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으로 홍역을 치른 축산농가의 시름이 한풀 꺾였다. 지난달 초부터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했던 경기와 전북, 충남 지역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가 순차적으로 해제, 사실상 구제역 종식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AI(Avian Influenza·조류독감)의 기세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 양계·오리 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8일 A형 구제역이 발생했던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축산농가 주변의 우제류 가축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를 3일부로 해제했다고 4일 밝혔다.

구제역 발생에 따른 이동제한 조치는 방역지역(3㎞) 내 살처분과 소독, 긴급 백신 접종 등이 끝나고 3주 동안 추가 발생이 없으면 해제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연천의 경우 지난 2~3일 구제역 발생 농장 및 방역대 내 이동제한 농장에 대한 검사 결과 이상이 없어 3일부로 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연천 지역에 이어 O형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했던 전북 정읍과 충북 보은 지역에 대해서도 오는 10일쯤 순차적으로 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할 방침이다.

반면, AI는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경기 고양시마저 덮쳤다.
 
이날 방역 당국은 "지난 3일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토종닭 사육농장에서 폐사한 닭은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판정됐다"고 발표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번에 발병한 AI 바이러스는 H5형이다. N6와 N8 등 혈청형에 대한 검사 결과는 오는 6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방역 당국은 밤사이 해당 농장에서 키우던 닭 2000여 마리와 이 농장으로부터 반경 500m 안에 있는 소규모 농장 2곳의 닭 80마리를 모두 살처분 했다. AI 발생 농가 반경 3㎞ 안에 있는 소규모 농장에서 키우는 닭의 살처분 여부는 검토 중이다.

한편 방역 당국은 AI 재확산의 원인을 '철새 이동'으로 지목했다. AI 발생 농가에 대한 역학관계를 벌인 결과 인근에서 철새 이동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의 주장처럼 AI 재확산이 철새 이동 탓이라면, 이달 말 한반도는 AI 최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북과 충남에 머무는 철새가 3월 중순쯤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유행하는 H5N8형 AI의 잠복기가 최대 2주인 점을 고려하면, 3월 말이 AI 재확산의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철새 이동이 늦어진다면 다음 달까지도 AI 발생 우려가 있다. 

이에 방역 당국은 철새 이동 경로를 주시하고, 지자체별로 AI 발생 농장에 대한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리는 등 AI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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