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버리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소재는 없다?
소비자 82.2% “환경·지속가능 소비 의향 있다”

다들 녹색제품과 에코소비, 그린슈머를 말한다. 환경적인 제품을 팔고 환경적인 관점에서 소비하자는 의미다. 그런데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게 환경적일까? (그래픽 :최진모 기자,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다들 녹색제품과 에코소비, 그린슈머를 말한다. 환경적인 제품을 팔고 환경적인 관점에서 소비하자는 의미다. 그런데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게 환경적일까? (그래픽 :최진모 기자,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다들 녹색제품과 에코소비, 그린슈머를 말한다. 환경적인 제품을 팔고 환경적인 관점에서 소비하자는 의미다. 그런데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게 환경적일까?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덜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소재는 없다’라고 말하는 자원순환 전문가도 있다. 어떤 까닭일까?

◇ 소비와 버리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우선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소비는 경제를 살린다.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건 경제적인 관점에서 ‘좋은’ 신호로 해석된다.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돈이 잘 돌아야 하고 돈이 돈다는 건 결국 소비를 뜻한다.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고 모으는 것도 중요하고 불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쓰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인류는 충분히 (하지만 적당히) 소비해야 한다.

여기서 전제할 것은, 소비는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가 환경에 해를 끼치려는 마음이 없더라도 물건을 사면 쓰레기가 생긴다. 환경적으로 나쁜 물건을 사야만 그러는 것도 아니다. 원료를 얻고 그걸 가공해 제품을 만들어 포장하고 운송해 진열하고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과정이 있어서다.

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고, 기업도 그 과정에서의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어쨌든 그 과정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제품의 환경영향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당연히 물건을 만드는 기업과 정책을 운영하는 국가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하나씩 짚어보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는 환경적인 이유로 육식을 거부하는 한 등장인물이 ‘경유를 사용한 트럭으로 운송했을 것’이라는 이유로 토마토를 먹지 않으려는 장면이 나온다. 조금은 과장된 장면이지만 실제로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은 크든 작든 환경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버려질 때도 마찬가지다. 만일 제품을 비효율적으로 많이 구매하거나, 너무 자주 버리면 환경에는 그만큼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과 환경 사이의 관계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꼭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는 것은 버려지는 것을 줄이는 방법일 수 있다. 새것을 자꾸 사는 대신 가진 물건을 아껴 오래 사용하면 버려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과정에서의 근본적인 습관을 바꾸는 일’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소재는 없다?

무엇을 어떻게 소비하는 게 좋을까? 흔히 생각하는 ‘친환경 소비’의 개념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친환경 소비는 무엇을 뜻할까? 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구매하면 될까? 자연에서 유래한 성분을 사용하면 괜찮을까? 귀가 솔깃한 일이지만 전문가들은 조금 다른 접근을 내놓는다. 적당히 사서 오래 쓰고 다시 쓰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8월 서울환경연합 등이 주최한 ‘대담한 쓰레기 대담’에서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소재는 없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친환경 소재여도 사용하는 양이 많아지면 환경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취지였다. 비슷한 걸 많이 사거나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을 구매하지 말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질 좋은 물건들을 사용하자는 뜻이다.

제품 또는 소비심리와 쓰레기의 관계가 그렇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좋은 취지의 질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그 제품을 사용하는 습관, 그리고 그 제품을 얼마나 사용하고 언제 버리느냐에 따라 쓰레기의 양과 질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아서다.

‘필요한 물건만 소유한다’는 건 불필요한 물건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의미와도 연결된다. 예를 들어 텀블러는 한 개 또는 두 개를 가지고 돌려써도 충분하다. 에코백도 종류별로 쌓아둘 필요 없이 자주 가지고 다니는 한 두 개만 있으면 (환경적으로는) 충분하다. 개수가 많으면, 제품 생산과 폐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을 고려할 때 오히려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소비자 82.2% “환경적인 용품 구매 의향 있다”

희망적인 조사결과가 있다. 환경오염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며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소비를 하겠다고 밝히는 소비자가 많아서다. 지난 2020년 6월 한국피앤지와 자원순환사회연대가 국내 소비자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실천 행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95% 이상이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5.5%가 “환경오염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81.6%의 응답자는 “환경문제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추구하는 생활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답했다. 당시 한국피앤지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는 더 이상 실천하면 좋은 행동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필환경 시대’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비습관에 대한 응답도 보자. 전체 응답자의 82.2%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용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라고 대답했다. 다만, 이들 중 실제로 지난 3개월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노력한 응답자는 25.5%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응답자의 73.3%는 “제품을 구입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 편의성을 포기하더라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라고 답했으나, 실제 포장이 간소하거나 제조에서 폐기까지 자원이 절약되는 농축 제품을 의식적으로 구매하고 있는 인원은 10.9%정도였다.

당시 조사결과를 두고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환경은 소비자의 실천, 기업의 자발적 노력, 그리고 정부의 정책 정비 이 세 측면이 동시에 이뤄져야 가능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균형 잡힌 참여가 동반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미래 세대를 위해 불필요한 생활 폐기물을 줄이는 재포장 금지와 같은 규칙은 제조, 유통 및 판매 업체와 정부, 시민사회가 적극 참여해서 이루어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55번째 주제는 소비와 환경의 밀접한 관계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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