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동물과 대기를 살렸다?
늘어나는 1회용품...코로나19 속 또 다른 환경문제도

오늘은 ‘빨간 날’입니다. 달력에 붉은색 숫자가 표시된 날, 학교도 안 가고 회사도 안 가서 신나는 날이죠. 여러분도 혹시 새 달력 받으면 빨간색이 몇 개인지 먼저 세어 보나요?

강렬한 레드는 경고의 의미도 있습니다. 신호의 붉은빛은 멈추자는 약속입니다. 우리도 달력 빨간 숫자를 볼 때마다 위기감을 느끼고 한 걸음 멈추면 어떨까요? 어떤 위기감이냐고요? 그린포스트가 공휴일 아침마다 기후변화 뉴스를 송고합니다. 여섯 번째 코로나19가 환경에 미친 여러 가지 영향입니다 [편집자 주]

한국이 지난 2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가운데, 코로나19 예방백신 1차 접종 후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정부가 목표로하는 11월 집단 면역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민선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가 지구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2020년 1월,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코로나19가 세상에 알려지고 난 이후입니다. 마스크가 ‘필수템’이 됐고 누구나 자유롭게 가능했던 해외여행은 무척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좀처럼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이제는 확진자 수를 일일이 집계하기 보다 중증 환자 관리 위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코로나19가 인류의 일상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구 환경에 몇 가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장 먼저 들렸던 (환경 관련) 소식은 인류의 움직임이 줄면서 야생동물이 도시로 나왔다는 뉴스들입니다. 공장이 문을 닫고 자동차 운행이 줄면서 대기 오염이 감소했다는 뉴스도 들려왔습니다. 그러면 코로나19는 인류의 건강만 위협했고 지구 환경에는 좋은 영향을 미쳤을까요? 그렇게 단정적으로 볼 문제는 아닙니다.

호주 도심 한복판에 캥거루가 나타나고 칠레 수도 산티아고 중심가에서 야생 퓨마가 발견됐습니다. 거리두기와 봉쇄 등의 영향으로 인류의 움직임이 줄자 야생동물이 도시로 나왔다는 소식들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인류의 호흡기 건강을 지켜주는 마스크가 동물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근거도 함께 발견됐습니다. 마스크 끈을 씹는 원숭이가 목격되거나 마스크가 다리에 걸려 잘 움직이지 못하는 새가 구조되었다는 뉴스도 있었죠. 개인위생에 신경쓰고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늘리면서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이 늘어났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가 동물과 대기를 살렸다?

하나씩 짚어봅시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후, 펜데믹 이면에서 관찰된 의외의 환경 영향들이 이슈가 됐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야생동물 관련 소식입니다. 칠레가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더니 산티아고 중심가에서 야생 퓨마가 발견되고 봉쇄령을 내린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는 야생 여우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렸죠. 사람의 발길이 줄자 야생동물의 움직임이 늘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대기질이 개선됐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3월, 중국 생태환경부는 후베이성의 2020년 초 ‘대기 질 좋은 날’ 평균 일수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5%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과 유럽우주국 위성사진에 따르면 자동차나 산업시설에서 배출돼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산화질소도 중국에서 당시 1~2월 사이 감소했지요. 이를 두고 ‘공장이 문을 닫고 자동차 운행이 줄면서 대기 오염이 감소했다’는 주장이 이어졌습니다.

당시 이인성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중국에서 화석연료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오염물질 유입이 줄었고, 국내에서도 자동차 통행량이 줄어 대기오염이 전체적으로 개선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셧다운과 기후위기, 환경 영향 사이의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한 자료는 아직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제 상황과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지난 2020년 연간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지난 2015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낮게 집계됐습니다. 이를 두고도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과 더불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의 영향을 정확하게 분석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으나, 국가 최종에너지 소비량, 선박 입출항수, 항공 운항편수 등이 감소하여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코로나19가 인류의 건강만 위협하고 지구 환경에는 좋은 영향을 미쳤을까요?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환경적인 시선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들여다 볼 문제가 있습니다. 1회용품 사용이 늘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이 코로나19 백신 낙관주의를 경고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는 경제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여러 영향을 미쳤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늘어나는 1회용품...코로나19 속 또 다른 환경문제도

지난해 6월, 김동그라미 코트라 미국 뉴욕무역관이 홈페이지 뉴스 컬럼을 통해 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김 무역관은 “최근 몇 년간 환경보호 차원에서 일회용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식기류 등의 사용 금지 규제가 강화됐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위생문제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일시적으로 완화됐다”고 썼습니다.

당시 김 무역관은 “셧다운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고, 테이크아웃과 배달음식 수요가 늘어난 것도 일회용품 사용 증가의 요인으로 꼽힌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규제 완화 외에도 소매점이나 카페 등이 자발적으로 고객의 개인 물품 사용을 금지한 곳도 생겼다. 개인 텀블러나 머그컵 사용을 장려했던 스타벅스와 던킨은 코로나19 이후 직원과 다른 고객의 안전을 위해 일회용 컵만 사용할 것이라고 공지했다”라고 밝혔죠.

그런데 이 주장은 낯설지가 않습니다. 미국 얘기지만 우리나라 상황과도 비슷하고, 또 이런 지적을 다른 곳에서도 꾸준히 하고 있거든요. 여성환경연대가 지난해 5월 21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 시내 커피 전문점 68곳의 일회용컵 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중 절반 이상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수도권 등 일부 지역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조정되면서 일부 카페 등에서는 개인컵을 받지 않고 일회용컵에만 음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손님이 가져와 직원에게 건네는 과정에서의 감염 우려 등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인류가 매일 사용하는 마스크도 환경적인 시선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정해진 장소에 잘 버려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거든요. 실제로 프랑스 환경 보호단체 ‘메르 프로프레’는 지난해 가을, “스쿠버다이버가 바다 청소 작업을 하면서 폐기된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을 발견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마스크 등 일회용품이 마치 해파리처럼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었다”고 전하면서 “우리는 곧 지중해에서 해파리보다 더 많이 떠다니는 마스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이 결국 사람 손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할 자연을 인위적으로 건드리면서 생태계가 영향을 받았고 그 영향이 다시 인간에게 돌아왔다는 시선입니다. 그로 인해 일어난 일들이 다시 환경과 인류에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지요. 인류는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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