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스물 한번째 시리즈는 PET입니다. 재활용이 비교적 잘 되는 소재인데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PET병을 둘러싼 환경 관련 이슈를 정리합니다. [편집자 주]

최근에는 페트병을 둘러싸고 무라벨 제품을 생산하거나 의류 등으로 재활용하려는 노력이 시도되는 등 여러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재활용이 쉬운 투명페트병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일선 업체들과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49억개의 생수 PET병을 사용한다. 다 쓴 병을 모두 연결하면 지구를 10바퀴도 넘게 돌 수 있는 양이다 생수만 그렇고 PET소재를 사용한 다른 병을 생각하면 그 양은 더 늘어난다 이 많은 일회용 병들은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49억개의 생수 PET병을 사용한다. 다 쓴 병을 모두 연결하면 지구를 10바퀴도 넘게 돌 수 있는 양이다 생수만 그렇고 PET소재를 사용한 다른 병을 생각하면 그 양은 더 늘어난다 이 많은 일회용 병들은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을까?

기자도 PET병(이하 페트병)에서 자유롭지 않다.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며 정수된 물을 먹지만 그래도 페트병에 담긴 물이나 음료의 편리함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유리 등에 담는 것도 방법이지만 무겁거나 깨지기 쉬워 아무래도 불편하다. 아마 유통과정에서의 효율을 생각해도 페트가 더 편리할 것 같다.

PET는 재활용이 비교적 잘 된다. 실제로 최근에는 페트병을 수거해 그 소재를 가지고 옷 등으로 재활용했다는 기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페트의 자원순환구조를 생각하면 그런 방법이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덜 환경적이라고도 지적한다. 어떤 까닭일까? ‘줄여야 산다’ 스물 한 번째 시리즈를 통해 하나씩 짚어보자.

◇ 연간 49억개...대한민국은 페트병 바다?

인류의 하루는 페트병으로 시작해 페트병으로 끝난다. 아침 일찍 마시는 생수도, 점심에 마시는 음료수도, 자기 전에 마시는 냉장고 속 물도 페트병에 담긴 경우가 많다. 정수기를 사용하면 페트병에 담긴 생수는 덜 마시겠지만 우리는 손만 뻗으면 어디서나 페트병을 포함해 관련 소재 물건을 사용한다.

페트병은 쉽게 말하면 ‘페트’로 만든 병이다. 페트(PET)의 풀네임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로 플라스틱의 여러 종류 중 하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백과 쇼핑용어사전에 따르면 페트는 저렴하고 내구성이 뛰어나 유리병을 대신해서 탄산음료 등 식음료 용기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는 생수병이나 음료병 등이 페트 소재다.

우리는 페트병을 얼마나 많이 사용할까. 그린피스가 지난 2019년 장용철 충남대 교수팀과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연간 생수 PET병 96개를 사용한다. 국내 전체로 따지면 연간 49억개로 무게가 7만 1400여톤에 달한다. 생수병 평균 지름을 10Cm라고 가정하면 지구를 10.6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물론, 이는 PET병 전체 사용량이 아니라 생수병만 조사한 숫자다. 그린피스는 위 내용이 담긴 보고서(플라스틱 대한민국 : 일회용의 유혹)를 통해 “1분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며 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 포장재”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 바다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의 82%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며 2017년부터 연근해에서 폐사한 거북이 44마리를 부검한 결과 20마리가 플라스틱을 삼키고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주장했다.

◇ 페트병을 버리는 올바른 방법에 대하여

페트병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펀리해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과거 블로그에 게재한 페트병 재활용 관련 게시물에서 “페트병은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뛰어나고 탄산가스나 산소차단성이 높고, 투명하기 때문에 음료병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페트병은 어떻게 버리는게 좋을까. 환경부 등이 운영하는 앱 ‘내 손안의 분리배출’에 따르면 PET는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구는 등 이물질을 제거해 배출해야 한다. 앱은 부착상표, 부속품 등 본체와 다른 재질은 제거한 후 배출하라고 안내한다.

그러면 마개와 고리를 모두 다 떼어야 할까? 아니다. 지난해 서울시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관련 규정을 바꿨다. 투명페트병(과 폐비닐)은 일주일에 하루, 정해진 날짜에 봉투에 따로 담아 배출하는 내용이다. 당시 서울시와 각 구청 등이 주민에게 홍보한 바에 따르면, 투명 페트병은 (내용물을 세척하고 라벨을 제거한 다음) 압착해서 뚜껑을 닫아 배출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 관련 내용을 알리면서 “개인이 뚜껑 고리까지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고, 뚜껑과 뚜껑 고리는 페트병 파쇄, 세척 등의 재활용 처리 과정에서 ‘비중 차이’로 쉽게 분리 가능하므로, 라벨지만 제거 후 압착하여 뚜껑을 닫아 같이 배출하라”고 안내했다. 비중 차이로 인한 분리는 버려진 페트병을 잘게 부순 다음 액체에 담가 뜨는 것과 가라앉는 것으로 분리한다는 의미다.

당시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쓰레기를 매립할 수 있는 장소는 줄어들고, 태울 수 있는 소각시설을 더 만들기도 어렵다. 사용량을 대폭 줄이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미 익숙해진 것들을 무작정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버려진 것들이 잘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분리배출제’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들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줄여야 산다’ 2편에서는 페트병 재활용을 둘러싼 최근의 경향과 그를 둘러싼 의견 대해 보도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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