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 줄이고 편리함 추구했더니...늘어난 쓰레기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53회차는 움직임을 줄였더니 늘어난 쓰레기 얘기입니다. 제로웨이스트에 도전한 게 아니라 ‘실패’한 얘기가 되겠네요. [편집자 주]

플라스틱은 깨끗하게만 분리배출하기만 하면 재활용이 잘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제 재활용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왜일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필요한 게 많으면 쓰레기도 늘어난다. 인류가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 중 하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다리를 다쳤다. 조금 많이 다쳤다. 살면서 한 번도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관절 부위가 손상됐다고 했다. 발등뼈도 골절됐다. 수술을 했고 현재 깁스와 목발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움직임이 불편해지니 뜻밖의 여파가 생겼다. 쓰레기 배출이 늘었다. 출근길 보도블럭 위에 튀어나온 나무뿌리 하나에 발등이 잘못 걸렸을 뿐인데, 그로 인한 여파가 너무 크다. 

다리 하나를 당분간 못 쓰게 됐다는 건 나머지 다리와 두 손도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었다. 다친 발은 당분간 땅에 딛지 말라는 진단을 받았다. 움직이는 게 어려웠고 움직이려면 두 손으로 목발을 단단히 지탱해야 했다. 요리하는 일, 식탁을 차리는 일, 먹고 치우는 일이 평소보다 훨씬 더 고된일이 됐다. 설거지는 불가능했고 큰 맘 먹고 설거지를 한번 하려면 시간이 예전보다 4배는 들었다.

냉장고에 뭐가 남아있는지, 무엇을 조리해서 어떻게 먹을지, 그걸 다 치우려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하는게 엄두도 나지 않았다. 배달 앱에 의존했다. 커다란 비닐봉투에 담겨 온 음식을 받아 식탁에 올려놓고 먹은 다음 물에 헹궈 버리기만 하면 되니까 불편이 크게 줄었다.

줄어든 가사노동 시간과 편리해진 손발만큼 쓰레기가 늘었다. 이틀 동안 네끼를 배달시켰던 10월 셋째주에는 플라스틱 용기만 서른 개 넘게 배출해야 했다. 배달의 민족 어플에는 일회용 수저를 안 받는 옵션이 기본으로 설정돼 있었지만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쩔 수 없었다.

음식용기만 늘어난 게 아니다. 깁스한 다리에 씌워 수술 부위에 물이 닿지 않고도 샤워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실리콘 등으로 만든) 방수커버를 사야 했고, 깁스한 다리가 가려울 때 살살 집어넣어 긁거나 내부를 알코올로 소독할 수 있게 해주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도구를 사야 했다. 앉아서 샤워할 수 있게 (역시 플라스틱) 욕실 의자를 샀고 이 물건들은 치료가 끝나면 쓰임새를 잃을 확률이 높다. 현재 착용하고 있는 반깁스도 플라스틱 소재인 것 같다.

여기에 치료 과정에서 배출된 의료폐기물, 평소 같으면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도 편리함을 위해 선택한 택시 등을 고려하면 발등을 부딪힌 것 하나로 인해 배출해야 하는 쓰레기나 탄소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치료를 받지 않았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어쩔 수 없지만 아쉽다는 의미다)

작은 진리 하나를 다시 깨닫는다 편리함을 추구하거나 필요한 게 많을수록 쓰레기는 늘어난다. 치료와 재활이 모두 끝나면, 어쩔 수 없이 늘어났던 쓰레기를 다시 줄여봐야겠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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