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앞에 잔뜩 모아 둔 쓰레기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80번째 사진은 공원 벤치 앞에 잔뜩 버려진 쓰레기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 봄, 새벽 7시에 동네 공원에서 찍은 사진. 지난 밤 여기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한 기자 2021.4.10)/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봄, 새벽 7시에 동네 공원에서 찍은 사진. 지난 밤 여기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한 기자 2021.4.1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몇 달 전에 찍은 사진이다. 조깅하러 집 근처 공원에 갔는데 벤치 앞에 저렇게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었다. 한 사람이 버린 양은 아닌 것 같고, 여러 사람이 버렸다면 저렇게 한데 모아둔 이유가 뭔지 무척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

종류도 다양하다 과자봉지에 빵봉지, 소세지, 초콜렛, 음료수와 생수, 그리고 햄버거와 탄산음료까지, 누군가 여기 모여서 작은 파티라도 열었을까? 사진을 찍은 곳 바로 옆에 초등학교여서 철 없는 아이들이 그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 사진은 오전 7시에 찍었다. 전날 밤에 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버렸을 가능성이 높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자유와 권리가 있지만 그 흔적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치워야 할 의무도 있다. 저런 공원을 우리는 ‘공공장소’라고 부른다. 나만의 공간이 아니라 남을 생각해야 하는 공간이다. 그런 곳에 저렇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있다니, 그야말로 믿고 싶지 않은 일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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