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는 활발한 소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소비와 환경 사이 균형찾기...2021년 인류의 숙제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38번째 주제는 지난달 할로위과 다음달 크리스마스, 그리고 소비심리와 놀이문화가 환경에 미친 영향에 관한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소비는 경제를 살린다. 소비심리가 살아난다는 건 경제적인 관점에서 ‘좋은’ 신호로 해석된다.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돈이 잘 돌아야 하고 돈이 돈다는 건 결국 소비를 뜻하니 코로나19 등으로 한동안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살아난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면 환경적인 시선에서는 어떨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소비는 경제를 살린다. 소비심리가 살아난다는 건 경제적인 관점에서 ‘좋은’ 신호로 해석된다.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돈이 잘 돌아야 하고 돈이 돈다는 건 결국 소비를 뜻하니 코로나19 등으로 한동안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살아난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면 환경적인 시선에서는 어떨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시간의 추를 잠시 뒤로 돌려보자. ‘핼러윈데이’ 이튿날, 이태원 근처 거리에 깨진 술병 등 쓰레기가 가득하고 근처 어린이집 정문까지 담배꽁초와 일회용 컵, 핫팩과 깨진 음료수병이 함부로 버려져 있다는 기사를 국민일보가 보도했다. 올해 기사가 아니고 2018년 11월 1일, 그러니까 코로나19가 세계를 뒤덮기 이전 시대 기사다. 그러면 올해는 어땠을까?

MBC가 지난 11월 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도 핼러윈 인파가 휩쓸고 간 골목은 쓰레기로 가득했고 사흘간 이태원에서는 평소보다 절반 이상 많은 34톤의 쓰레기가 배출됐다. 평소 청소노동자 19명이 청소하던 곳인데 이번에는 3배가 넘는 61명이 투입되고서야 정리가 마무리됐다.

하루 앞선 11월 1일에는 YTN이 “핼러윈데이 인파는 평소의 몇 배에 달하는 쓰레기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오징어게임에 나왔던 핼러윈 소품과 술병들이 이곳저곳 나뒹굴어 미화원들이 청소에 더 애를 먹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놀이문화를 즐기러 거리로 쏟아져나온 인파에 쓰레기 배출이 평소보다 늘었다는 뜻이다.

◇ 경제를 살리는 소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소비는 경제를 살린다. 소비심리가 살아난다는 건 경제적인 관점에서 ‘좋은’ 신호로 해석된다.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돈이 잘 돌아야 하고 돈이 돈다는 건 결국 소비를 뜻하니 코로나19 등으로 한동안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살아난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핼러윈데이를 즐기러 나온 인파들 덕분에 그들이 방문한 매장은 모처럼 숨통이 틔였다. 가뭄 끝의 단비와도 같은, 소중한 소비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환경적인 시선에서는 어떨까. 소비는 쓰레기를 남긴다. 온라인 소비는 포장재를 등을 포함한 이른바 택배 쓰레기를 늘리고 앞선 사례처럼 오프라인에서의 행사나 인파도 쓰레기를 나기는 경우가 많다. 10월의 마지막 날, 이태원 거리에 늘어난 쓰레기가 바로 그 증거다.

언론에서 과장된 보도를 했을까? 핼러윈 당일 이태원에 직접 방문했다는 한 소비자는 “사람이 많고 축제 분위기라 즐거웠지만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꽁초나 술병 등은 불쾌했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직접 들고 다니는 게 불편하고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아무데나 버리는 건 보기 안 좋았다”고 덧붙였다.

물론 행사나 소비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쓰레기 줄여야 하니 소비를 억제하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갑을 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쓰레기를 정해진 곳에 제대로 버리지 않는 습관이나 행동이 문제다. 핼러윈이 문제가 아니라 그 행사를 즐기기 위한 소품이나 손에 들고 다니던 먹거리를 아무데나 버린 게 문제라는 의미다. 평소에는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배출 했지만 그 날은 술김에 그랬다고 넘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술김에서든 아니든 관계없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행동은 문제다.

