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않는 ‘제로(웨이스트)레시피’ 실천법
일주일치 식단 짜고 식재료의 ‘회전율’을 높이자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52회차는 식재료를 버리지 않는 ‘제로레시피’입니다. [편집자 주]

쓰레기를 줄이기 좋은(?) 장소가 있다. 주방과 식탁이다. 음식을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근본적으로 더 중요한 얘기가 있어서다. 버려지는 것을 줄이면서 요리하고 식탁을 차리는 일이다.
쓰레기를 줄이기 좋은(?) 장소가 있다. 주방과 식탁이다. 음식을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근본적으로 더 중요한 얘기가 있어서다. 버려지는 것을 줄이면서 요리하고 식탁을 차리는 일이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쓰레기를 줄이기 좋은(?) 장소가 있다. 주방과 식탁이다. 음식을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근본적으로 더 중요한 얘기가 있어서다. 버려지는 것을 줄이면서 요리하고 식탁을 차리는 일이다.

우리는 하루에 한 끼씩 버린다. 매일 많은 음식이 버려져서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이 지난 2019년 9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매뉴얼 ‘환경 그린라이트’를 발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1만 3,465톤이다. 국민 1인당 음식물 쓰레기를 280그램 배출한다는 의미다.

먹다 남긴 ‘음식물쓰레기’가 문제일까? 물론 그렇다. 하지만 그것만 문제는 아니다. 환경부가 지난해 3월 블로그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전체 음식물 쓰레기 중에서 먹고 남은 음식물은 30% 내외다. 그것보다 더 많은 음식이나 식재료가 유통·조리과정(57%)에서 버려진다. 보관만 하다가 결국 폐기되거나(9%), 하나도 먹지 않은 상태(4%)로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

◇ 버리지 않는 ‘제로(웨이스트)레시피’ 실천법

한가지 가정을 해보자. 유통과 조리과정에서 버려지는 식재료를 모두 없애고 만들어 놓고 안 먹는 음식이나 쓰지 않는 식재료를 차단하면 음식물쓰레기의 약 70%가 줄어든다. 현실적으로 모두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의미다. 먹고 남은 음식보다 다른 과정에서 버려지는 식재료 등이 많다는 게 사실이라면, 어디서 뭘 줄여야 할까?

‘제로레시피’라는 단어가 있다. 과거 한 유명 셰프가 자신의 책에서 언급한 단어이기도 하고, 실제 저 이름을 쓰는 브랜드도 있다. 단어의 뜻만 보면 ‘버려지는 식재료 없이 꼼꼼하게 잘 만들어 먹는 요리법’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어렵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식재료를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고, 식단은 꼼꼼하게 관리해 적당한 양만 조리해서 먹고, 자투리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면 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셰프들을 중심으로 버리는 식재료를 없애자는 이른바 ‘제로웨이스트 레시피’가 유행했다. 커피 찌꺼기로 접시를 만들거나, 먹어도 괜찮은 식기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도 이미 이뤄졌다.

◇ 일주일치 식단 짜고 식재료의 ‘회전율’을 높이자

기자도 집에서 활용해봤다. 조리하고 남는 야채는 잘게 썰어 모아 냉동실에 넣어두고 볶음밥 재료로 쓴다. 고기가 남으면 다져서 뭉쳐놓고 완자를 만든음 채소 등과 섞어 팬에 구운 다음 식혀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반찬이 필요할 때 꺼내 먹으면 된다. 애매하게 남은 음식은 볶음밥 재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채소 등이 이리저리 남으면 카레 재료로 쓴다.

자투리 식재료를 쓰는 방법은 또 있다. 지인들이 기자에게 알려준 방법인데, 양파껍질을 냉동실에 얼려두었다가 찬물로 헹군 다음 끓여 차를 만들어도 좋고 파뿌리를 말려 대추나 생강과 함께 끓여 먹기도 한다. 파뿌리를 깨끗이 씻은 다음 말렸다가 육수를 내라고 조언해준 지인도 있었다.

<제로 웨이스트 퀴헤(Zero Waste Kuche) : 쓰레기 없는 주방>라는 책을 출간한 독일의 셰프 겸 블로거 소피아 호프만은 쓰레기 없는 주방을 위해 실천해야 할 3대 원칙이 “적게 사고, 잘 고르고, 끝까지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냉장고 속 식재료의 전체적인 양을 꼼꼼하게 관리하고 식재료의 ‘회전율’을 높이는 건 쓰레기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정해진 답은 없겠지만 각자가 터득한 방법대로 실천해보면 어떨까?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어렵다면 일주일 치 식단을 미리 짜고 거기에 맞는 식재료만 사는 것도 좋다. 메뉴를 미리 정하고 식재료를 거기 맞춰 사면서 자투리 재료 활용방안을 같이 고민하면 된다. 환경적이면서 경제적인 식탁을 차리는 방법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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