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에 쓰레기 쌓이는 사태 올 수 있다”
쓰레기 묻을 곳 부족...“폐기물 원천 절감 절실”
“일회용 대신 다회용 재사용 위주로 습관 바꿔야”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가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마흔 세번 째는 언론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쓰레기 대란’입니다. 쓰레기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지기에, 큰 난리가 난다고 표현할까요? [편집자 주]

인류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은 언젠가 쓰레기가 된다. 그래서일까, 인간이 가는 곳에는 늘 쓰레기가 따라간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쓰레기가 자꾸 쌓여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쓰레기는 왜 많이 쌓였고 앞으로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 쓰레기대란이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은 언젠가 쓰레기가 된다. 그래서일까, 인간이 가는 곳에는 늘 쓰레기가 따라간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쓰레기가 자꾸 쌓여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쓰레기는 왜 많이 쌓였고 앞으로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 쓰레기대란이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인류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은 언젠가 쓰레기가 된다. 그래서일까, 인간이 가는 곳에는 늘 쓰레기가 따라간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쓰레기가 자꾸 쌓여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쓰레기는 왜 많이 쌓였고 앞으로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 쓰레기대란이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포털사이트 등에서 ‘쓰레기대란’을 검색하면 수많은 기사가 나타난다. 쓰레기 대란이 장기화되고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진다는 내용, 특정 지역에서 쓰레기대란이 생겼다는 내용,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 그리고 이렇게 가다가는 내 집 앞에 쓰레기사 쌓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쓰레기가 얼마나 버려질까.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등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에서 발생하는 하루 평균 쓰레기(폐기물) 양은 49만 7238톤이다. 이 중 80% 이상이 건설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이다. 집에서 흔히 버리는 생활폐기물 양은 5만 7961톤이다. 국민 1인당 하루에 (생활계폐기물만) 1kg 정도씩은 버린다는 의미다. 버려지는 비유을 따져 잘잘못을 가리자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쓰레기가 많이 버려진다는 뜻이다.

◇ “우리 집 앞에 쓰레기 쌓이는 사태 올 수 있다”

쓰레기대란은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정부 대표 블로그 정책공감은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은 지금 쓰레기 대란’이라는 제목의 콘텐츠에서 해당 내용을 다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영상에 등장해 “지금처럼 쓰레기 문제가 지속된다면 우리 집 앞에 쓰레기가 쌓이는 쓰레기대란 사태는 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홍 소장이 등장한 콘텐츠는 ‘뉴:텔러 키워드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였다.

당시 홍수열 소장은 국내 쓰레기 관련 문제를 큰 틀에서 짚으면서 지난 2018년 이후의 흐름을 주로 언급했다. 2018년 당시 중국에서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재활용 시스템이 충격을 받았고 우리나라도 적잖은 영향을 받은 바 있다.

홍 소장은 “(당시) 재활용 시장이 침체 되면서 재활용품 가격이 급락하고 민간 재활용 업체들의 경영상 어려움이 커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돈이 되지 않는 재활용 쓰레기를 가정에서 분리배출 하더라도 민간 재활용사업자가 가져가지 않으면서 비닐 쓰레기 수거중단 사태가 발생했다”라고 짚었다. 이른바 ‘비닐 대란’이다.

이어 2019년에는 쓰레기 처리시설 부족과 무단 투기 등의 문제들로 인해 전국에 쓰레기 산이 만들어졌다. 홍 소장은 이를 두고 ‘쓰레기 불법 방치상태’라고 표현했다. 현재 국내에는 수백개의 쓰레기산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쓰레기산 관련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린 바 있는 홍다경 지구를지키는배움터 대표는 지난 7월 본지 인터뷰에서 “2019년 당시 국내에 쓰레기산이 235곳 있었고. 지금은 늘어서 400여 곳이나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도 쓰레기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즉하고 재활용 시장이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지난해 6월 공사 블로그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음식 배달이나 온라인 주문 건수가 전년 대비 20~30%이상 상승했고 이로 인한 플라스틱 배출량이 6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홍 소장은 이런 흐름을 두고 “5년 이내에 쓰레기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쓰레기 묻을 곳 부족...“폐기물 원천 절감 절실”

최근 쓰레기 관련 문제에서 자주 논의되는 내용이 있다. 바로 수도권 매립지다. 인천 서구 소재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가 2025년 사용 중단을 앞두고 있어서다. 인천시는 인천 서구 소재 수도권매립지를 2025년까지만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이후 인천 쓰레기는 영흥도 자체 매립지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두고 서울시와 경기도는 2025년 이후에도 현 수도권매립지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의견이 서로 맞서고 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실시한 대체매립지 1차 공모에 지원한 지자체가 없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응모조건을 완화해 7월까지 재공모를 실시했지만 지원한 지자체는 없었다.환경부와 3개 시도는 추가 공모를 실시하더라도 지자체가 공모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여 현 시점에서 3차 공모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공모를 잠정 중단하는 대신,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이어 2단계로 건설폐기물의 수도권매립지 반입 금지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7월 ‘2026년 수도권매립지 종량제쓰레기 직매립 금지’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당시 환경부는 2026년 수도권 3개 시도를 시작으로, 그 외 지역은 2030년부터 소각 또는 재활용 잔재물과 비가연성 협잡물만 매립한다고 밝혔다. 조치가 시행되면 수도권매립지로 반입되는 생활폐기물의 양은 시행 전보다 80~90% 감축되고, 매립량은 10~20%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처리 방법 등의 문제보다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회 구조를 뿌리부터 바꾸고 쓰레기가 덜 나오도록 만들자는 의미다. 폐기물의 원천감량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해당 발표 이후 “각 지자체별 소각시설 설치 계획만 있고,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이대로 간다면 쓰레기가 매립장에서 소각장으로 이동하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라고 주장했다.

◇ “일회용 대신 다회용 재사용 위주로 습관 바꿔야”

자원순환사회연대는 “탄소중립 및 순환경제가 최우선 과제인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폐기물의 원천감량”이라고 주장했다. 연대는 지난 7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종량제봉투로 버려지는 폐기물의 양을 최소화하고, 재활용률 높일 수 있도록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은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로 전환하고, 복합재질은 단일재질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홍수열 소장 역시 사회구조 자체를 순환구조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소장은 이와 관련해 3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원료를 적게 쓰면서 낭비 없이 생산하고 유통·소비 단계에서 일회용 기반이 아닌 다회용 재사용 기반 사회로 전환해야 하며, 불가피하게 소비해 쓰레기를 배출할 경우 그것을 가지고 자원으로 계속 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홍 소장은 지난 8월 20일 서울환경연합과 슬로비 등이 함께 주최한 ‘대담한 쓰레기 대담’ 강연에서도 관련 내용을 강조했다. 당시 홍 소장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주범이 일회용 포장재라고 지적하면서, 장바구니를 든다고 해서 일회용 포장재가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굳이 장바구니를 들지 않더라도 일회용 포장재가 없는 제품을 살 수 있는 매장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사용할 수 있는 제품, 다회용기 사용을 늘려 자원순환 구조를 단단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시 홍 소장은 “아무리 친환경 소재라고 해도 사용하는 양이 많아지면 환경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소재를 내세운 마케팅에서 벗어나 편리만 생각하는 소비 또는 유행에 휩쓸린 소비를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활용 시스템이 흔들리는 사태가 일어나고 코로나19 여파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는 등 최근의 자원순환 시스템은 몇 차례 위기를 맞았다. 이 위기가 ‘대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쓰레기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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