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국회 상정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이 최종처분장 될까 우려"
"공론 없는 법제화 문제있다, 근본적인 대책 찾아야"

사진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원전에서 나온 핵폐기물을 관리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한 가운데 일각에선 임시저장시설이 영구화되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공정한 법제화를 위해 주민들의 의견 수렴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전경.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오현경 기자] 원전에서 나온 핵폐기물을 관리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한 가운데 일각에선 임시저장시설이 영구화되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공정한 법제화를 위해 주민들의 의견 수렴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3일 국회 상임위원회에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상정됐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절차와 책무를 규정하는 특별법안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방사선이 강한 핵폐기물을 의미하며, 전력 생산 후 남은 핵연료인 ‘사용후핵연료’가 이에 해당된다. 

문제는 사용후핵연료의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부지 내에 임시저장시설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후 중간저장시설을 거쳐 영구처분지에서 보관하는 방향이다. 현재 국내 원전은 24기가 가동 중인 가운데 사용후핵연료는 51만여 다발이 저장되어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그러나 임시저장시설만 있을 뿐, 그마저도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지만 향후 대책이 없는 상태다. 

고준위 특별법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을 수립하고 관리시설의 부지를 선정하는 독립행정위원회가 설치된다. 그동안 고준위 폐기물 관리에 대한 절차, 책무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환경단체에서도 이와 같은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임시저장시설 관련 법안 32조 조항(‘부지 내 저장시설’)이다. 환경단체 등은 법안을 따를 경우 핵발전소 부지 안에 고준위 핵폐기물이 기한 없이 저장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안재훈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되어왔다”라며 “이번 부지 내 저장시설 조항을 통해 부지 안에 저장시설을 늘리는 것을 용인하게 되면 굳이 반대를 무릅쓰고 최종처분장을 찾으려는 노력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법 조항에 임시저장시설에 대한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라며 “중간저장시설이나 최종처분장이 지어지지 않으면 핵폐기물이 그 지역에 계속 머무르게 된다는 의미다. 임시저장시설이 최종처분시설이 될까 우려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산업계를 위한 조항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지 내 저장시설을 건설 및 운영하게 규정한다는 지적이다.

임성희 녹색연합 에너지전환팀장은 지난 24일 고준위 특별법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통해  “핵폐기물을 줄이는 것보다, 핵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양산하기 위해서, 핵발전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 양산되는 핵폐기물 관리 처분에는 관심 없는 핵산업계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 “임시저장 문제, 지역주민과 충분한 논의 후 결정해야”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만큼 법제화 전에 지역주민, 시민사회, 전문가 등의 공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 위원장은 핵 폐기물 처리문제에 대해 조항을 만들려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현재 정부는 주민들에게 마치 중간저장시설이나 최종처분장을 금방 지을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잠시 보관하겠다는 식이다. 그런데 임시저장시설은 정부나 사업자의 책임도 덜하기도 한다. 그런 시설을 법으로 규정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경주 월성 원전 건식저장시설인 ‘월성 맥스터’ 증설에 대한 주민투표 논란을 언급하며, 의견 수렴 범위도 명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월성 맥스터 증설 논란은 원전 인근 지역 주민 의견수렴 과정에서 경주시민으로만 시민참여단이 구성됐다. 반면 원전 반경 7~8km인 울산 북구를 포함해 인근 지역인 울산 시민의 경우 자체 주민투표결과 약 5만 명 중 95%가 반대를 했음에도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도 경주시민 의견만 반영되는 등 충분한 의견 수렴이 되지 않았다”라며 “결국 이 법안도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고준위 특별법에 대해 안 위원장은 핵폐기물 처리문제에 대해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특히 현 정책으로 보면 원전을 수명까지 돌릴 예정이고 신규건설도 하고 있다. 또 미래에 새로운 원전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핵폐기물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탈원전을 추진하더라도 당장의 핵폐기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문제가 남아있다”라며 “그런데 근본적으로 최종처분에 대한 대책을 찾기 보다는 부지내 임시저장시설을 늘려서 해결할 우려가 있는 법 조항이다. 핵발전소 부지 내 저장이라는 임시방편의 길만 열어주는 법은 수용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hkoh@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