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최근 ‘인쇄와 환경’이라는 연재를 통해 플라스틱컵과 종이컵 재활용에 로고 인쇄가 미치는 영향을 취재했다. 일회용컵 재질을 차치하더라도 잉크는 소량만 들어가도 자원순환에 브레이크가 걸린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일회용컵은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사용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그 전까지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컵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던 카페들도 위생을 이유로 다시 유리컵 대신 일회용컵을 꺼내들었다. 매장 이용보다 테이크아웃이 늘어난 탓도 있다.

커피 공화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일회용컵은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하나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일회용컵 연간 재활용률은 사용량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회용컵에 들어가는 코팅, 로고를 새기기 위해 사용하는 잉크, 분리수거 시스템 부재 등이 혼합된 결과다. 

일부 브랜드에서는 플라스틱컵에 들어가는 로고 크기를 줄이고 잉크 색을 바꾸면서 ‘친환경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마케팅을 하기도 하지만 자원순환전문업체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회용컵 재활용률을 방해하는 요소가 색을 입히기 위해 사용하는 코팅 안료에 있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일회용컵에 인쇄가 들어간다는 것은 색을 입히기 위해 코팅 안료가 들어간다는 것이고 이 안료는 잉크를 빼는 과정에서 세척수까지 오염시켜 재활용을 방해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로 애초에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이 기존 인쇄 방식이 재활용률을 낮추는 치명적인 요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과거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접근이라는 것이다. 대신 브랜드를 노출시킬 새로운 기술을 연구개발해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자가 대표적인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가 로고 크기를 줄인 예를 들자 홍 소장은 “스타벅스 정도 되는 브랜드면 컵을 다시 컵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바꾸겠다고 나와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목표 아래에서 인쇄를 하지 않는 선에서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지, 친환경 개념 자체에 혼선을 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로고를 새기고 색을 입히는 것이 과거 마케팅 방식이라는 뼈아픈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환경이 중요해진 시대, 재활용이 안 되는 디자인은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 속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보다 환경적으로 브랜드를 인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를테면 생수 포장 변화를 예로 들 수도 있다. 생수 회사에서 기존 라벨을 떼고 눈에 들어오는 색색깔의 로고를 페트병에 새기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은 본인이 마시고 있는 생수가  무엇인지 안다. 기업들은 라벨이 사라진 자리에 플라스틱을 살짝 변형해 로고를 각인시켰다. 색이 없어도 충분히 제품명과 브랜드 가치가 전달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내년 6월부터 일회용컵에 일정한 보증금을 부과하고 컵을 반납하면 돌려주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표준용기까지 정해진 것은 아니기에 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회용품은 안 쓰는 게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가 없다. 소비자들이 최대한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고 그럼에도 불가피하게 써야할 때는 재활용이 잘 되도록 기업이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몫은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소의 몫에 비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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