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2조원 투입 연안정비사업에도 침식 가속화

연안침식으로 피해 입은 동해안의 한 해수욕장. [출처=해양수산부]

 


여름의 대표적 휴양지인 해수욕장에서 모래밭이 사라지고 있다.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깎여버린 해안이 100여 곳에 이른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무분별한 항만 조성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1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안침식 실태조사 대상 지역 250여곳 중 125곳(60%)은 침식의 우려가 있거나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안침식 대상지를 등급별로 조사한 결과 A등급(양호)인 곳은 6곳에 불과했다. B등급(보통)은 95곳으로 나타났으며, C등급(우려)과 D등급(심각)은 각각 136곳과 16곳으로 집계됐다. 연안 10곳 중 6곳이 침식 우려 지역이거나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D등급을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강원도가 7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상북도 6곳, 전라남도 3곳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연안 침식이 심각한 상황에 놓인 데 대해 해수부 연안계획과 임서준 사무관은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해수면은 10㎝가량 상승했다. 2015년을 기준 우리나라 해수면 상승률은 평균 2.48㎜/yr로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가 발표한 전 세계 평균값(2.0㎜/yr)보다 약간 높다. 해역별로는 남해, 동해, 서해가 각각 2.89, 2.69, 1.31㎜/yr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수심이 깊을수록 파랑이 갖는 힘 역시 강해진다. 1㎜당 3배 정도다. 해수면이 1년에 약 2.48㎜ 오르는 우리나라에선 매년 파랑의 힘이 7.44배가량 강해진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매년 강해지는 파랑에 맞서야 하는 연안은 침식될 수밖에 없다. 

경북 포항시 남구 송도동에 있던 포항해수욕장은 백사장 유실로 2007년 폐장했다. [출처=연안통합지도서비스]

 


두 번째 이유는 1960~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시행됐던 항만 조성 사업이 꼽혔다. 항만 조성을 위해 바다를 매립할 경우 파도가 회절되거나 꺾여 들어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파도의 방향이 바뀌면서 모래가 쌓이던 곳에는 침식이 벌어지고 모래가 쌓이지 않던 곳에 모래가 쌓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북 포항 남구 송도동에 위치한 송도해수욕장이다. 너비 70m에 길이 3㎞로, 고운 모래와 완만한 경사로 피서객들에게 사랑받던 이 해수욕장은 이젠 찾아볼 수 없다. 1970년대 정부가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영일만 앞바다를 매립해 포항제철소를 세운 뒤 모래가 급격하게 유실되면서 2007년 폐장했다. 

이에 해수부는 2010년 '제2차 연안정비사업'에 돌입, 2019년까지 연안 침식이 진행 중이거나 우려되는 지역 370곳을 대상으로 재해방지를 위한 연안 보전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사업엔 1조58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있다. 나머지 4200억원의 예산은 해안 산책로와 휴식시설 설치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 

예산 투입에도 연안 침식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포항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기후변화와 같은 자연적인 현상은 어쩔 수 없더라도, 인간의 잘못으로 연안이 침식되고 있는 현상은 막아야 하지 않겠냐"며 "해수부는 항만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연안이 침식되면 해일과 태풍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지경에 놓인다"고 말했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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