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 경량화부터 제로화까지...대체재로 종이 주목
생분해 기술 도입...식물성 포장재·바이오 페트 활용
재생 플라스틱 적극 활용...업사이클링 제품 현장 적용

사람에게 생애주기가 있듯 물건에도 ‘생산-유통-판매-사용-폐기‘라는 라이프사이클이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됩니다. 유통기업은 이 중 어디에서 어떻게 탄소배출을 줄일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환경적 책임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유통업계에서 실천할 수 있는 ‘넷제로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생산단계에서의 ‘플라스틱 퇴출’, 사업장 및 매장에서의 ‘에너지 전환’, 유통현장에서의 ‘녹색물류’입니다. 먼저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 및 탄소저감을 위한 플라스틱 퇴출 움직임을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과거와는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 유통기업들은 ‘탈플라스틱’을 탄소중립 시대의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과거와는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 유통기업들은 ‘탈플라스틱’을 탄소중립 시대의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과거와는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플라스틱에 대한 색다른 접근이 절실하다. 소비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제품군을 생산·유통하고 있는 기업들은 ‘탈플라스틱’을 탄소중립 시대의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기업들은 포장 규격을 바꾸거나 없앰으로써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플라스틱을 대체할 식물성 소재와 바이오 기술을 개발하고, 이미 사용된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 포장재 경량화부터 제로화까지...대체재로 종이 주목

플라스틱을 쉽고 강력하게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포장재 제로화 및 경량화다. 불필요한 포장재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공간과 규격을 조정함으로써 원료는 물론, 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와 탄소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다. 

생수·음료업계는 이와 관련해 라벨 없애기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무라벨 생수 및 음료는 비닐 폐기물을 줄이는 효과와 함께 분리배출 편의성을 높여 투명 페트병의 재활용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롯데칠성음료, 제주개발공사가, 농심 등 국내 3대 생수 기업에서 무라벨 제품을 출시했고, 로터스, 풀무원샘물, 하이트진로음료, 오리온 등 기업에서도 무라벨 생수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주로 묶음제품으로 출시되던 무라벨 제품을 낱병으로 선보이면서 포장방식도 다양화하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를 비롯해 편의점에서도 무라벨 생수 PB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기업들은 무라벨 생수 페트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무라벨 음료도 증가하는 추세다. 동원F&B는 차음료 ‘에코보리’에서 라벨을 없애고 페트병 경량화를 통해 무게를 25% 줄였다. 기업은 포장재 경량화를 통해 과대포장과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예컨대 롯데제과는 찰떡아이스와 팥빙수의 플라스틱 용기 중량을 10%가량 낮췄고, 농심은 생생우동 묶음포장을 밴드로 감싸는 방식으로 바꿔 연간 약 10톤의 플라스틱 필름 사용량을 줄였다.  

식품·제과업체는 트레이를 아예 없애거나 재활용이 용이한 다른 소재로 바꾸고 있다. 트레이는 유통 중 제품 파손 예방 및 품질 유지 등을 이유로 사용돼 온 대표적인 플라스틱 포장재 중 하나다. 관련해 오리온은 초코칩쿠키 트레이 크기를 5mm 줄였고, 롯데제과는 카스타드, 엄마손파이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완충재를 전량 종이 재질로 변경했다. 해태제과는 홈런볼 생산라인을 바꿔 기존 플라스틱 트레이 대신 친환경 소재 트레이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이는 플라스틱이 빠진 자리를 대신할 대표적인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분리배출이 용이하고 재활용률이 높은 소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관련해 동서식품은 맥심 커피믹스 대규격 제품 손잡이를 폴리에틸렌 소재에서 종이로 바꿨고, 컵 커피 제품군에 합성수지 코팅을 하지 않은 종이 빨대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각 연간 약 200톤 이상, 36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저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세븐일레븐은 올해 편의점에서 최상위권 판매량을 기록하는 플라스틱 얼음컵을 종이로 바꿨다.

◇ 생분해 기술 도입...식물성 포장재·바이오 페트 활용

석유 기반 플라스틱에서 벗어나기 위해 식물성 소재나 바이오 기술을 적용한 제품 및 포장재를 확대하는 움직임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풀무원이 개발한 바이오 페트 재질의 친환경 샐러드 용기. (풀무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석유 기반 플라스틱에서 벗어나기 위해 식물성 소재나 바이오 기술을 적용한 제품 및 포장재를 확대하는 움직임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풀무원이 개발한 바이오 페트 재질의 친환경 샐러드 용기. (풀무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석유 기반 플라스틱에서 벗어나기 위해 식물성 소재나 바이오 기술을 적용한 제품 및 포장재를 확대하는 움직임도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생분해성으로 업계에서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발생하는 사후처리 문제뿐만 아니라 포장재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문제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롯데마트는 칫솔 등 치위생용품 PB상품에 플라스틱 대신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와 나무를 주 원료로 한 무독성 신소재를 적용했다. 자연에서 생분해되는 원료에 친환경 패키징을 적용한 제품으로 ESG 경영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으로 알려진다. 

