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성 IPCC 의장 "석유도 안나는 나라에서 왜 주저하나" 일침

이회성 IPCC 의장

 

[환경TV뉴스 - 프랑스 파리] 신준섭 기자 = 현지 시간으로 지난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한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나흘째로 접어들었다. 3일(현지시간) 현재 각국은 저마다의 '계산'을 가지고 온실가스 감축안에 대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 근거 자료는 이날 시점으로 전세계 185개국에서 제출한 '자발적 기여 방안(INDC)', 즉 각국이 스스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고 제시한 목표치를 바탕으로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정도의 문제이지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줄이겠다는 감축안을 내놨다. 이에대해 산업계는 '과도한 목표'라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제조업이 기반인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달성하기 힘든 목표라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한국의 목표치와 이에 대한 일부 업체의 반발에 대한 세계의 시각은 어떨까. 기후변화 관련 연구에 있어 세계 최고 권위를 지닌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 협의체(IPCC)'는 한마디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IPCC의 수장은 한국 상황을 잘 아는 '한국인' 이회성 의장이다.

이 의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온실가스 감축안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우려에 대해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이 의장은 "예전에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국가들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화석 연료가 많아서였다"며 "미국과 중국 등이 그런 나라인데 온실 가스를 줄이게 되면 화석 연료를 못 쓰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 가스를 감축하려면 필연적으로 석유나 석탄 등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일 수 밖에 없다. 미국이나 중국, 중동 국가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석유의 사용이나 수출량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있는 자원'을 못쓰게 되는 셈이니 주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 때문에 쓰지 못하게 될 자원이 없는 나라인데 왜 주저하나"라고 반문하며 온실가스 감축에 반발하는 재계에 대해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한국이 보유한 화석 연료 에너지 자원은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량의 5%도 안 된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왜 다른 나라 에너지 자원 소비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냐는 것이 이 의장의 타박이다.

이 의장은 그러면서 "첫 날 각국 정상 연설에서도 봤듯, 지구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2도 이하로 억제하자는 국제사회의 목표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렇게 시작하는 '신기후체제' 이전과 이후의 경제 모습은 신석기시대와 철기시대 정도로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비유했다.

'돌'과 '철' 이라는 질적으로 다른 사회에 신기후체제 이전과 이후를 비유한 것은 그만큼 화석 연료에 대한 인식과 사용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는데 기인한다. 지금은 화석 연료가 비용이 가장 싸다는 이유로 많이 사용한다. 

이에대해 이 의장은 "신기후체제 하에서는 석탄 발전이 가장 비싼 발전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의장은 "세계에서 화석 연료를 가장 많이 쓰는 기업이자 석유와 가스를 만드는 '엑손모빌'이 파리 기후변화협상을 적극 지원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며 "세계 유수의 에너지 회사와 IT 회사들이 저탄소형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기업과) 너무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제기구 의장인 이 의장 입장에서는 특정 국가에 대한 평가를 공식적으로 내놓기 힘들다. 그런 그가 온실가스 감축안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는 일부 한국 기업들에 대해 세계적인 추세와 '대조' 된다는 단어를 쓴 것은 이 의장 입장에서는 엄청난 답답함의 표시라는 해석이다.  

신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고 있는데 신석기시대 방식에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이 의장은 "지구온난화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과학적 합의다. 실체가 있는 합의다. 그렇지 않다면 실체도 없는데 왜 150명 이상의 국가 정상이 모였겠나"라며 "이것을 읽느냐 못 읽느냐의 문제"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IPCC는 기후 변화 관련 전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다.

이 협의체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5~6년 단위로 발표하는 'IPCC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전세계 수백명의 석학들이 자발적으로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1990년 발표한 1차 보고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를 창설하는 근거가 됐으며 1995년의 2차 보고서는 '도쿄의정서'를 타결하는 모태가 됐다.

고려대 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 교수 출신인 이회성 의장은 지난 10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IPCC 의장에 당선됐다. 임기는 6차 보고서를 내는 기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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