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음료 친환경 키워드 ‘무라벨’
포장재 줄이고 트레이 개선으로 플라스틱 절감
플라스틱 대신 종이 대체재에 주목
PB에 ‘레스 플라스틱’ 적용한 대형마트
혼자서는 어려워...자원순환 위한 맞손

그린포스트코리아가 창간 9주년을 맞았습니다. 그 동안 기후변화를 둘러싼 세상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날씨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기후위기는 날씨와 일상생활 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에도 폭넓게 영향을 미칩니다. 어쩌면 인류의 삶을 뿌리째 흔드는 큰 위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에너지 사용과 탄소배출, 그리고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당연한 얘기고 간단한 해법입니다. 하지만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고쳐야 할 습관과 새롭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렇습니다.

기후위기와 그 해법을 둘러싼 여러 가지 시선과 논의들을 5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달라진 날씨가 세상에 어떤 위기를 가져왔는지, 금융계와 산업계, 그리고 먹거리를 책임지는 식유통 기업들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환경 관련 전문가들은 무슨 조언을 내놓는지도 들어봅니다. [편집자 주]

기후리스크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각 식품·유통기업들이 어떻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있을까. 사진은칠성사이다 ECO. (롯데칠성음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리스크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각 식품·유통기업들이 어떻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있을까. 사진은칠성사이다 ECO. (롯데칠성음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 중 하나가 되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 달성을 위한 국제적 합의가 나오고 국내 기업들은 정부 방향에 따라 탄소저감과 친환경을 위한 ESG 경영에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특히 소비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식품·유통업계에서는 올해 제로웨이스트를 키워드로 다양한 방법으로 탄소중립에 접근하고 있다. 

기업 관계자들은 “친환경과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작은 실천들을 모아 진정한 ESG 경영에 앞장 서야 한다”, “생산과정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적극 재활용하는 것은 환경보호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등 의견을 강조했다. 기후리스크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각 식품·유통기업들이 어떻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있는지 그 방법들을 살펴봤다. 

◇ 생수·음료 친환경 키워드 ‘무라벨’

최근 식품·유통업계에서는 포장재 개선을 통해 탄소배출 저감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포장재 제로화, 경량화, 대체재 도입 등 세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생수·음료 업계에서는 ‘라벨’을 없앴다. 올해 초부터 생수 업계에서는 라벨 떼기가 릴레이처럼 이어졌다. 과거 단순히 절취선 도입이나 접착력 낮은 수용성 접착제를 사용하는 이지 라벨 적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비닐 사용을 감축한 것. 무라벨 생수·음료 제품은 비닐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동시에 폐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ECO, 제주개발공사가 삼다수, 농심 백산수 등 국내 3대 생수 회사에서 무라벨 제품을 선보인 것은 물론, 풀무원샘물, 하이트진로음료 등 다양한 기업에서 무라벨 생수를 출시했다. 

라벨을 뗀 음료도 늘어났다.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 ECO’ 300mL 제품과 프리미엄 RTD커피 ‘칸타타’ NB(New Bottle) 캔 제품에서 라벨을 제거했다. 동원F&B의 경우 무라벨 차음료 ‘에코보리’를 선보이면서 페트병 경량화도 함께 진행했다. 동원F&B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기존 제품 대비 플라스틱 무게를 약 25% 절감했다. 

◇ 포장재 줄이고 트레이 개선으로 플라스틱 절감

용기 경량화는 기업들이 플라스틱 사용량 절감을 위해 실천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동원F&B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용기나 포장 규격을 비롯해 재질 개선을 통해서 레스 플라스틱을 실천하고 있다. 

이를테면 오뚜기는 3분 조리 제품류 제품 박스 재질을 변경, 박스 크기를 줄여 종이 사용량과 포장재 두께 자체를 감소시켰다. 

제과업계에서는 플라스틱 트레이 용량을 줄이거나 소재 변경을 통해 잠재 폐기물을 줄여나가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에 제품 파손 및 품질 유지, 공정상의 이유로 포장 속 지지대를 고집해온 기업들이 소비자와 환경단체의 지속적인 지적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대표적으로 홈런볼 트레이로 강한 비판을 받아온 해태제과는 기존 플라스틱 트레이를 대체할 친환경 소재를 개발 중이다. 내년 9월부터 ‘홈런볼’ 생산라인을 바꾸면서 친환경 트레이 소재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진다. 

마찬가지로 ‘카스타드’ 제품에 플라스틱 트레이를 사용하고 있는 롯데제과도 종이 대체재 도입을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설비 도입을 통해 트레이에 종이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코칩쿠키’에 플라스틱 트레이를 적용하고 있는 오리온은 재질 교체가 아닌 플라스틱 용량을 선택했다. 오리온은 지난 5월부터 기존 제품보다 5mm 줄인 트레이를 적용하고 있으며 트레이 없이도 제품에 문제가 없도록 포장 기술 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플라스틱 대신 종이 대체재에 주목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대체재로 종이에 주목한 기업들도 있다. 포장재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부속품이나 용기 자체를 종이로 바꾸는 것이다. 