CJ프레시웨이 아이누리는 올해 생분해성 포장재를 사용한 엽채류를 출시했다. CJ프레시웨이에 따르면 해당 포장재는 식물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PLA 소재로 환경호르몬이나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없고 폐기 시 퇴비화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행복한콩 두부’ 묶음 제품에 PLA 포장재와 PLA와 PHA를 혼합한 포장재를 선보이기도 했다. 토양뿐만 아니라 바다에서도 생분해되는 PHA를 활용한 식품 포장 비닐을 시중 제품에 적용한 것은 업계 최초라 당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편의점에서도 기존 비닐봉투를 생분해성 원료로 만든 친환경 봉투로 교체하는 추세다. 이를테면 지난해 세븐일레븐이 선보인 생분해성 비닐은 180일 이내에 물과 이산화탄소로 자연분해되는 특징이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전국 가맹점에서 연간 사용되는 일회용 비닐봉투 약 1억1000만 개를 생분해성 봉투로 대체하면 탄소배출량을 약 4620톤 절감할 수 있다.

최근에는 풀무원이 개발한 바이오 페트 재질의 친환경 샐러드 용기가 탄소 배출 감소 효과와 재활용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환경부의 환경표지 인증을 받으면서 주목 받았다. 해당 용기는 기업 급식 사업장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구성 원료 중 일부에 사탕수수 추출 원료를 적용해 친환경성을 높였다. 풀무원에 따르면 사탕수수 유래 추출물을 30% 함유해 제조·유통·소각 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약 20% 줄이는 효과가 있다.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유통업계는 친환경 포장재 개발을 위해 협업 체제를 구축하거나 해외에 친환경 소재 전용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등 기존 플라스틱 문제를 해소할 생분해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재생 플라스틱 적극 활용...업사이클링 제품 현장 적용

락앤락, CJ대한통운, 투썸플레이스가 협업해 만든 첫 번째 협업 결과물인 다회용박스와 패딩머플러. 자투리 플라스틱과 폐페트를 사용해 만들었다. (락앤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락앤락, CJ대한통운, 투썸플레이스가 협업해 만든 첫 번째 협업 결과물. 다회용박스는 자투리 플라스틱으로, 패딩머플러는 폐페트를 사용해 만들었다. (락앤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생산 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만큼 이미 사용된 플라스틱을 어떻게 재사용 또는 재활용할 것인지도 기업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적극적인 업사이클링을 통해 원료를 아끼고 쓰레기 배출을 줄일 수 있어서다. 특히 자원순환 결과물을 유통구조에 다시 활용하는 노력도 중요하게 조명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과일, 채소, 수산물 등 신선식품 포장용기에 재생 플라스틱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는 기존 플라스틱 팩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재생 페트 원료로 전환, 신규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고 플라스틱 폐기량까지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 1000톤 이상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사에서 판매한 폐페트병을 회수해 유니폼으로 업사이클링해 현장이나 매장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GS25, 롯데칠성음료, 동원F&B 등은 아웃도어 브랜드 등과 협업해 버려지는 페트병을 현장 유니폼으로 되살렸다. 1벌의 유니폼 제작에는 500ml 폐페트병이 14개에서 18개가량 사용된다. 

협업을 통해 버려질 뻔한 플라스틱을 제품으로 재탄생시킨 사례도 있다. 락앤락은 지난해 말 자투리 플라스틱을 활용한 다회용 박스와 폐페트를 사용한 패딩 머플러 등 업사이클링 굿즈를 선보였다. 지난 7월 락앤락과 CJ대한통운, 투썸플레이스 등으로 출범한 ‘탄소ZERO 협의체’의 첫 번째 협업 결과물이다.

다회용 박스는 락앤락 식품보관용기를 만들고 남은 플라스틱 조각인 폴리프로필렌으로 재탄생했다. 1000개 제작에 자투리 플라스틱 400kg이 사용됐다.  락엔락에 따르면 PP 소재라 내구성이 뛰어나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패딩 머플러는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와 자투리 천으로 완성했다. 투썸플레이스 매장에서 수거한 일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충전재인 솜를 만들고, CJ대한통운의 친환경 순환물류 시스템을 통해 해당 컵을 역회수해 탄소배출을 줄였다고 전해진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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