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천만장...함부로 버려지면 더 큰 문제
서울 영등포에도, 태평양 바다에도 마스크 버려졌다
“제대로 버리는 게 중요...종량제 봉투 반드시 넣어야”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28번째는 지난 2년간 필수품이 되어버린 ‘마스크’입니다. 일회용 마스크는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편집자 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그 발언이 공개된 바로 이튿날, “마스크는 현재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본인의 감염을 예방하고 또 본인이 혹시라도 감염됐을 때 남에게 전파하는 것을 차단하는 셀프 백신이자 안전벨트”라고 말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용하고 버려지는 마스크의 양은 여전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스크는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마스크가 생필품이 됐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마스크는 외출시 필수품이다. 지난해 7월, 영국 BBC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후 매달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마스크가 1290억 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마스크를 벗은 나라도 있지만 다시 쓰는 나라도 있다는 점, 그리고 작년과 올해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용하고 버려지는 마스크의 양은 여전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스크는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중앙일보가 지난해 8월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마스크는 석유화학 재료인 폴리프로필렌(PP)을 활용해 만든다. 귀에 거는 밴드는 탄성이 있는 스판덱스에 폴리에스터를 갈아 만들고 코를 지지하는 부분에는 가는 철사가 들어가기도 하는 등, 여러 소재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제품이다.

마스크는 얼마나 사용되고 또 버려졌을까.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9월 둘째주까지 국내 생산된 마스크가 40억장이 넘는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후, 조달청이 당시 6월 말까지 계약한 공적마스크 숫자만 7억 9652만장이다. 본지는 지난해 11월에도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는데, 이후 1년간 마스크 착용은 꾸준히 이어졌다.

◇ 매일 수천만장 버려지는 마스크...함부로 버려지면 큰 문제

방역과 개인 위생을 위해 마스크 착용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이면에는 환경적인 문제가 있다. 마스크가 일회용이어서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마스크 부직포 등의 주요 성분은 폴리프로필렌이다. PP는 플라스틱 용기 등에 주로 사용되는 소재로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면 여러 분야에서 재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마스크는 그냥 버리는 게 원칙이다. 잘 버려져도 양이 워낙 많아서 문제고, 아무데나 함부로 버리는 사람이 많은 것 역시 문제다. 실제로 도로 곳곳에, 그리고 바다에 버려진 마스크가 이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해외 사례를 보자. 프랑스 환경 보호단체 ‘메르 프로프레’는 지난해 여름 “최근 몇 달 동안 스쿠버다이버가 바다 청소 작업을 하면서 폐기된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을 발견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마스크 등 일회용품이 마치 해파리처럼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었다”고 전하면서 우리의 발견은 새로운 종류의 오염을 암시한다. 아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심각한 오염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르 프로프레는 “우리는 곧 지중해에서 해파리보다 더 많이 떠다니는 마스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외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가 코로나19에 대비해 주문한 마스크의 개수만 20억 개에 달한다.

영국 국립 동물학대방지협회는 마스크를 폐기할 때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무책임하게 폐기되는 마스크가 많아진다면, 야생 동물과 새들은 점점 더 마스크 귀걸이에 몸이 걸리고 묶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스크를 버리는 올바른 방법을 지키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저렇게 아무데나 버린게 너무 큰 문제다. (이한 기자 2021.4.6)/그린포스트코리아
마스크를 버리는 올바른 방법을 지키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아무데나 버리는 건 더 큰 문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서울 영등포에도, 태평양 바다에도 마스크 버려졌다

마스크 쓰레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월 31일, 2시간 동안 플로킹(산책+쓰레기줍기)을 진행한 결과 버려진 마스크 258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이후 지난해 6월 14일에도 서울 영등포역에서 1시간 동안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킹을 진행했는데 약 30여개의 일회용 마스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당시 환경운동연합은 “(마스크가) 담배꽁초 다음으로 많은 수치”라고 밝히면서. “골목을 돌 때마다 길거리에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날이 더워져서 그런지, 이제는 마스크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길거리에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의 수는 다른 쓰레기들보다 훨씬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은 홍콩 해양보호단체를 인용해 “일회용 마스크가 환경 오염의 또 다른 주범이 됐으며 이제 곧 죽은 해양생물의 뱃속에서 일회용 마스크가 나올 것”이라고도 밝혔다. 아울러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하와이 섬 사이에 형성된 ‘거대 쓰레기섬’을 언급하면서 “아시아, 아메리카 등 각지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이 해류를 타고 모여 형성된 쓰레기섬에서도 최근 들어 일회용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 등 방역과 관련된 쓰레기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다로 떠내려간 마스크는 수거하기도 어렵다. 환경운동연합은 그 이유에 대해 “해양 쓰레기는 육지 쓰레기에 비해 수거도 어렵고, 해류를 따라 빠르게 확산해 해양 쓰레기가 어디서 왔는지 특정하기 어려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려면 전문적인 장비와 선박이 필요하고, 그 비용도 육상에 비해 최대 8배나 많이 들기 때문에 쉽게 수거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제대로 버려지지 않은 마스크가 바다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 “제대로 버리는 게 중요해...종량제 봉투 반드시 넣어야”

마스크는 함부로 버리지 말고 종량제 봉투에 잘 담아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함부로 버려지지 않으면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제대로 처리할 수 있다. 환경 관련 활동가 등은 코 지지대 부분 플라스틱을 분리하거나 마스크 끈을 가위로 자르라고도 권유한다. 하지만 자원순환 전문가들은 “종량제봉투에 잘 담기만 하면 끈을 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마스크 끈을 자르라는 권유는 함부로 버려진 마스크가 동물의 몸에 걸리거나 뒤엉키는 것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종량제 봉투에 잘 담아 처리하면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시선이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지난해 마스크에 대한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잘 접고 끈으로 묶어 종량제 봉투에 넣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면서 “아무데나 버리는 게 가장 나쁘고, 코 지지대나 끈 등을 일일이 분리해 따로 수거하는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쓰레기로) 발생 즉시 종량제 봉투에 넣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당시 김미화 이사장은 마스크를 버리는 것에 대한 가이드를 정부가 정확히 정해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이사장은 “버리는 방법에 대한 매뉴얼을 정부가 알려주고, 천 마스크를 세탁하거나 뜨거운 물에 삶아서 사용하는 것이 괜찮은지 등에 대한 가이드가 정확하게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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