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구상나무 군락에 미친 영향
“달라진 기온에 결실량 급감...해충 피해도”
종자 저장, 보전·복원 시범사업 등 노력 이어져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40번째 주제는 요즘 한창 수요가 많은 크리스마스 트리입니다. 트리로 어떻게 기후위기를 읽을 수 있을까요? [편집자 주]

크리스마스트리를 주로 만드는 나무가 있다. 구상나무다.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침엽교목으로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구상나무는 한라산, 지리산. 무등산, 덕유산의 높이500∼2,000m 사이에서 자란다. 유럽에서는 한국전나무로 부르며 크리스마스 트리로 애용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크리스마스트리를 주로 만드는 나무가 있다. 구상나무다.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침엽교목으로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구상나무는 한라산, 지리산. 무등산, 덕유산의 높이500∼2,000m 사이에서 자란다. 유럽에서는 한국전나무로 부르며 크리스마스 트리로 애용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크리스마스트리를 주로 만드는 나무가 있다. 구상나무다.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침엽교목으로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구상나무는 한라산, 지리산. 무등산, 덕유산의 높이500∼2,000m 사이에서 자란다. 유럽에서는 한국전나무로 부르며 크리스마스 트리로 애용한다.

구상나무는 1920년 영국인 식물학자 어니스트 헨리 윌슨에 의해 처음 알려졌고 학명도 ‘아비에스 코레아나(Abies Koreana)’다. 우리나라 고유 수종으로 앞서 언급한 백과에 따르면 모양이 아름다워 관상수·공원수 등으로 좋으며, 목재는 재질이 훌륭하여 가구재 및 건축재 등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최근 이 구상나무가 위기에 처했다는 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려온다. 기후위기로 고사가 진행돼 2011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위기종으로 분류했으며, 최근 20여년 사이 30% 이상 고사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열매가 크게 줄어들고 해충 피해까지 발생했다. 지난 10월 산림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라산 구상나무에 구과가 맺힌 나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생태원도 지난 10월 블로그를 통해 “높은 곳에 살고있는 생물은 1도가 오를때마다 100m이상의 서식지 변화를 겪는다”고 언급하면서 “고도가 높은 남부지역에 적응한 북방계 식물 구상나무는 기후변화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 기후변화가 구상나무 군락에 미친 영향

기후변화는 구상나무 군락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10월 “한라산 구상나무의 구과(열매) 결실량 모니터링 결과, 구과가 맺힌 나무가 거의 없으며 달린 구과마저도 해충 피해를 심각하게 받아 보존 및 복원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라산 영실 지역 구상나무 45개체(수고 1.5m 이상)를 대상으로 심층 조사한 결과, 15개체만 평균 34.8개(1∼123)의 구과를 맺었고, 이마저도 해충 피해가 심각했다. 작년에는 27개체 중 26개체가 건전했으며, 평균 69개(8∼272)의 구과가 달렸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산림청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10개체에서 구과 3개씩 총 30개를 채취하여 관찰했더니 한 개만 건전하였고, 충실한 종자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또한 충실한 종자 비율이 95.9%였던 작년과는 현저히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산림청은 “매년 결실이 가장 양호한 것으로 확인되는 백록담을 포함해 Y계곡, 백록샘, 남벽분기점, 장구목, 진달래밭 등 전 지역에서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상은 올해 봄철 이상기후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 “달라진 기온에 결실량 급감...해충 피해도”

구상나무는 암수한그루로 암꽃은 대개 5월에 달리며 수분이 이루어지면 구과가 되어 10월까지 익는다. 그러나 올해 5월 초 한라산에는 기온이 급강하고 상고대가 맺히는 등의 이상기후 현상이 있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4월 26일부터 5월 10일까지 영실 지역 일평균기온을 비교한 결과, 구과가 비교적 잘 달린 해에는 5.0∼18.1℃를 유지했다. 반면 구과가 잘 달리지 않은 해에는 10℃ 안팎으로 유지되다 3.6∼4.5℃로 급감하고 다시 회복되는 특성을 보였다.

2018년과 2019년, 그리고 2021년에는 공통적으로 5월 초 상고대가 나타나고 일최저기온이 0.1℃까지 떨어지기도 해 개화기의 급격한 기온 변화가 구상나무 구과 결실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임은영 연구사는 “기후변화로 인해 풍매화인 구상나무의 꽃가루 날림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데, 개화와 결실로 이행되는 단계에서 기온이 급강하여 결실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급감한 구과들에 대한 해충의 경쟁적인 가해는 더욱 심각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라산 백록담 인근의 구상나무 모습.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라산 백록담 인근의 구상나무 모습.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종자 저장, 보전·복원 시범사업 등 노력 이어져

구상나무를 보호하려는 노력들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한수정) 소속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지난 11월 유한킴벌리와 구상나무 종자 시드볼트 저장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9월 한수정과 유한킴벌리가 구상나무숲 현지외 보존원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에 따른 후속 조치다.

한수정과 유한킴벌리는 협약에 따라 전국 구상나무 자생지에서 종자수집 활동을 벌이고 구상나무 살리기 운동을 진행한다. 양 기관은 전국 구상나무 자생지에서 수집된 종자 10집단 40개체 2만여립을 수목원내 ‘시드볼트’에 저장했다. 야생식물종자 영구 저장시설이다.

한화솔루션도 최근 구상나무 관련 캠페인에 나섰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14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해요 에코크리스마스'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구상나무 관련 내용을 담았다. 기후변화로 나무가 위기에 처했고 이를 막기 위한 대응 활동을 독려하자는 취지다.

이벤트에는 트리 조명 최소화, 선물포장 간소화 등 에너지 절감 활동을 주위에 알리는 프로그램도 포함돼있다. 한화솔루션 측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모든 사람이 동참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실천 교육, 기후위기로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등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림청은 지난 7월 정부대전청사에서 지구온난화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지리산 구상나무 보전·복원 시범사업을 위한 2차 전문가 회의를 개최했다. 앞서 산리부문 탄소중립 전략을 마련할때도 구상나무 등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 점검 및 현지 외 보전원 조성 등의 내용이 포함된 바 있다. 국립생태원도 지난 2015년 구상나무 보전 및 복원을 위해 유관기관과 공동연구를 진행했고 2020년 구상나무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후위기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구상나무를 둘러싼 각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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