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아니지만...자원순황 원활하지 않아
많이 버려지고 재활용 어려운 문제 해결해야

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열 여덟번째 시리즈는 패스트패션입니다. 매년 수많은 옷이 만들어지고 그 옷은 대부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그대로 버려집니다. 이런 경향을 두고 패션에서의 기후긍정성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류는 옷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편집자 주]

인류는 누구나 옷을 입고 패션 아이템을 착용한다. 여러 곳에서 수많은 옷과 신발과 가방 등이 만들어진다. 일부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만 대부분은 소비되지 않고 버려져 땅에 묻히거나 소각되거나 어디론가 흘러간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나서도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옷들도 많다. 옷의 자원순환 구조는 어떻게 들여다보아야 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는 누구나 옷을 입고 패션 아이템을 착용한다. 여러 곳에서 수많은 옷과 신발과 가방 등이 만들어진다. 일부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만 대부분은 소비되지 않고 버려져 땅에 묻히거나 소각되거나 어디론가 흘러간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나서도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옷들도 많다. 옷의 자원순환 구조는 어떻게 들여다보아야 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인류는 누구나 옷을 입고 패션 아이템을 착용한다. 여러 곳에서 수많은 옷과 신발과 가방 등이 만들어진다. 일부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만 대부분은 소비되지 않고 버려져 땅에 묻히거나 소각되거나 어디론가 흘러간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나서도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옷들도 많다. 옷의 자원순환 구조는 어떻게 들여다보아야 할까?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다. 소비자들이 흔히 떠올리는 플라스틱 용기 등은 ‘합성수지’다. 하지만 플라스틱으로는 그것만 만드는 게 아니다 합성고무도 있고 합성섬유도 있다. 옷의 재료 중 상당수가 바로 합성섬유다. 쉽게 말하면 옷도 플라스틱이라는 얘기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서울환경연합 등과 함께 진행한 ‘대담한쓰레기대담’에서 “플라스틱 문제를 얘기할 때 합성수지뿐만 아니라 합성섬유 등도 함께 얘기해야 미세플라스틱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문제를 폭넓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패션산업의 환경 영향을 볼 때도 이 문제를 고려하는 게 좋다.

◇ 일회용품 아니지만...자원순황 원활하지 않다?

옷이나 가방 등 패션용품에 대해 무조건 ‘비환경적’이라는 잣대를 들이밀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일회용품이 아니므로 소비습관에 따라 오래 입거나 사용할 수 있어서다. 다른 사람에게 물려줄 수도 있고 리폼할 수도 있다. 다만 짚어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전반적으로 적당한 양이 많들어지고 그 제품들이 충분히 사용되는지, 그리고 버려질 위기에 처한 제품이 재사용 또는 재활용이 잘 되는지 여부다. 자원순환 구조 전체적으로 짚어볼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패션산업이 환경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있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의 공장에서 많은 재료와 염료 등을 사용하며 생산하고 유통된다. 상당수는 소비되지 않은 채 폐기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나서도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제품도 많다.

홍 소장은 앞서 언급한 대담에서 “2016년 기준 연간 1080억 정도의 옷과 145억 켤레의 신발이 생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개국 사람들 1만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 입는 옷이 80~90%”라고 지적했다.

숫자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지적은 다른 곳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15년 그린피스 독일사무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가정에서 새로 산 옷의 40%는 거의 또는 전혀 입지 않았다.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는 불평 속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만들어진 수많은 옷과 신발, 가방들이 옷장에 잠시 스쳤다가 쓰레기가 된다. 유행에 맞춰 빠르게 생산되고 짧게 소비되는 경향을 둘러싸고 환경적인 관점에서의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 많이 버려지고 재활용 어려운 문제 해결해야

옷이 가지고 있는 아쉬운 특징 하나가 있다. 재활용이 어렵다는 문제다. 옷은 ‘재사용’할 수 있지만 재활용은 쉽지 않다. 물론 헌옷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손재주’문제고 대규모의 재활용은 쉽지 않다.

홍수열 소장도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홍 소장은 대담에서 “모든 재활용은 선별 문제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면서 “옷은 면과 폴리에스터가 섞이는 방식 등의 ‘혼방’이 많은데 옷에 섬유들이 섞여있기 때문에 이걸 재질별로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용기라면 손으로라도 골라낼 수 있지만 짜여져 있는 실에서 폴리에스터와 면을 선별해내는 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의류 폐기물은 많이 버려지고 재활용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환경부 환경통계포털에 ‘생활폐기물 성상별 발생량’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의류폐기물 일 발생량은 2018년 기준 193.3톤이다. 지난 2018년 11월 본지가 취재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유엔환경계획은 “의류 폐기물 재활용률이 1%도 되지 않는다”면서 “대부분의 옷이 그대로 버려지는 경향이 유지되면 2050년엔 세계 탄소 4분의 1이 패션산업에서 소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련 지적들이 이어지면서 업계나 정부에서도 섬유재활용 기술 개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추세다. ‘줄여야 산다’ 4편에서는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패션 업계 소식을 보도한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