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전기·전자기기의 환경 영향
늘어나는 데이터 사용...탄소배출도 늘린다?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26번째는 우리 주변의 많은 IT기기와 가전제품입니다. 이 제품들은 환경과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편집자 주]

친환경이나 제로웨이스트에 관심 많은 소비자들은 플라스틱이나 쓰레기 또는 비건 등의 가치에 집중한다. 하지만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들은 그것 말고도 많다. 지금 독자가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또는 노트북 같은 IT기기도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많이 사용하고, 많이 버리는 탓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친환경이나 제로웨이스트에 관심 많은 소비자들은 플라스틱이나 쓰레기 또는 비건 등의 가치에 집중한다. 하지만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들은 그것 말고도 많다. 지금 독자가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또는 노트북 같은 IT기기도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많이 사용하고, 많이 버리는 탓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친환경이나 제로웨이스트에 관심 많은 소비자들은 플라스틱이나 쓰레기 또는 비건 등의 가치에 집중한다. 하지만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들은 그것 말고도 많다. 지금 독자가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또는 노트북 같은 IT기기도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많이 사용하고, 많이 버리는 탓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전토 굴뚝산업, 자동차나 비행기가 내뿜는 배출가스만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통신 기술도 탄소배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실제로 사람들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일이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BS가 지난 2019년 12월 “인터넷 사용이 환경오염 유발”이라는 제목으로 내보낸 기사에 따르면, 이메일 전송 한 번에 1g, 인터넷 검색 한 번에 약 0.2g에 이르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비디오 스트리밍으로 1시간 동안 동영상을 보면 자동차로 1Km를 주행하는 것과 같다. 온라인에서 데이터를 사용하는 활동 자체가 탄소를 배출한다는 얘기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이광석 교수는 과거 한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단 몇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웹 검색에 소모되는 전력량은 보통 주전자 물을 끓이는 데 투여되는 에너지와 맞먹는다”고 쓴 바 있다. IT기기는 전기를 사용하고 전기를 얻는 과정에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 버려지는 전기·전자기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전기 사용을 줄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에너지를 절약하는 건 탄소배출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지만. 그것만으로 IT기기에 관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버려지는 전자기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해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서울환경연합 ‘쓰레기 대담’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2019녀 기준 전 세계적으로 5,400만 톤의 전기전자 폐기물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 2014년의 4,400만 톤에 비해 약 1천만 톤 증가한 숫자다. 지금 추세라면 오는 2030년에는 2천만 톤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 1사람당 1년에 약 7.4Kg의 전기전자 폐기물을 배출한다.

문제는 어떻게 처리되느냐다. 홍수열 소장은 “17.4%만이 제도권 안 공식적인 영역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수 있고 82.6%는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건 알지만 어떻게 처리되는지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이게 전기전자 폐기물 처리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버려진 가전제품 등이 어딘가에 잔뜩 쌓이거나 묻히고 있다는 얘기다.

당시 홍 소장은 “선진국 등에서 발생된 전기전자 폐기물이 재활용을 빙자해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한 다음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제품 특성상 내부에 돈이 되는 부부품이 많은 한편 유해물질 등도 포함된 경우가 많은데 불에 잘 타지 않게 하는 난연재나, 냉방기가 등에 사용한 냉매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홍 소장은 “냉매가 들어간 전기전자 폐기물을 잘못 관리해서 생길 수 있는 온실가스가 1억톤 정도”라고 주장했다.

◇ 늘어나는 데이터 사용...탄소배출도 늘린다?

2021년의 인류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일어나고 노트북과 태블릿 PC로 일한다. 먹고 마실 때도, 이동할 때도, 쉬거나 잠을 잘 때도 늘 전자기기와 함께 한다.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IT기기 사용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인류의 데이터 사용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조선비즈가 IDC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양이 175제타바이트(ZB)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제타바이트는 1조 1000억 기가바이트다

온라인에서 오가는 수많은 정보와 자료들은 데이터센터를 거친다. 보도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시너지리서치가 집계한 결과 2020년 7월 말 기준 전 세계 하이퍼스케일(초대형) 데이터센터는 541개다. 이는 지난 2015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수십 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데이터는 플라스틱이나 일회용 비닐처럼 눈에 보이는 공간을 차지하며 쌓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데이터는 기후변화 등과 적잖은 관련이 있다. 그리고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노트북이든 스마트폰이든, 화면 안에서 빠르게 오가는 정보들은 결국 화석원료 에너지 기반이다. 정보가 오가려면 서버가 필요하고, 서버를 운영하려면 충분한 전기가 필요하며. IT기업 데이터센터는 하루 종일 열기를 식히고 냉각시켜야 한다. KBS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지난 9년간 컴퓨터 센서 등으로 사용한 전기가 지난 9년 동안 40% 늘었다.

인터넷 사용을 효율적으로 바꾸면 이산화탄소가 줄어들까?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한화그룹은 뉴스룸 홍보영상을 통해 이메일을 10% 삭제하면 이를 통해 매년 1톤의 탄소가 저감될 수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를 냉각하기 위해 많은 전력이 사용되는데 이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인류의 모든 활동은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은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 그것을 줄이는 게 2021년 인류의 숙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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