빠른 속도로 잘 시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여기서 뭘 어떻게 더 했으면 좋겠다는 것보다 잘 유지되면 좋겠다는 입장이에요. 더 강하게 몰아붙이면 사람들이 지쳐버릴 것 같아요. 속도에 대해서 오히려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쓰레기 대란 뒤 ‘재활용 폐기물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은 환경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2일 커피전문점 등 식품접객업소의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 단속은 그 방침의 신호탄이다.

보틀팩토리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는다. (서창완 기자) 2018.8.18/그린포스트코리아
보틀팩토리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는다. (서창완 기자) 2018.8.18/그린포스트코리아

정 대표 말처럼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정책은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지난 2~8일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은 커피전문점 77개 매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손님들의 테이크아웃 의사를 확인한 매장은 73개(94.8%)였다. 안내문 부착과 충분한 다회용컵 비치 여부도 각각 98.7%, 92.2%로 나타났다. 

시행 2주째를 넘어가면서 카페 테이블이나 컵 회수대에 쌓여 있던 일회용컵들은 머그잔으로 대체됐다. ‘머그잔 이용’을 묻는 질문에 익숙해진 손님과 설거지로 분주한 점원도 눈에 띈다, ‘테이크아웃 플라스틱 일회용컵’ 등에 대한 우려는 남았다. 규제 사각지대가 많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한편에는 너무 급하게 몰아붙이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많다. 정 대표가 염려하는 게 그 지점이다.

속도 조절 측면에서 환경부 정책을 추켜세웠으나 그가 운영하는 카페는 환경부가 참고할 만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곧 시행될 ‘유리컵 테이크아웃’ 제도 등이 그것이다. 스스로가 일회용품 줄이려는 개인적 노력에 한계를 느껴 카페 개업까지 하게 된 터라 일상의 고민들이 자연스레 카페에 녹아들었다. 그는 “텀블러 들고 다니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정 대표가 디자인한 유리컵. (서창완 기자) 2018.8.18/그린포스트코리아
보틀팩토리가 디자인한 유리컵. (서창완 기자) 2018.8.18/그린포스트코리아

보틀팩토리에서는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유리컵을 직접 디자인했다. 컵에 끼는 슬리브를 쓰지 않기 위해 차갑거나 뜨거워도 맨손으로 집을 수 있도록 표면이 이중 설계됐다. 뚜껑도 빨대를 꽂아 사용할 수 있고, 입으로도 마실 수 있게 제작됐다. 중국업체에서 생산된 1000개의 유리컵이 통관 절차를 통과해 들어오면 바로 테이크아웃을 시작할 예정이다. 여분의 유리컵을 쌓아둘 수 있는 창고로 쓸 작은 방도 이미 구해뒀다.

컵이 없어 현재는 매장내 손님만 받고 있다. 현재 샘플 유리컵만 사용하는 터라 손님이 몰리면 컵이 부족한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럴 때는 이미 다 마신 손님한테 양해를 구하고 컵을 가져와 다른 손님에게 제공한다. 유리컵이 도착하면 원하는 손님에게 보증금 5000원 정도를 받고 테이크아웃을 시행할 예정이다. 텀블러를 들고 오는 손님에게는 500원을 할인해 준다.

9월에는 근처 카페들과 협업해 ‘일회용품 없는 일주일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연희동은 물론 연남동, 망원동, 상수동의 7개 카페가 동참하기로 했다. 정 대표가 직접 평소 좋아했던 카페를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기부 받은 텀블러. (서창완 기자) 2018.8.18/그린포스트코리아
기부 받은 텀블러들. (서창완 기자) 2018.8.18/그린포스트코리아

“7개 카페와 함께 일회용품 없는 일주일을 보내는 게 행사 취지예요. 일주일 동안 플라스틱컵을 안 쓰는 대신 기부 받은 텀블러를 세척해서 사용하는 거죠. 지금 텀블러는 계속 모으고 있어요. 이때 테이크아웃도 기부받은 텀블러로 제공할 생각이에요. 테이크아웃 해간 손님들이 최대한 많이 돌려주길 바라고 있어요.”

이런 행사를 기획한 건 환경캠페인 등이 많아지며 증정 텀블러도 늘어나고 있어서다. 한두 번 쓰인 뒤 잠자고 있는 텀블러를 이 기회에 쓰면서 일회용컵 사용도 줄이자는 취지다. 정 대표는 카페에서 발생하는 다른 쓰레기들을 줄이는 방안들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그가 일회용컵 사용에 관심을 두게 된 시점은 포장 디자인 회사에 다닐 때다. 하루에 3~4개씩 플라스틱컵을 이용해 음료를 마시다 보니 쓰레기가 넘쳐 바닥에 놓는 지경까지 왔다. 그가 바닥에 컵을 놓으려고 허리를 구부리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쓰레기가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회용품 없는 일주일' 행사에는 7개 카페가 동참한다. (서창완 기자) 2018.8.18/그린포스트코리아
'일회용품 없는 일주일' 행사에는 7개 카페가 동참한다. (서창완 기자) 2018.8.18/그린포스트코리아

거기서 시작된 고민이 2016년 ‘팝업 카페’를 운영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작업실을 이용해 오전에만 카페를 운영하며 일회용컵 없는 카페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했다. '보틀팩토리'도 그에게는 좀 더 큰 규모의 실험장이다. 정말 ‘플라스틱 컵 없이 테이크아웃까지 할 수 있는 카페’가 존재할 수 있을까. 그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예전에 우유는 유리병에 배달와서 회수해 갔고, 맥주 회사들도 맥주를 담아서 갖고 오고 다시 가져가잖아요. 일회용컵 안 쓰는 테이크아웃 카페가 상업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면 다음 단계로 나가고 싶어요. 동네마다 유리병 세척소가 있어서 작은 카페에 갖다주고 다시 회수하는 식으로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생각을 해 보고 있는 거죠. 모두들 번거로워서 하기 힘든 일이라면 그걸 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카페에서 시작된 실험이 ‘편리하게 일회용품 안 쓰기’ 실천을 위한 기반 제공 서비스를 목표에 두고 진행되고 있다. 대상은 카페만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써야 하는 행사장 같은 곳에서도 컵을 제공하고 수거해 세척하는 것, 그가 ‘보틀팩토리’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시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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