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제거가 원칙이지만 떼어내기 어려워
종이나 수분리성은 제거 안 해도 되지만 소비자가 알기 힘들어

제품 사용 후 분리배출할 때 상표 등이 인쇄된 스티커 때문에 고생해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스티커는 재활용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제품 사용 후 분리배출할 때 상표 등이 인쇄된 스티커 때문에 고생해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스티커는 재활용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제품 사용 후 분리배출할 때 상표 등이 인쇄된 스티커 때문에 고생해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용기에서 스티커가 쉽게 떨어진다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제대로 떨어지지 않거나 떨어지더라도 지저분하게 남는 경우에는 난감하다. 이대로 분리배출하면 재활용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 중인 주부 박 모(37)씨는 “올리브오일이나 참기름 병에 붙은 스티커를 떼고 버리려고 할 때마다 잘 떨어지지 않아서 왜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건지 화가 날 때가 있다”며 “물에 불려서 떼어내라는 조언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고 시간도 없어서 결국 그냥 배출할 때가 있는데 재활용이 잘 안 될 것 같아서 찝찝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나 한국폐기물협회에서는 ‘뗄 수 있는 스티커는 떼라’고 권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잘 떨어지지 않는 스티커는 떼지 않고 배출해도 된다는 건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 스티커 제거가 원칙이지만 떼어내기 어려워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에 따르면 용기나 비닐을 분리배출할 때의 핵심은 네 가지다. 용기 안에 담긴 내용물을 깨끗하게 ‘비우고’, 이물질이나 음식물이 묻어 있으면 ‘헹구고’, 라벨 등 다른 재질은 ‘제거하고’, 종류별·재질별로 ‘구분해’ 분리수거함에 배출하는 것이다. 스티커를 떼어내는 것은 다른 재질을 제거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제거가 수월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문제가 된다. 

해당 앱 내 Q&A에서 ‘스티커’를 키워드로 검색해봤다. 박스, 플라스틱 용기, 투명 페트병, 유리, 비닐 등에 붙은 스티커가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많은 소비자들이 잇따라 문의한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관련해 한국폐기물협회가 내놓은 대답을 종합하면, 일부 스티커는 재활용 공정 세척과정에서 제거가 되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기에 최대한 제거하고 배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로 정리됐다. 일단 소비자 질문에 따른 한국폐기물협회의 대답을 살펴보자. 

먼저 비닐 포장재에서는 스티커를 꼭 제거해야 한다. 채소 포장재나 택배비닐 등 비닐에 붙은 스티커의 경우 재생 원료 품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대로 제거해야 한다는 것. 잘 떨어지지 않는다면 가위로 그 부분만 오려내고 비닐은 비닐류로, 스티커는 종량제봉투에 버려서 배출해야 한다. 

투명 페트병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붙은 종이 스티커는 꼭 제거하지 않더라도 재활용 공정에서 세척을 통해 종이나 점착성분 제거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유리병은 어떨까. 수분리성 스티커는 파쇄 시 일부 제거되긴 하지만 되도록 제거 후에 배출해야 재활용에 용이하다고 되어 있다. 

택배상자에서는 주소 등 개인정보가 기재돼 있는 운송장뿐만 아니라 운송장을 떼고 나도 남는 하얀 접착면까지 제거하고 배출해야 한다. 종이가 아닌 재질은 재활용 해리 과정에서 물에 녹지 않고 동동 떠서 이물질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떼어낸 스티커는 어떻게 버려야 할까. 종이 재질이라 하더라도 접착성분이 묻어 있어서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종량제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한다. 종이테이프 역시 같은 이유로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 종이나 수분리성 제거 안 해도 되지만, 소비자가 알기 힘들어

살펴보면 소비자들은 용기에 따라서 스티커 제거 여부를 궁금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폐기물협회에 재차 확인 결과 스티커 제거 기준은 용기가 아닌 스티커 재질이었다. 

분리배출 과정에서 억지로 뗄 필요가 없는 스티커는 재활용 세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거가 되는 종이나 수분리성 라벨이었다. 수분리성이란 재활용 공정 상 용기에서 쉽게 분리되도록 물에 잘 녹는 점착제를 사용한 것이다. 이밖에 스티커 라벨은 제거를 해야 재활용이 된다. 

한국폐기물협회 관계자는 “재활용 공정 상 고온에서 녹이는 과정에서 일부 라벨이 녹을 수도 있지만 이물질이 많아지면 재활용 원료의 품질이 낮아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재생원료의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라벨은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소비자가 라벨 재질을 제대로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제품에 친환경 라벨이라고 표기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은 “포장재 등급제로 바뀌면서 라벨을 가능한 잘 떨어지게 만들기 위해 수분리성 점착제를 사용한 경우가 증가했다”면서 ”수분리성 라벨의 경우 용기에서 떼어내기가 어려운데 (관련한 안내가 없는 등) 불친절해서 소비자가 알아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불편을 야기하고 분리배출 시 혼란을 주는 스티커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을까. 

김 국장은 “스티커를 제거하고 용기에 바로 상품명이나 필수사항을 인쇄하면 재활용이 더 안 된다”며 “혼란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정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투명 페트병의 경우 라벨에 분리선이 있어도 떼어내기 힘든 게 있고 점착제로 붙어 있는 것도 잘 떼어지게 만들어진 게 있다“며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결국 기업의 관심으로 우리는 법을 지켰다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가능한 소비자 편리를 생각하고 목소리를 반영해서 기술개발을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첨언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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