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만톤 선별해 30만톤 재활용...비닐의 환경학
물질재활용 대신 에너지재활용

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열 아홉번째 시리즈는 비닐입니다. 가볍고, 편리하고, 깨끗하고, 심지어 가격도 저렴한 비닐(봉투 등)은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비닐과 환경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편집자 주]

비닐은 좋은 소재다. 가볍고 사용하기 편하고 잘 찢어지지 않고,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물기나 먼지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한다. 깔끔하고 편리해서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그래서 많이 버려진다. 2019년 기준 비닐류 생활쓰레기 선별량은 56만톤을 넘겼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비닐은 좋은 소재다. 가볍고 사용하기 편하고 잘 찢어지지 않고,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물기나 먼지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한다. 깔끔하고 편리해서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그래서 많이 버려진다. 2019년 기준 비닐류 생활쓰레기 선별량은 56만톤을 넘겼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비닐은 좋은 소재다. 가볍고 사용하기 편하고 잘 찢어지지 않고,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물기나 먼지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한다. 깔끔하고 편리해서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그래서 많이 버려진다. 2019년 기준 비닐류 생활쓰레기 선별량은 56만톤을 넘겼다. 분리수거된 비닐은 재활용 하지만 다른 제품으로 다시 만들어 사용하는 건 아니다. 비닐을 어떻게 줄이는 게 좋을까?

그린피스가 지난 2019년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 일회용의 유혹’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1인당 일회용 비닐봉투를 약 460개 사용한다. 9.2Kg에 해당하는 양이다. 연간 사용되는 비닐봉투는 약 235억개로 20L종량제 봉투로 한반도 면적의 약 70%를 덮을 수 있는 양이다. 일회용 비닐봉투가 그렇다는 얘기고, 포장재 등에 사용하는 수많은 비닐을 생각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 56만톤 선별해 30만톤 재활용...비닐의 환경학

우리는 비닐을 얼마나 사용할까. 작은 규모로 장을 볼 때 흔히 사용하는 일회용 비닐봉투, 흙 묻은 채소 등을 구매할 때 사용하던 일회용 랩, 제품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포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투명 비닐 등을 생각하면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비닐의 양은 적지 않다. 비닐은 가격이 저렴하고 사용하기 편리하며 제품을 물기나 먼지 등으로부터 보호해주기 때문에 그 쓰임새가 넓다.

한겨레21이 지난 8월 환경부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비닐류 생활쓰레기 선별량은 56만 2,400톤이다. 플라스틱(57만 7,478톤)보다는 조금 적고 유리병(33만 6,851톤)이나 페트병(29만 5,490톤)보다는 많은 양이다. 비닐 중 상당수는 한번 쓰고 버려진다.

비닐은 재활용이 되지만 그 비율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겨레21에 따르면 비닐류는 30만 3,524톤이 재활용돼 53.77%(이하 선별량 대비 재활용률 기준)의 재활용률을 기록했다. 페트병(82.89%)이나 유리병(78.35%), 금속캔(67.62%)보다 낮고 플라스틱(40.63%)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비닐도 넓게 보면 플라스틱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비닐봉투나 포장용 비닐은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이다. 막걸리병 등에 사용되는 소재와도 같다. 업소용 랩은 폴리염화비닐(PVC)이다. 폴리염화비닐은 재활용이 어렵다.

◇ 물질재활용 대신 에너지재활용

우리는 비닐을 얼마나 사용하고 어떻게 재활용하고 있을까 흔히 접하는 라면 포장재를 가지고 한 번 들여다보자. 조선일보가 지난 4월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국 라면 판매량은 연간 39억 개고. 1인당 소비량(75.1개)은 세계 1위다. 1년에 라면을 75개 먹으면 라면봉지 75개, 스프봉지는 약 75~150개 나온다. 5개들이 묶음 제품을 구매했다면 커다란 봉투도 15개 버려진다. 스프가 몇 개나 들어있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닐 쓰레기를 200여 개 이상은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쏟아지는 라면 비닐은 어떻게 처리할까. 라면 비닐이나 과자 봉지 같은 것들이 재활용이 잘 안되서 일반쓰레기로 버려진다는 얘기가 많이 알려져있다 하지만, 라면 비닐들은 비교적 재활용이 잘 된다. 대신 한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깨끗한 상태로 배출하는 게 좋다. 그리고 알아야 할 게 있다. 소비자가 흔히 상상하는 방식이 아니라 좀 다른 형태로 재활용된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이 과거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당시 김 이사장은 “라면봉지나 과자봉지는 이물질이 묻어있거나 여러 가지 색깔로 글씨나 그림 등이 인쇄돼 있어서 재활용품 질이 떨어져 물질재활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쉽게 말하면 ‘다시 쓰기 좋을 만큼 깨끗한(?)’ 비닐이 아니어서 그걸 재활용하면 재활용 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김 이사장은 “(라면봉지 등은) 에너지재활용에 주로 사용한다”라고 밝히면서 “에너지재활용도 정부 재활용분류에 의한 엄연한 재활용 방법인 만큼, 물질재활용이 어렵다고 해서 ‘재활용이 안된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줄여야 산다’ 2편에서는 비닐 분리배출과 재활용을 둘러싼 의견들을 보도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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