에코 제품을 둘러싼 친환경 펀딩에 한 달 동안 2만명이 모였다. 이들이 모은 펀딩금액은 10억 원으로 전월 대비 9배 늘어난 숫자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소비가 늘어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나 폐기물에 대한 지적은 늘 있었다. 핼러윈 전후 이태원 인파에만 그런 지적이 제기된 건 아니다. 세계적인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두고도 포장이나 제품 배송 과정에서의 쓰레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매년 제기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빅 세일’의 환경 영향 지적했던 목소리

생각해보면, 소비가 늘어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나 폐기물에 대한 지적은 늘 있었다. 핼러윈 전후 이태원 인파에만 그런 지적이 제기된 건 아니다. 세계적인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두고도 포장이나 제품 배송 과정에서의 쓰레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매년 제기된다.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 기간의 음식물쓰레기나 선물세트 관련 플라스틱 쓰레기 등에 대한 지적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2019년, 미국 폭스뉴스는 ‘과소비를 조장하는 블랙프라이데이 규탄 시위가 해외 곳곳에서 이어졌다’라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영국 기후변화 방지 운동단체 멸종저항 뉴욕지부가 맨해튼 한 상점에서 빈 쇼핑카트를 끌고 길게 줄을 늘어선 채 돌아다니며 쇼핑 방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멸종저항 뉴욕지부는 당시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끝을 모르는 소비지상주의 체제 속에 살고 있는다. 기후·생태 재앙을 향해 질주하는 지구는 그 체제를 더는 견딜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 등 국내 언론에서도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전후해 환경 관련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제품의 생산과 배송 등의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멸종위기 전문매체 뉴스펭귄이 가격 비교 사이트 머니 닷 유케이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 배송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약 42만 9000톤이다.

보도에 따르면 비영리 환경기구 BAN은 “블랙프라이데이 이후 버려진 전자 폐기물량은 연간 5000만t에 달하며 여기서 납과 수은 등 독성 화학 물질이 토양으로 누출돼 결국 심각한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논의가 불과 몇 년 전에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에는 ‘뉴욕타임즈’ 지면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카피의 파타고니아 광고가 실렸다. 재킷 한 벌을 만들려면 수많은 물을 사용한 목화가 필요하고, 원산지와 물류센터를 오가는 과정에서 적잖은 탄소가 배출되니 꼭 필요한 옷만 사라는 의미의 광고였다.

◇ 소비와 환경 사이 균형찾기...2021년 인류의 숙제

쓰레기를 줄이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습관을 바꾸는 일이다. 소비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버려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지갑을 열자는 뜻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8월 서울환경연합 등이 주최한 ‘대담한 쓰레기 대담’에서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소재는 없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친환경 소재여도 사용하는 양이 많아지면 환경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취지다.

제품 또는 소비시리와 쓰레기의 관계도 그렇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이 무엇이냐고 자꾸 묻는다. 좋은 취지의 질문이겠지만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그 제품을 사용하는 습관, 그리고 그 제품을 얼마나 사용하고 언제 버리느냐에 따라 쓰레기의 양과 질이 결정되기도 해서다.

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쓰레기 관련 문제에 대해 ‘소재도 중요하지만 사용하고 버리는 습관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대신 여러 번 사용하는 다회용품을 사용하는게 좋다는 취지다. 핼러윈이 지나고 거리에 버려진 것들도 상당수가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물건 또는 핼러윈 당일에 착용하고 버리는 소품이었다.

여러 번 사용하고, 고장난 제품을 수리해 사용하면 버려지는 양을 줄일 수 있다. 최근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게임’ 관련 소품을 내년에도 또 쓰는 건 ‘트렌디함’과는 거리가 멀 수 있겠지만, 한번 쓰고 버려질 위기에 처한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2021년의 소비자에게는 중요한 숙제다.

다가올 블랙프라이데이를 예로 들면, 싼 값에 필요한 물건 사는 기회로 삼는 건 좋지만 멀쩡한 물건을 결국 버리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활발한 소비와 친환경 사이에서 교집합을 찾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소비자 혼자 해결할 숙제가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일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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