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쓰는 비닐...태워서 에너지재활용
에코백과 생분해...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꼭 필요할 때는...적게 쓰고 오래 쓰자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27번째는 환경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비닐봉투입니다. 이 비닐봉투를 일회용이 아니라 여러 번 사용하면 어떨까요? [편집자 주]

기자가 1년째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비닐봉투. 2020년 5월부터 지금까지 매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집 근처에서 급히 장 볼때 장바구니로 쓴다. 가볍고 부피가 작은데 의외로 질기고 튼튼해서 아직도 거뜬하다. (이한 기자 2021.5.21)/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나라 국민은 1인당 일회용 비닐봉투를 약 460개 사용한다. 한번 쓰고 바로 버리는 비닐은 비교적 재활용이 잘 되지만 그래도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에코백이나 생분해 비닐 사용을 늘린다고 무조건 환경적이라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사진은 기자가 1년째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비닐봉투. 2020년 5월부터 지금까지 매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집 근처에서 급히 장 볼때 장바구니로 쓴다. 가볍고 부피가 작은데 의외로 질기고 튼튼해서 아직도 거뜬하다. (이한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우리나라 국민은 1인당 일회용 비닐봉투를 약 460개 사용한다. 한번 쓰고 바로 버리는 비닐은 비교적 재활용이 잘 되지만 그래도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에코백이나 생분해 비닐 사용을 늘린다고 무조건 환경적이라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 많이 쓰는 비닐...태워서 에너지재활용

그린피스가 지난 2019년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 일회용의 유혹’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1인당 일회용 비닐봉투를 약 460개 사용한다. 9.2Kg에 해당하는 양이다. 연간 사용되는 비닐봉투는 약 235억개로 20L종량제 봉투로 한반도 면적의 약 70%를 덮을 수 있는 양이다. 일회용 비닐봉투가 그렇다는 얘기고, 포장재 등에 사용하는 수많은 비닐을 생각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한겨레21이 지난 8월 환경부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비닐류 생활쓰레기 선별량은 56만 2,400톤이다. 플라스틱(57만 7,478톤)보다는 조금 적고 유리병(33만 6,851톤)이나 페트병(29만 5,490톤)보다는 많은 양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비닐은 흔히 한번 쓰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버려진 비닐은 재활용한다. 주로 ‘에너지재활용’이다. 재활용은 물질재활용과 에너지재활용으로 크게 나뉜다. 물질재활용은 쉽게 말해 폐기물을 원료로 가공해 제품으로 만드는 활동을 뜻한다. 에너지재활용(또는 에너지회수)는 태워서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비닐봉투 등은 라면봉지나 과자봉지 등과 함께 버리면 된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에서도 비닐포장재와 1회용 비닐봉투 버리는 방법은 이렇게 안내한다.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구는 등 이물질을 제거하여 배출합니다. 흩날리지 않도록 봉투에 담아 배출합니다” 그리고 해당 설명에는 유명 라면 제품 봉지가 예시로 제시된다.

◇ 에코백과 생분해...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한번 쓰고 태워 없애는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흔히 에코백 사용이나 생분해비닐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두가지 방법 모두 환경적으로 완벽한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회용 비닐봉투보다 다회용 봉투, 또는 에코백이 더 환경적이려면 그만큼 많이 사용해야 한다. 다회용 제품은 늦게 버려지지만 (1회용과는 반대로)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소모하는 에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2011년 영국 환경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종이봉투가 일회용 폴리에틸렌 비닐봉지보다 더 적은 환경 영향을 미치려면 최소한 3번 이상 재사용해야 한다. 천 등으로 만든 에코백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2019년, “면화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비료와 살충제 등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수질오염을 일으킨다”고 지적하면서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환경 영향을 적게 미치려면 에코백을 131회 정도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생분해 소재로 비닐 등 포장재를 만들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까? 그러기 위해서도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일정한 조건을 갖춰야만 분해가 잘 이뤄지거나, 분해가 되도록 만들다보니 상대적으로 재질이 약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식물 등을 소재로 사용하면 그 원료를 얻기 위해 또 다른 환경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생분해 비닐이 땅 속에서 분해된다고 홍보하면서 실제로는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라고 안내하는 것도 아이러니다. 종량제봉투는 태우는 경우가 많아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도 과거 이 문제를 지적했다.

홍 소장은 지난해 위 문제와 관련해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현재 생분해 비닐은 종량제봉투에 배출하라고 권하는데, 태운다는 관점에서 보면 생분히 비닐이 분해가 된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태우는 걸 고려하면 생분해 비닐 여부보다 바이오 플라스틱이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며, 현실적으로 가정에서 그냥 배출하면서 재활용도 안 되고, 분리배출 해도 어차피 소각된다면 그건 넌센스”라고 말했다.

◇ 꼭 필요할 때는...적게 쓰고 오래 쓰자

그러면 일회용 비닐봉투는 어떻게 사용하는 게 좋을까. 뻔한 대답이지만 사용을 줄이는 게 좋다. 그리고 부득이하게 사용했다면 한 번 쓰고 버리지 말고 오래 쓰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은 지난 7월 비닐 관련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상품에 영향이 크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비닐)포장을 아예 벗겨놓고 판매하고 비닐봉투는 아예 안 쓰는 게 가장 좋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대한 적게 사용하자는 취지의 발언이다.

한번 사용한 비닐봉투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을까? 기자의 경험에 의하면 그렇다. 기자는 지난해 5월 편의점에서 구매한 일회용 비닐봉투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편의점이나 중소형 마트에서 간단하게 장을 보거나 집 근처를 산책하다 급히 물건을 살 때 장바구니 대신 사용한다.

비닐은 가볍고 질기다. 그리고 생각보다 오래 간다. 1년 넘게 사용해서 구겨졌지만 아직 찢어지지는 않았다. 물건을 계속 넣고 다니는 게 아니라 며칠에 한번씩, 3~5분 내외로 물건을 담아 가져오는 용도로는 지금도 충분하다. 여러 번 접어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을 수 있어 편리하다.

물론 비닐을 무조건 오래 사용할 수는 없다 먼지나 습기 등이 차서 위생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여러 번 사용해서 밀폐 기능 등이 떨어지거나 더 이상 재사용이 어려운 상태가 되면 그때는 깨끗이 씻어 말린 다음 비닐끼리 모아 분리배출 하면 된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