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온실가스 감축 기여 방안(INDC) 후퇴 기정 사실화…세계 최초될 듯
학계, 국제적 망신·기후변화 '무역 장벽' 현실화 우려…IPCC 의장 선거도 부정적

(자료사진)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정부가 수립 중인 2020년 이후 '신 기후체제'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기여 방안(INDC)'이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제사회에 공언한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 목표보다 후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예정대로 후퇴한 목표치를 이달 중 제출한다면 한국은 신 기후체계 수립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감축 목표가 후퇴한 국가라는 불명예를 지게 된다.

4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의 INDC는 2030년 BAU 대비 감축 목표치에 대한 4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로 확정된다. 2030년 BAU 대비 14.7%를 감축하는 1안에서 31.3%를 감축하는 4안까지다.

현재 어떤 안으로 확정될 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절대량으로 봤을 때 5억8464만CO₂톤까지 허용하겠다는 4안을 포함, 모든 안이 2020년에 5억4300만CO₂톤을 배출하겠다는 지난 정부의 목표치보다 높다.

문제는 제출했을 때의 후폭풍이다. 국제사회가 지난해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2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한 '리마 선언' 10항에는 각국의 INDC가 현재 목표보다 상향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2020년 당초 목표치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 부분에 대해서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이 교토의정서 상 의무 감축국인 '부속서Ⅰ' 국가가 아니라서다. 과징금 등 강제력이 없다는 점도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힘든 부분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경우 국제사회에서의 신인도 면에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날 기준으로 INDC를 제출한 37개국 중 후퇴한 INDC를 낸 국가는 없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견해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개발도상국들도 동일하게 감축 목표치를 내는 만큼 정부가 오판해선 안 될 것"이라며 "오는 11월 파리 협상 자체를 망치는 국가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의 INDC가 후퇴하거나 낮을 경우 경제적으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까지 보고 있다. UNFCCC 사무국은 기본적으로 각국의 INDC를 전면 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은 상태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교수는 "UNFCCC가 현저하게 후퇴한 국가들을 모아서 보여 줄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유럽연합(EU)이 해당 국가에 연기금 투자를 하지 않거나, 프랑스에서 도입하는 투자·무역 장벽인 '국경세' 등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설령 4안에 맞춘다고 해도 국제 사회의 눈총을 피하기는 힘들다. INDC를 제출한 국가들 중 러시아와 캐나다의 경우 기존 목표치보다 줄어든 부분이 적다는 지적이 이어진 사례가 있어서다.

한명숙 의원 등 국회의원 62인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기후변화대응기본법'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해당 법안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50~80%까지 감축토록 명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오는 10월 치러질 세계기상기구(IPCC) 의장 선거에까지 부정적 영향이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의장 선거 후보자 4인 중 한국인인 이회성 IPCC 부의장이 속해 있어서다. 결과에 따라 이 부의장의 총재 출마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선 정부의 이중적 행태 역시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국제 무대는 신뢰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UNFCCC는 오는 11월1일 각국이 제출한 INDC를 모아 보고서로 제출할 예정이다. 해당 보고서는 같은달 30일부터 시작되는 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다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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