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ESG 위원회 출범 친환경 투자 적극 추진
기후변화 대응 위한 투자 활발
내부통제 프로세스 강화 등 고객 중심 대전환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ESG. 주주 이외의 사회 전체의 이익과 친환경, 사회공헌, 윤리경영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새로운 기업 가치관이 글로벌 경영의 화두가 됐다.

이 가운데 금융 기관은 기업이 ESG 경영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녹색금융 지원에 나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증권가도 ESG 경영을 정비하고 본격 시행에 나섰다. 

국내 5대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은 모두 이사회 내 ESG 위원회와 같은 최고의사결정기구를 만들었다. 리서치센터 내 ESG 연구소 신설, ESG 채권 발행 및 관련 상품 출시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주요 증권사의 ESG 경영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사장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사장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석탄 관련 추가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동종 업계 ‘탈석탄 금융’을 선도했다. 여기에 부실 사모펀드 전액 보상을 결정하는 등 소비자 보호 강화와 함께 ESG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에너지 전문 기업인 에너지홀딩스그룹, 제이에스이엔디와 공동으로 신재생 전문 기술투자 합작회사인 ‘한국신재생투자’를 설립했다. 지난해 9월에는 한국수력원자원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풍력 발전단지 4곳의 지분 49.9%를 인수,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서는 등 환경 책임투자도 적극 실행하고 있다.

◇ ESG 위원회 출범하고 친환경 투자 등 적극 추진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5월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ESG 위원회는 ESG 경영의 기본 전략 및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 내역을 관리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2명의 사외이사와 사내이사인 정일문 사장 등 총 3인으로 구성된다.

사외이사인 김태원 구글코리아 전무가 ESG위원회 위원장을, 2019년부터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ESG위원회 위원을 맡는다. 정일문 사장은 ESG 관련 사항을 경영 전반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위원으로 선임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로써 △친환경 기업투자 △ESG 관련 채권 인수 및 상품 출시 △동반성장 및 상생가치 실현 △포용적 금융 및 사회공헌 확대 △지배구조 우수기업 상품 개발 및 투자 등 ESG 관련 다양한 사업을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위기에 대응해 금융시장 안정펀드에 투자하고, 혁신·벤처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등 4826억원 규모의 사회적 책임투자를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정일문 사장은 "이번 ESG위원회 출범을 통해 더욱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정책을 펼쳐나가는 것은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선도하는 금융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 기후변화 대응 위한 투자 활발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6월 ESG 채권을 처음으로 발행했다. 이번 발행은 모집액의 네 배에 달하는 주문이 모여  완판을 기록했다. 이 채권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녹색채권(Green Bond) 인증평가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G1을 평가받았다. 

한국기업평가원은 "ICMA가 제시한 6가지 환경목표 중 '기후변화 완화'에 주효하게 부합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후변화 완화, 천연자원 보존, 오염방지 및 통제, 순환자원으로의 전환의 환경 목표와 연관이 깊을 것"으로 평가했다.

조달 자금은 전액 신재생 에너지 관련 사업에 사용된다. 태양광 발전을 위해 일본 태양광 프로젝트 1건(총 1740억원 중 8억원), 영국 태양광 프로젝트 A(총 1104억원 중 54억원), 영국 태양광 프로젝트 B(총 1590억원 중 462억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풍력 발전 분야에서도 독일 육상풍력 프로젝트(1539억원 중 476억원), 핀란드 육상풍력 프로젝트(1854억원 중 500억원)을 투입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연 1회 사후보고를 통해 ESG채권 조달자금 투입 대상 프로젝트와 조달자금 집행내역, 미분배자금 현황을 비롯해 지원 대상 프로젝트의 환경 및 사회적 개선 기여도를 공시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폐기물 처리 및 신재생에너지 소재 업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4월부터는 환경부로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조성자로 선정돼 탄소배출권 관련 신설 부서인 '카본솔루션부'를 통해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위한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 내부통제 프로세스 강화 등 고객 중심으로 대전환

한국 투자증권은 지난 6울 부실 사모펀드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 결정을 발표했다. 정일문 사장은 부실 사모펀드로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상품에 대해 전향적인 보상기준을 마련하고 해당 상품에 투자한 고객 투자금 100% 전액을 보상하기로 했다. 

정 사장은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판매책임 소재가 있는 부실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새로운 보상기준에 따라 상품 가입 고객 전원에게 투자 원금 대비 100% 손실을 보상하기로 결정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내린 선제적 결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이같은 '불완전 판매'의 재발을 막기 위해 상품 공급, 판매 관련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개선안도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상품선정위원회 기능과 책임을 대폭 확대해 강화하고, 투자상품 사후관리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고객에게 공급한 상품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판매사의 책임을 다하도록 했다. 

또 상품의 판매 과정에서도 불완전 판매 이슈 근절을 위해 직원 교육과 감사를 확대하며, 위반 시 임직원 인사 조처를 강화하기로 했다. 제도와 평가∙보상 시스템도 개편해 고객 중심 영업문화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일련의 제도 변화를 통해 영업관행에 일대 혁신을 일으킴으로써 금융상품 판매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후속 조치로는 '투자상품관리부' 신설에 이어 '고객에 대한 바른생각, 바른행동 실천 서약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실천 서약에는 △고객 신뢰에 반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을 것 △고객 신뢰에 맞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 △불공정·불건전 영업행위를 하지 않을 것 △금융소비자보호법·자본시장법 등 관련 규정 및 절차를 준수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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