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전문가, 동물복지농장 등 패러다임 전환 절실

축산농장 모습 [사진=환경TV DB]

 


'살충제 계란' 사태가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정부의 축산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종합적 동물복지정책 수립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시민단체에 따르면 살충제 계란사태는 '공장식 축산'으로부터 야기된 예고된 참사로, 정부가 2003년부터 이같은 축산방식을 장려한 후 조류독감 등 축산업계의 재난이 매년 발생해 왔다.

산란계 농장의 공장식 축산은 마리당 A4용지 한 장 크기도 안되는 배터리케이지에 대여섯마리 닭들을 가둬 키워 계란을 공장식으로 수거하는 방식을 말한다. 좁은 공간에 모인 닭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취약해지고, 진드기를 털어낼 방법이 없어 농장주는 살충제를 뿌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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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이명박 정부가 '양계장 대형화'를 지원하면서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문제들이 심각해졌다"며 "공장식 축산과 후진적인 동물복지 정책이야말로 문재인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구시대의 적폐"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장식 축산 환경에서 조류독감(AI)과 살충제 계란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 뿐"이라며 "공장식 축산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예산을 쏟아붓고, 밀집사육으로 발생하는 조류독감(AI)과 살충제 달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다시 수조원을 쏟아붓는 미련한 행태를 멈춰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수의학 전문가들도 공장형 축산의 닭 관리 방법에 문제를 제기했다. 닭을 밀집해 사육하는 순간부터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밀집해서 키운 닭들은 질병과 진드기 등 해충 확산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며 "공장형 축산 농가들은 닭을 관리하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한 "좁은 공간에 갇힌 닭은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게돼, 면역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때문에 닭들은 질병에 쉽게 걸리게 되고, 조류독감 등에 걸리면 수만마리를 한번에 폐사해야 하는 등 동물복지 차원의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공장형 축산에서 방목형 등의 축산으로 변화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공장식 축산의 심각한 폐해와 국가적 위험 부과에 대한 우려 그리고 감금틀 철폐와 복지축산의 보편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장식 축산을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구제역과 조류독감, 살충제 계란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 해결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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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살균제 계란 사태가 확산되자 '축산업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정부는 초단기 대책으로 △계란 이력 추적 시스템 마련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의 협력 강화 등을 마련했다. 중단기 대책으론 △친환경인증제 개선 방안 마련 △한국형 친환경 동물복지농장 확대 △산란계 사육환경표시제 등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같은 대통령 지시에도 공장식 축산을 개선할 주무부처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동물보호·복지 업무는 여전히 농림축산부의 동물복지팀에 국한돼 있다. 이마저도 지난 2월에 신설한 부서다. 

카라 관계자는 "동물보호·복지 업무가 홀대 받으면서 우리나라 축산업의 장기 비전을 세우는 일도, 인간과 동물이 함께 안전한, 지속가능한 축산 정책의 수립도 가능하지 않다"며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근본적 축산업의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이제라도 동물복지팀을 축산 영역에서 분리해 동물보호·복지국으로 신설, 체계적인 동물복지 정책을 수립,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부서 편제에 앞서 국가 차원의 새로운 동물복지 정책을 세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의 국가동물복지특별위원회를 구성,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동물복지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목형 농가의 계란에서도 농약 성분인 DDT가 검출됨에 따라 정부 당국의 실질적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닭에게 직접 살충제를 뿌리지 않아도 토양의 잔류 농약과 과수 등에 뿌린 농약에 닭이 노출될 가능성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방목형 축산의 안전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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