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환경 질문...제품이 어디에 담겼나?
지구에 쌓이는 플라스틱...없으면 샤워 못한다?
소비자 “과도한 포장에 제품 구매 바꾼 경험 있다”

기자가 먼저 도전해본건 고체비누와 고체치약이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브랜드가 많으나 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일단 익숙한 뷰티 브랜드 제품을 골랐다. 기자가 핸드크림을 주로 사용하는 해외 브랜드의 고체비누, 그리고 샤워밤을 주로 사는 브랜드의 고체치약을 샀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 없으면 살 수 없는 요즘의 인류를 두고 어떤 이들은 ‘호모 플라스티쿠스’라고도 부른다. 플라스틱을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줄일 수는 없을까? 바디워시 대신 고체비누를 쓰면서 그런 시도를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금은 플라스틱 시대다. 플라스틱 없으면 살 수 없는 요즘의 인류를 두고 어떤 이들은 ‘호모 플라스티쿠스’라고도 부른다. 플라스틱을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줄일 수는 없을까? 바디워시 대신 고체비누를 쓰면서 그런 시도를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용기를 빼고 알맹이만 사용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우리는 플라스틱을 여러 분야에 사용한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 중 하나가 포장재다. 그린피스가 지난 2020년 3월 발간한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생산된 플라스틱의 약 40%가 다른 물건을 포장하는 데 쓰였다.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어떤 물건을 사용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플라스틱을 쓰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다.

그린피스는 앞서 2019년 12월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를 통해 “1분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며 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 포장재”라고 밝혔다. 포장재는 처음부터 한 번만 쓰고 버리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그것이 어떤 영향을 낳을지는 대한 고려는 거의 없다.

물론 포장재를 ‘쓸데없는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제품 모양이나 신선도를 보호하기 위해 포장이 꼭 필요하고 제대로 포장되지 않으면 유통이나 사용이 불가능한 제품도 많다. 소비자에게 안전하게 많은 양을 효율적으로 유통하기 위해서도 제품을 잘 포장하는 건 필요하다. 다만 제품을 포장하는 소재와 방법이 효율적이고 환경적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

◇ 중요한 환경 질문...제품이 어디에 담겼나?

플라스틱 전반의 문제부터 먼저 짚어보자. 세계가 일제히 플라스틱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은 지난 2018년 플라스틱 전략을 발표했고 플라스틱 제품의 시장출시 금지, 사용량 감축, 생산자책임 확대등 다방면으로 규제전략을 내세웠다. 아울러 오는 2030년까지 포장재에 쓰이는 플라스틱을 재활용 가능한 물질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8년 플라스틱 관리 전략을 세운 일본은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을 25% 감축할 계획이다. 스마트 플라스틱 캠페인을 시행하고 2030년까지 용기 포장재의 60%를 재사용 및 재활용 가능한 물질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플라스틱 포장재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은 얼마나 될까. 그린피스는 보고서를 통해 일부 제품들의 경우 “포장재에 담긴 일용소비재 제품의 환경 영향을 크게 증폭시킨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그린피스는 영국의 추정치를 인용해 “전체 청량음료 부문 탄소발자국의 약 24%를 페트병이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통 과정보다 그 영향이 크다”라고 언급했다. 이 기사에서 언급하려는 욕실 용품이 아니라 일용소비재 군에 관한 조사였지만 제품이 어디에 담겨있느냐가 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는 되짚어볼 만 하다.

우리나라 사정은 어떨까. 한국인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생산된 일회용 플라스틱은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는다. 그린피스가 보고서를 통해 밝혀낸 국내의 물질 재활용률은 20% 안팎이다. 반면 매립장과 소각장은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로 배달음식 등의 이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일회용 용기 문제는 더욱 커지는 추세다.

◇ 지구에 쌓이는 플라스틱...없으면 샤워 못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플라스틱 소비량이 가장 많은 분야 중 하나가 포장재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거의 절반이 포장재다. 대부분은 재활용되거나 소각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의 평균 수명이 건설재료 35년, 전자제품 20년인 것에 비해, 포장재는 평균 6개월 이하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소비량 가운데 이러한 포장재가 가장 많다는 것이 플라스틱 위기의 근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이 플라스틱이 아니어도 그 제품이 플라스틱에 담긴 사례가 주위에 많다.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바로 욕실이다. 바디워시와 고체비누를 가지고 환경 얘기를 하려는 이유는 바로 그래서다.

‘용기’ 관점에서 문제를 보자. 기자의 욕실에만 해도 플라스틱 용기가 최소한 6개다. 샴푸와 린스, 컨디셔너, 클렌징오일, 바디워시, 손세정제를 사용해서다. 작년부터 고체비누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샴푸바 등을 사용해 플라스틱 용기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지만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제품들은 어쩔 수가 없다. 선물받은 것들도 플라스틱 용기에 담겼다. 모르긴 해도 기자뿐만 아니라 모두의 욕실 풍경이 비슷할 터다.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플라스틱 칫솔로 이를 닦고, 플라스틱 컵으로 입을 헹군 다음 칫솔을 플라스틱 살균통에 넣는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폼 클렌저를 짜서 세안하고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샴푸와 역시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린스로 머리를 감는다.

핸드워시도, 면도기도, 미스트와 스킨, 에센스, 로션, 수분크림도 모두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다. (미스트는 용기 재질이 뚜껑이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이 지구를 더럽힌다는 문제의식이 있는데, 플라스틱이 있어야 인간이 깨끗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다.

◇ 소비자 “과도한 포장으로 제품 구매 바꾼 경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고 ‘알맴이’만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여려 곳에서 일었다. 알맹상점을 비롯한 리필숍과 제로웨이스트샵이 여러 곳 문을 열었고 기자도 고체비누와 고체치약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욕실에서 꾸준히 배출되는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고 싶어서다.

기자의 경우 처음에는 핸드크림을 주로 사용하던 해외 브랜드의 고체비누, 그리고 샤워밤을 주로 사는 브랜드의 고체치약을 샀다. 내가 사용한 제품의 성분과 하수도에 버려졌을 때 물에 미칠 영향까지 꼼꼼히 따져본 것은 아니고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체비누는 정말 바디워시보다 환경적일까? 비누는 종이로 이중포장돼 있었다. 내부가 코팅된 느낌이긴 했으나 겉포장지는 그냥 종이처럼 보였다. 코팅된 부분은 재활용이 안 되겠지만 플라스틱보다는 처리가 쉬워 보였고, 종이는 재활용이 가능하니 플라스틱 제품보다 환경적인 영항은 나아 보였다. 그 이후부터 최근까지는 한 유명브랜드의 뷰티바를 사용한다.

다른 소비자들은 어떨까. 지난 2019년 12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녹색소비자연대는 소비자의 날을 맞아 소비자 인식도를 조사했다. 당시 설문 결과 응답자의 77.4%가 ‘제품 구매 시 플라스틱 포장이 과도하다고 느낀다’고 답했으며, 절반 가까이(48.6%)는 ‘과도한 포장으로 인해 구매 제품을 바꾼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욕실용품에 한정된 질문은 아니지만 소비자들 역시 제품이 무엇으로 포장돼 있는지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32번째는 바디워시와 고체비누입니다.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이려는 사람들이 시도하고 있는 변화이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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