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웠던 여름 기억하라...날씨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
기후가 바꾼 일상...“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필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창간 9주년을 맞았습니다. 그 동안 기후변화를 둘러싼 세상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날씨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기후위기는 날씨와 일상생활 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에도 폭넓게 영향을 미칩니다. 어쩌면 인류의 삶을 뿌리째 흔드는 큰 위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에너지 사용과 탄소배출, 그리고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당연한 얘기고 간단한 해법입니다. 하지만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고쳐야 할 습관과 새롭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렇습니다.

기후위기와 그 해법을 둘러싼 여러 가지 시선과 논의들을 5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달라진 날씨가 세상에 어떤 위기를 가져왔는지, 금융계와 산업계, 그리고 먹거리를 책임지는 식유통 기업들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환경 관련 전문가들은 무슨 조언을 내놓는지도 들어봅니다. [편집자 주]

소비자의 90% 이상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으며 70% 이상이 기후변화가 자신의 소비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날씨가 변해서 인류에게 위기가 닥쳤다. 비 내리는 경향이 달라졌고 계절 시작일과 계절 길이도 달라졌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반대편에서는 혹한에 시달렸다. 요동치는 날씨는 사람과 동물, 그리고 식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에너지 사용량을 흔들며 경제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날씨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날씨가 변해서 인류에게 위기가 닥쳤다. 비 내리는 경향이 달라졌고 계절 시작일과 계절 길이도 달라졌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반대편에서는 혹한에 시달렸다. 요동치는 날씨는 사람과 동물, 그리고 식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에너지 사용량을 흔들며 경제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날씨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인류는 앞으로 뭘 해야할까? 

◇ 더웠던 여름...날씨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

1994년과 2018년에 이어 2021년 7월에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여르에 날씨 좀 더운 게 무슨 문제냐’고 가볍게 여기지 말자. 지난 2018년 폭염은 ‘자연재난’으로도 지정된 바 있다. 날씨가 곧 재난이라는 의미다. 이건 우리가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폭염은 직·간접적으로 건강, 농·축·수산업, 에너지, 교통 등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취약계층의 부담을 증가시킨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기후변화리스크연구단’ 명의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계속 더워지고 있다. 지난 2018년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

뜨거운 날씨와 무더위는 건강에 영향을 준다. 2018년에는 온열질환자가 4만 4천여명 발생했습니다. 1만 8천여명 수준이던 2014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50대 이상 연령대나 야외작업자 사이에서 온열질환을 겪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온열질환 위험도가 더 증가한다는 분석도 있다.

온열질환만 문제가 아니다. 더워지면 에어컨 수요 등이 늘어나는 탓에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 에너지를 많이 쓰면 탄소배출이 늘어나고 비용도 증가한다. 고온 추세로 농작물 피해 발생 건수도 늘었고 온습도지수(THI) 상승으로 인한 가축 폐사 발생일도 늘어났다. 날씨가 뜨거워지면서 수온이 오르는 바람에 어류 폐사 피해도 늘어났다. 이런 과정에서 식재료 수급 불균형도 발생하고 소비자들의 가계 지출도 늘어난다.

날씨변화와 기후위기가 일상과 경제에 두루 영향을 준다는 지적은 환경운동가들만의 주장이 아니다.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 산하 정책 연구소에서 전 세계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경제성’을 묻는 연구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2025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연간 손실이 1조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해당 조사에 응한 응답자 중 76%는 ‘기후변화가 해마다 경제적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 성장률을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후가 바꾼 일상...“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필요”

기후는 지금까지 얼마나 ‘변화’해서 우리에게 ‘위기’가 됐을까. 최근 우리나라는 여름이 20일 길어지고 겨울이 22일 짧아졌다. 봄은 예전보다 17일, 여름은 예전보다 11일 빨리 시작한다. 기상청이 지난 4월, 1912년부터 2020년까지 109년간의 기후변화 추세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다. 당시 기상청은 서울과 인천, 부산과 대구, 목포와 강릉 등 100년 이상 관측자료를 보유한 6개 지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당시 기상청은 “기온의 장기적인 변화 추세로 최근 30년(1991∼2020년)은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연평균기온이 1.6℃ 상승했다”고 밝혔다. 109년간 연평균기온은 10년마다 +0.2℃로 꾸준히 상승했고, 특히 봄과 겨울의 기온 상승 경향이 뚜렷했다.

비내리는 경향도 달라졌다. 최근 30년은 과거 30년에 비해 연 강수량이 135.4㎜ 늘었고, 반대로 강수일수는 21.2일 줄었다. 기상청은 “109년간 연강수량은 매 10년당 +17.71㎜로 증가하는 경향이나, 강수일수는 감소 추세로 최근 강수강도가 강해지는 추세다”라고 밝혔다, ‘큰 비’가 잦아졌다는 의미다.

계절 시작일과 계절 길이도 달라졌다. 과거 30년 대비 최근 30년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으며, 봄과 여름 시작일이 각각 17일, 11일 빨라졌다. 기상청은 “최근 30년 여름은 118일(약 4개월)로 가장 긴 계절이며, 가을은 69일로 가장 짧다”고 밝혔다. 실제로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 여름 시작을 나타내는 ‘입하’의 과거 기온이 나타나는 시기가 각각 13일, 8일 당겨졌다.

기상청은 기후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함께 제시했다. 당시 박광석 기상청장은 이 조사에 대해 “다시 한번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까지 숨 가쁘게 달려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당시 자료 발표 후 보도자료를 통해 “전 지구에 비해 우리나라 연평균기온 증가는 +0.8℃, CO2 농도(2019년)는 +6.5ppm 높게 나타나, 우리나라 온난화·도시화가 전 지구 평균보다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인류는 탄소배출을 얼마나 줄여야 할까. 창간기획 2편에서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이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싣는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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