아이쿱생협은 아예 생수 플라스틱병을 종이팩으로 바꿨다. 지난 6월 FSC 친환경 인증을 받은 종이팩과 사탕수수를 기반으로 한 식물성 소재를 사용한 뚜껑으로 구성된 ‘기픈물’을 출시한 것. 멸균 종이팩이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이 플라스틱병이나 유리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알려진다. 아이쿱생협은 올해 기픈물 생산을 통해 9611tCO2에 달하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맥심 커피믹스 대규격 제품 손잡이를 폴리에틸렌(PE) 소재에서 종이로 바꿨다. 지난 6월부터 도입했으며 이를 통해 연간 약 200톤 이상의 플라스틱 사용량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한솔제지와 카카오 부산물로 친환경 종이 포장재 ’카카오판지‘를 개발해 가나 초콜릿 제품 포장재에 적용했다.

이디야커피는 코팅을 하지 않아 재활용이 가능한 한솔제지의 테라바스 기술력을 더한 친환경 테이크아웃용 컵을 매장에 도입, 탈 플라스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 PB에 ‘레스 플라스틱’ 적용한 대형마트

국내 대형마트에서도 무라벨 PB 상품을 비롯해 재활용이 쉬운 단일 소재 및 재생 플라스틱 용기 도입을 통해서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피로도를 낮추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3사는 모두 시기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올해 무라벨 생수를 출시하면서 이에 따른 플라스틱 사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무라벨 생수 이외에 무라벨 과일용기 등을 잇따라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이마트는 지난해 9월 대형마트 최초로 세탁세제・섬유유연제 리필 자판기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4월 ‘샴푸・바디워시 리필 스테이션’까지 오픈하며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을 절감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매장에서는 분리배출 및 재활용이 쉬운 용기 도입을 늘려가고 있다. 무라벨 PB 생수뿐만 아니라 올해 6월부터 과일, 채소, 수산물 등 신선식품 포장용기에 생분해성 또는 재생 플라스틱을 적용하며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제품군을 늘려가고 있는 것. 이마트는 이를 통해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 1000톤 이상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플라스틱 팩 사용량 대비 절반 이상을 재생 PET 원료로 전환함으로써 신규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고 플라스틱 폐기량까지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무플라스틱캡 세제 리필 파우치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대추방울토마토 용기에서 라벨을 아예 없앴다. 이어 조미김 제품에서 플라스틱 트레이를 없애는 등 플라스틱 쓰레기 절감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트레이를 없앤 조미김 제품 박스의 경우 설탕 생산 후 버려지는 잔여물을 이용해 만든 100% 사탕수수 종이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전 세제 리필 제품에서 플라스틱캡을 제거하면 연간 약 10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대형마트 3사 가운데 올해 가장 먼저 ESG위원회를 출범시킨 홈플러스는 그린 패키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무라벨 생수 출시부터 음료 및 식용유 상품 페트 용기를 유색에서 투명으로 바꾸고 핸드워시에 메탈 제로 펌프를 적용하는 등 레스 플라스틱을 위한 시도를 했다. 특히 올해는 ‘디지털 전단’을 론칭해 오프라인 전단에 사용되는 종이 사용을 줄이고 종이 영수증을 모바일 영수증으로 전면 전환하는 등 종이 사용 절감에도 박차를 가했다. 

홈플러스는 “플라스틱 사용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10여 개의 PB상품에 적용된 용기 경량화 상품도 강화한다”며 “재생이 가능하거나 폐기가 용이한 종이나 친환경 신소재로 만든 포장재, 단순 재활용이 아닌 업사이클링 포장 박스 도입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혼자서는 어려워...자원순환 위한 맞손

몇몇 기업들은 제로 웨이스트를 비롯한 탄소제로를 위해 다자간 협력 모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협업 체계 구축에 나섰다. 생산이나 소비 단계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적극 재활용하고 플라스틱을 대체할 소재 개발을 위한 협력 체제가 주를 이뤘다. 순환 시스템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에 다가가야 한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먼저 민간 협의체로는 락앤락과 CJ대한통운, 투썸플레이스가 지난 7월 구성한 ‘탄소ZERO 협의체’가 주목받았다. 플라스틱 자원 선순환을 위해 생활용품, 물류, 카페 등 이종기업이 협약을 맺은 최초의 사례로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락앤락이 생활용품 제조 공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양질의 플라스틱을 수거해 물류 현장 및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친화적 아이템을 만들고, 투썸플레이스는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수거 및 매장 연계 탄소 저감 캠페인을 추진, CJ대한통운은 투썸플레이스 매장에서 배출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회수해 업사이클링 아이템을 제작해 물류 현장에 도입하는 역할을 맡는다. 

생산 단계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함으로써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례도 있다. SPC팩과 SK종합화학은 지난 7월 포장재 생산 단계에서 버려지는 잔여 합성수지를 활용해 친환경 포장재를 제작, 이를 깨끗한나라에 공급해 화장지나 미용티슈 등의 외포장재로 사용하기로 약속했다. 

일반적으로 가공 후 남는 합성수지는 품질 문제로 다시 활용하기 어려웠는데  SPC팩과 SK종합화학 양사가 공동개발한 잔여 합성수지 PIR(Post Industrial Recycled)을 이용한 필름으로 가능하게 됐다고 알려진다. 

이밖에도 관련 기업들은 유관 기관과 협력 구도를 구축하며 기후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함께 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민숙 락앤락 HR센터 상무는 “협약을 통해 각 사가 환경 문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며 ESG 경영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소비자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된 플라스틱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탄소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선순환 활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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