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광복절은 여느 해와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70주년이 갖는 상징성이 우선 그렇거니와, 대규모 특별대사면과 임시공휴일 지정 등으로 다른 때보다 더 기념일 기분이 난다. 게다가 이 뜻 깊은 광복절을 앞두고 롯데그룹의 '실체'를 들춰냈으니, 뭔가 바로잡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이 좋은 기분이 독도를 돌아보는 순간, 찝찝함으로 바뀐다.

우리나라 자주권의 상징인 독도가 왜? 이 무슨 몰매 맞을 소리!!

그 이유는 당당한 자태를 뽐내며 우리의 동쪽 끝을 지키고 있는 독도 앞바다가 온갖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TV 취재진이 광복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7일 독도 앞바다를 확인한 결과, 철근와 그물, 심지어 포탄까지 각종 쓰레기가 해조류에 섞여 널려 있었다.

이에 해양수산부가 8월 한 달 동안 독도 앞바다를 대대적으로 청소하겠다면서 연일 잠수사를 투입해 바다에 가라앉은 쓰레기를 걷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현장취재를 다녀온 기자의 말로는 반나절도 안돼 갑판에 각종 해양쓰레기가 가득찬다고 한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한국해양환경관리공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어민들이 어획과정에서 버린 쓰레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해양쓰레기가 어민들이 투기한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 육상에서 강 등을 따라 바다로 흘러내려온 쓰레기가 훨씬 많다. 해상에서 발생한 쓰레기의 갑절에 이른다. 무려 11만8천여톤에 달한다.

이 쓰레기가 우리의 푸르른 바다를 오염시키고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바닷속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생태환경을 크게 위협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박의 안전운항을 저해해 대형 선박사고를 야기할 수도 있다.

해양쓰레기의 위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런 '위협적인 가설'도 가능하다. 우리가 함부로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를 떠다니다가 파도에 휩쓸리고 뜨거운 태양에 잘게 부서진다. 아주 작은 플라스틱 알맹이를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먹는다. 그 물고기들의 몸에 플라스틱의 유해성분이 녹아 쌓인다. 그 물고기를 포식자인 참치가 잡아먹고 그 참치를 인간이 잡아먹는다. 플라스틱 유해성분은 결국 우리 인간의 몸에 축적된다.

해양쓰레기가 가져올 위협이 이처럼 크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해양쓰레기 청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가 다른 나라로 떠밀려가지 않도록 하고, 또 다른 나라의 쓰레기가 파도에 쓸려 우리나라로 들어오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인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쓰레기 처리를 위해 2018년까지 모두 3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해안 쓰레기 수거예산만 해도 64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안타깝고 부끄럽게도, 우리의 해양쓰레기 처리능력은 극히 열악하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청항선(해양 부유 쓰레기 수거) 19척으로 연간 4000여톤을 처리한다고 한다. 연간 해양쓰레기 발생량이 약 17만톤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처리능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비경, '루스키'섬을 취재하고 돌아온 기자의 현장취재기를 보면, 그곳 해안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쓸려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생활쓰레기가 발견됐다고 한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우리의 생활습관이 먼저 바뀌어야 하겠지만, 동시에 해양쓰레기 처리 능력도 크게 높여야 한다.

독도를 방문해 자랑스런 우리 땅이라고 기념사진 열심히 찍는 것도 좋지만, 오고가는 뱃길에서 실수로라도 쓰레기 한 점 안 떨어뜨리는 일이 독도를 진정 아끼는 길이다. 해수부는 어민들이 버리는 폐그물 탓을 하지만, 해양쓰레기가 어디 어민들만의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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