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읍 한곳에 풍력발전기 150기?..인근 주민들은 어쩌라고..

경북 영양군 무창리에 조성된 풍력발전단지에 있는 18기의 풍력발전기에서 나오는 소음 등으로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환경TV 보도와 관련해, 같은 지역에 추가 풍력발전단지 건립이 추진되고 있지만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진 정황이 환경TV 단독 취재 결과 드러났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AWP(대표 김동휘)라는 업체가 경북 영양군 영양읍 무창리에 3.3㎿급 풍력발전기 27기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해 관할 대구환경청에 '전략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략 환경영향 평가서는 풍력발전단지를 지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환경 피해 내용을 조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다. 문제는 AWP가 제출한 보고서에는 해당 지역의 멸종위기종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부실 보고서'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스페인 악시오나에서 구축한 영양 풍력발전단지 모습. (촬영=신준섭 기자)

 


멸종위기종 '삵' 밖에 없다는 업체 환경영향평가서
환경부 조사에선 영양에 멸종위기종 10종 서식

AWP가 풍력발전단지를 추진하고 있는 지역은 경북 영양군 영양읍 무창리 산1번지 일대로 지목상 '농림지'로 분류된 지역이다. 사업 대상 부지 규모는 모두 48만 6,811㎡에 이른다. 

AWP는 2014년 2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로부터 해당 지역에 89.1㎿ 규모의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허가받았다. 이후 이듬해인 2015년 관할 대구환경청에 '전략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만 통과한면 풍력발전단지를 세우는데 법적, 행정적 제약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문제는 보고서 내용, 특히 현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조사 내용이다.

환경TV가 단독입수한 AWP 보고서를 보면 '현지 조사 결과 포유류 5종, 조류 29종, 양서류 3종이 관찰됐다'며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멸종위기종은 '삵'밖에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삵은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에 해당한다.

하지만 생태·환경 전문가들에 따르면 풍력발전단지 건립 예정지인 무창리를 포함한 영양군 일대는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이뤄진 자연 지역으로, 각종 멸종위기종들이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실제 환경부에서 2012년 실시한 '제3차 전국 자연 환경조사 결과'만 놓고 봐도 영양군에는 멸종위기종만 I급과 II급을 더해 10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3차 전국 자연 환경조사 결과 중 영양군 부분 발췌. (출처=국립생태원)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Ⅰ급으로는 '산양'과 '수달'이 영양군에서 확인됐다. 2급으로는 AWP의 환경영향평가서가 명시한 삵 이외에도 담비, 하늘다람쥐 등의 포유류가 관찰됐다.

조류 가운데엔 ▲붉은배새매 ▲새매 ▲올빼미 ▲참매 ▲흰목물떼새 등의 멸종위기종이 영양군 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은 멸종위기종이 모두 무창리에 서식하고 있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해당 멸종위기종들의 활동 반경 등을 고려했을 때 무창리에 서식하지 않고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단적인 예로 AWP 보고서에 나와 있는 것처럼 풍력발전 예정단지에서 삵이 관찰됐다면 다른 멸종위기종들도 얼마든지 관찰될 수 있다. 환경부 보고서가 나온 2012년 이후 몇 년 사이 영양군에서 모두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럼에도 보고서에는 이같은 내용을 반영하지 않았거나 '누락'했다.

대구환경청, AWP에 환경영향평가서 '보완' 요구
보완 사유, 멸종위기종 등 생태 '부실 조사' 아닌 발전기 '위치'?

AWP의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대구환경청이 '보완'을 요구하며 일단 제동이 걸려있는 상태다.

문제는 보완 요구 이유가 이같은 생태계 부실 조사보다는 풍력 발전기의 '위치상 문제' 때문이었다는 점이다. 

대구환경청은 AWP가 신청한 27기의 풍력발전기 가운데 11기의 위치를 문제 삼으며 '입지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보완을 요구했다. 대구환경청 요구에 맞춰 풍력 발전기 위치만 바꿔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해 통과되면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환경부 자연 환경조사 결과를 감안한다면 보다 철저한 조사를 거쳐 멸종위기종 추가 서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게 환경·생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과정에서 멸종위기종 등이 추가로 확인된다면 생태계 보호 차원에서 사업 타당성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GS E&R의 영양 풍력발전 단지. (촬영=신준섭 기자)

 

AWP, 풍력발전단지 실제 사업수행자 아니다?
그런데 사업 허가권은 왜 얻으려 하나..GS E&R에 되팔기 위해서?

이와 관련해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내고 사업 허가권을 받아내려 하는 AWP가 풍력발전단지 실제 사업 시행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어 논란이다. 

업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AWP는 실제 사업 시행자가 아니라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이후 GS E&R 등 영양 풍력발전 단지에 관심을 둔 에너지 업체들에 '사업권'을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 목적 법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AWP는 인허가 등의 과정을 거친 뒤 GS E&R과 같은 발전사에 사업권을 양도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라며 "에너지 대기업들이 이처럼 논란이 많은 환경영향평가를 직접 수행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GS E&R은 AWP가 풍력발전단지 건립을 추진중인 무창리 일대에서 이미 18기의 풍력발전기를 운영해 오고 있지만, 발전기 가동에 따른 소음 피해 등으로 인근 일부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환경TV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에대해 GS E&R 관계자는 "영양군에 풍력발전단지 관련해 '투자 의향서'를 내놓은 것은 맞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영양 풍력발전소 '천국' 되나..계획대로 다 지으면 영양읍 한 곳에 150기 넘어
멸종위기종들 괜찮을까..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AWP가 허가권을 따내려는 풍력발전 사업은 영양군에서 진행되고 있는 풍력발전단지 사업의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위원회의 에너지 사업 허가 자료에 따르면 AWP를 포함해 영양군 내에서 공사를 진행 또는 계획 중인 풍력발전 사업은 모두 5건이다. 발전 용량으로 따지만 다 합쳐서 308.7㎿ 규모로 무려 100개 안팎의 거대한 풍력 발전기 건설이 계획돼 있다.

영양읍에 조성되는 각각의 사업이 완료되면 기존에 설치돼 운영 중인 두 곳의 풍력단지를 포함, 모두 429.6㎿ 용량의 풍력단지가 무창리가 위치한 영양읍 인근에 몰리게 된다. 풍력발전기 대수로는 150 기가 넘는 물량이다.

이렇게 많은 풍력 발전기가 한 지역에 설치될 경우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동물 피해 등 생태계에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 영향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 환경·생태 전문가들의 걱정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풍력발전기를 돌리면 '웅웅' 하는 저주파가 나오는데, 이는 동물들에게 상당한 위협"이라며 "해외에서는 이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한 사례가 있다. 지역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특정 지역에 풍력발전소 건립이 쏠리는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동물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소음 등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환경TV 취재 결과 GS E&R은 지난 1월 영양군과 업무 협약을 맺고 2024년까지 6,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풍력발전소 관련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GS E&R 해명이 무색하게 시점과 액수가 상당히 구체적이다. 

산등성이에 즐비한 영양군 내 풍력발전기 모습. (촬영=신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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