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에서 정책, 교육 등 다방면으로 퍼져나가는 ESG
ESG는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방안, 새로운 것이 아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의 혁신, 더 나은 경영과 성과로 이어진다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ESG는 기업 경영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ESG는 빠르게 자리잡고 있으며, 시대적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ESG는 기업 경영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ESG는 빠르게 자리잡고 있으며, 시대적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임호동 기자] 그야 말로 ESG의 시대이다. 기업 경영에서 필수요소로 대두되기 시작한 ESG 경영은 이제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지자체, 소비자, 교육 등 다방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ESG에 대한 공시 의무가 생기고, 투자의 흐름은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을 향해 몰리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ESG에 관심을 가지고 친환경 소비를 위해 ESG를 잘하는 기업을 선택하고 있다. 익숙해지기 전에 대세가 돼 버린 ESG 경영은 도대체 무엇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불어 온 ESG 열풍

ESG는 단어 그대로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nance)의 앞자리를 딴 용어다. 이는 기업 경영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얼마나 잘 보호하고 지켜나가는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ESG에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진 시점은 지난해 1월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기업 CEO와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서에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이 투자의사 결정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라며 “ESG를 고려하는 방식이 향후 블랙록의 가장 핵심적인 투자 모델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이 강조되면서 비재무 지표인 ESG 경영이 새로운 경영의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러한 ESG의 열풍은 우리나라에도 금방 불어왔다. 올해 1월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친환경·사회적 책임활동을 포함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해야하며,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기업들은 발빠르게 ESG 경영 저변 확대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의 정착과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의 ESG 강화에 맞춰 협력사 및 중견·중소기업들도 ESG 경영을 주목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ESG 경영은 환경문제, 사회문제 등을 해결해야하는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기업이 ESG를 주목하는 만큼 ESG 인재를 육성해야하는 대학과 교육 분야에 있어서도 ESG 경영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자체의 경우 지역 행정과 환경 정책 및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ESG를 도입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ESG 인재 육성을 위해 ESG 교과 신설 등에 나서고 있다. 

◇ 새로운 것 같지만 새 것 아닌 ESG

이러한 상황만 놓고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ESG가 최근 등장한 경영 패러다임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ESG가 주목받은 것은 최근이지만 그 역사는 보다 오래됐다. 1950년대 이후 거대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기업의 이윤만을 주목하던 일부 기업들은 생태계 파괴와 환경문제를 비롯해 노동인권 유린, 아동 노동력 착취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이에 기업 경영이 환경과 사회에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경제학자 하워드 보웬은 1953년 ‘비즈니스맨의 사회적 책임’을 발간하며, 기업이 이윤 추구 외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개념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CSR은 기업들의 성장과 함께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또한 UN과 국제표준화기구(ISO) 등에서 글로벌 규약들이 연이어 체결되며, 환경 경영, 윤리 경영, 지속 가능 경영 등이 강조되는 흐름이 형성됐다.특히 지난 2004년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 각국의 금융회사에 지속 가능한 투자를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20여 개의 금융회사는 공동 연구를 통해 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요소를 활용해 투자 대상 기업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 내용이 2006년 ‘유엔 책임투자 원칙(UNPRI)’에 반영됐다. UN은 2006년 출범한 UNPRI를 통해 ESG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즉 지금의 ESG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책임이 진화하고 규범화·제도화된 것이다.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지하고 있는 대중들 역시 ESG를 기업의 또 다른 의무로 인지하고 있으며, 사회적책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은 이를 더 세분화해 ESG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ESG 의무 강화 흐름과 ESG 관련 투자 확대, 그리고 소비자의 인식 전환으로 인해 이제 필수요소로 자리잡아가는 ESG. 보다 나은 ESG 경영으로의 전환은 기업의 이익과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ESG 의무 강화 흐름과 ESG 관련 투자 확대, 그리고 소비자의 인식 전환으로 인해 이제 필수요소로 자리잡아가는 ESG. 보다 나은 ESG 경영으로의 전환은 기업의 이익과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 선택 아닌 필수...모두를 위한 행보가 돼야

이러한 역사를 가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ESG는 2020년 이전까지 ‘하면 좋은 것’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현재 ESG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반드시 해야하는 것으로 변모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경우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며, 2030년부터는 코스피 상장사 대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의무화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유럽연합(EU)은 500인 이상 기업에 대해 ESG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기업의 생산·공급망 전체에서 환경과 인권 보호 상황에 대한 조사를 의무화하는 등 ESG 관련 법안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도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ESG 관련 제도와 규제가 강화되는 것과 함께 투자의 흐름도 ESG로 향하고 있다. ESG 경영을 핵심투자 원칙으로 볼것이라고 올표한 블랙록 외에도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SSGA), 모건스탠리. 씨티은행. HSBC, UBS 등 주요글로벌 금융사들도 ESG 경영을 투자의 핵심 요소로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 통계에 따르면 세계 ESG 투자 규모는 4경 4400조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많은 은행과 금융사들이 ESG 경영에 필요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며, 환경부 역시 지난 1월 '2021년 녹색금융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정책금융기관의 녹색 분야 지원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한마디로 ESG 경영을 강화하면 정책금융 조달에 더욱 유리해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인식도 ESG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ESG 경영이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63%, ESG에 부정적인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0%로 나타났다. 또한 ESG 우수 기업 제품에 추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도 88%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기업의 ESG 경영이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비재무적 성과인 ESG가 재무성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ESG를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ESG 경영에 대한 평가 결과가 기업가치와 직결되고, 금융뿐 아니라 투자자의 관심은 물론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또한 소비자들 역시 ESG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보다 친환경적이고 가치 있는 소비를 위한 선택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ESG 경영을 하고 말고의 문제는 이미 지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ESG 경영은 이미 필연적인 시점이고 이제는 ESG 경영을 누가 얼마나 더 잘하느냐를 평가하는 시대가 벌써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신윤관 생활ESG행동기획단장은 지난달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ESG를 단순한 규제나 행동의 제한으로 이해하면 안된다. ESG를 통해 기업의 경영방식을 혁신하고 전환하는 유효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의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익과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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