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협 곳곳에서 '미투 폭로' 예고…'조합장 권력 집중' 구조 개선 시급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NH농협이 또 문제다. 매해 지역농협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갑질, 성범죄 논란이 재차 일 것으로 보인다. 그간 논란 대다수는 지역농협 간부들의 그릇된 권위의식과 도덕적 해이 등에서 비롯됐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 피해를 오롯이 입고 있는 농협 구성원들이 적지 않아 비판이 더해진다. 농협 특유의 구조체계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농협 간부들에 대한 각종 폭로가 이어질 전망이다.(농협 제공)2018.5.9/그린포스트코리아
지역 농협 간부들에 대한 각종 폭로가 이어질 전망이다.(농협 제공)2018.5.9/그린포스트코리아

◇ “미투? 인권의식? 일부 지역농협 현실 폭로할 것”

9일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 광주·전남본부에 따르면 이들은 다음주 중 지역 농협에서 벌어진 각종 갑질과 폭력, 미투 등을 폭로할 예정이다. 노조는 지난해 말부터 광주·전남의 지역농협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갑질피해 등을 조사했고, 현재까지 10명가량의 인원으로부터 피해사실을 제보받았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취재 결과, 이 제보에는 각기 다른 지역 농협 간부들의 물리적 폭력 및 성폭력 가해 사례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훈석 노조 본부장은 “농협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며 “다음주 중 각각의 피해사례들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먼저 공개된 사례를 보면 전남 광양원예농협 직원인 A씨는 지난 3월26일 조합장의 지인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이날 오후 광양원예농협을 찾은 B씨는 평소 친분도 없던 A씨에게 다가가 얼굴을 들이밀며 손으로 하트모양을 그렸다. 이후 A씨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한 차례에 그치지 않았다. 건물 밖으로 나가는 듯하더니 이내 다시 돌아와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당시 시각은 오후 6시26분. 업무가 끝난 시각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B씨를 말리지 못했다. 그가 조합장의 지인이었기 때문이다. 피해 여직원은 농협 측에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 하지만 B씨의 행각은 농협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A씨는 B씨·조합장에 대한 법적대응을 준비중이다.

농협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는 상당수에 이른다는 게 노조측 설명이다. 주 본부장은 “최근 미투폭로 등을 계기로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높아져가고 있지만 일부 농협의 수준은 완전히 바닥”이라며 “다음주 중 서울로 올라가 관련 문제 해결 및 문화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에 대한 비판은 줄곧 지속돼 왔다.(로드뷰)2018.5.10/그린포스트코리아
농협에 대한 비판은 줄곧 지속돼 왔다.(로드뷰)2018.5.10/그린포스트코리아

◇ “전국에서, 그것도 여러번...” 근본적인 개선 필요 

실제로 지역 농협에서 벌어지는 간부들의 비윤리적 행위, 그리고 부당한 노동실태는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돼 왔다. 지난해 11월 전북 무주농협의 한 지점장은 상습적으로 여직원의 옆구리와 엉덩이를 만지고 볼에 뽀뽀하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6개월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다.

비슷한 시기 전남 신안농협에서는 한 간부가 직원들에게 특정 정당 가입을 권유하고 대기발령 중 가혹행위 등 갑질 행위를 일삼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상태로 관련 노조는 지난 3월 서울의 농협중앙회 앞에서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역시 같은 시기 경북에서도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대구경북본부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이 지역 농협 한 간부의 성폭력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대구 성서농협의 한 상급자가 직위를 이용해 부하 여성에 성폭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당시 성서농협은 가해자 해직 등을 요구하는 노조측 결정을 받아들였으나, 재조사를 열고는 정직 6개월로 징계 수위를 번복해 논란을 확산시켰다. 농협측은 "징계위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 재조사를 해보니 성추행은 없었기에 징계수위를 낮췄다"고 해명했지만 언론과 시민단체의 의혹제기는 계속됐다.

이러한 일탈들이 일부 지역농협에서 벌어진 일들이지만 많은 이들은 농협 특유의 구조체계로 인한 고위직의 모럴해저드를 주 원인으로 지목한다. 조합장 1인에 권력이 집중된 구조, 그리고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협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장을 조합장들이 뽑는 구조다보니, 중앙회장은 조합장들의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노사갈등 발생시 노조의 입장이 제 아무리 합리적이라도 중앙회는 조합장의 편을 드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합장 또한 조합원들의 표심만 신경쓰다보니, 정작 내부 구성원에 대한 배려는 등한시한다고 느끼는 직원들이 많다”며 “농협 특유의 지배구조 변화가 있어야만 윗선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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