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준공식 자화자찬..에너지정의행동, “역사에 부끄럽다”반박

[환경TV뉴스]박순주 기자= “핵폐기장 선정 과정, 약속 이행, 안전성 등 모든 면에서 부끄러운 역사로 남을 것이다.” “국가적 난제를 슬기롭게 해결한 사례다.”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준공을 두고 시민사회단체와 정부가 엇갈린 평가를 내놓으며 팽팽히 맞서 풀리지 않은 갈등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황교안 국무총리와 경주시민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준공식을 개최했다.

경주 방폐장 준공은 1989년 영덕에 최초로 핵폐기장 건설을 추진하다 지역주민의 반대로 백지화된 지 26년 만이다.

출처=에너지정의행동

 

2005년 경주, 군산, 영덕, 포항 등 4개 지역에 주민투표를 통해 부지가 확정된 지 딱 10년 만이기도 하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1986년 처분시설 부지선정을 시작한 이래 30년 만에 결실을 맺게 해 준 경주 시민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황 총리는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고려해 건립했으며, 앞으로 운영 과정에서도 안전문제 만큼은 한 치의 허점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 시민의 결단을 잊지 않고, 정부가 약속한 지원 사업이 착실하게 이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대화와 소통 그리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거쳐 국가적 난제를 슬기롭게 해결한 경주 방폐장 사례”라며 준공식을 한껏 치켜세웠다.

정부는 경주 방폐장 건설 등에 공적이 있는 개인, 지역단체, 기업 등에게 총 44점의 포상까지 수여했다.

시민사회단체 신랄한 비판 쏟아내
하지만 정부의 자화자찬을 바라보는 시민사회단체와 경주시의회의 눈길은 따갑기 그지없었다.

특히 에너지정의행동은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역사가 될 경주 방폐장”이란 성명서를 통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오늘(28일) 준공된 경주 핵폐기장은 그간 정부의 핵에너지정책이 갖고 있는 비민주성과 주먹구구식 행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단정했다.

2005년 4개 지역에서 진행된 핵폐기장 주민투표는 투표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투표 개입과 주민투표법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 속에 이뤄졌다는 게 에너지정의행동의 설명이다.

실제 대한민국 투표사상 최초로 경주와 군산에선 40%에 육박하는 부재자 투표가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사회복지사와 통반장, 이장 등이 동원돼 부재자 투표 명부를 만들고 대리투표를 진행하는 사례가 나왔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경주와 군산이 핵폐기장 유치를 위해 경쟁하면서 한국 정치사의 구태 중 하나인 영호남 지역감정까지 건드리면서 직접 민주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한국 민주주의를 퇴보시킨 사례가 되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경주로 핵폐기장 부지가 확정된 이후에도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위치 선정을 둘러싼 지역 사회의 갈등, 각종 유치지원금 이행 여부와 시기를 둘러싼 갈등은 주민투표가 끝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애초 3000억원의 직접 지원금과 8조원에 이르는 간접지원 사업을 약속했으나, 직접 지원금 중 상당수는 경주지역 도로 개보수에 투입됐고, 3조5000억원으로 축소된 지역지원 사업은 그나마 절반 밖에 완료되지 않았다.

이에 경주시의회는 28일 열린 핵폐기장 준공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하는 등 갈등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불안한 방폐장 안전성

출처=산업부

 

경주 핵폐기장이 갖고 있는 문제는 핵폐기장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성에서도 드러난다.

2005년 주민투표 당시 공개되지 않은 지질평가보고서는 착공시점은 2008년에야 공개됐고, 이를 통해 부실한 지질과 지하수로 인한 방사성 물질 누출 우려는 건설기간 내내 제기됐다.

이는 단순한 우려로 그치지 않고 건설 공사기간 지연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05년 주민투표 당시 기존 핵폐기물 저장고가 포화돼 2008년 말까지 완공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처분방식 결정과 지원 사업 논란이 가속화되면서 2007년 7월에서야 건설계획이 확정됐다. 여기에 연약지반 문제로 네 차례나 연기되면서 결국 건설기간은 3배로 늘어나 버렸다.

더 큰 문제는 핵폐기장 건설 기간은 늘어났지만, 정작 중요한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별다른 대비책 제시가 없었다는데 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결국 경주 방폐장은 지하수에 둘러싸여 방사능 누출은 시간문제인 핵폐기장이 되어 두고두고 인근 지역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근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투표를 통한 경주 핵폐기장 선정과정은 한 때, 참여정부의 성공적인 갈등 조정사례로 소개되곤 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지원금과 지역갈등, 안전성 논란을 거치면서 이제 아무도 경주 방폐장을 성공사례로 언급하지 않는다.

이헌석 대표는 “경주 방폐장은 준공되지만, 방폐장 선정 과정에서의 갈등과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 발생하는 추가적인 문제점을 알리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parksoonj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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