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계획 마련...“속도보다 방향성이 중요”
“시나리오 전제 잘못됐다...산업구조 미래전망 고려해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린피스와 환경운동연합 등 주요 환경단체들은 최근 발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계획을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나리오를 둘러싼 환경단체의 목소리를 취재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린피스와 환경운동연합 등 주요 환경단체들은 최근 발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계획을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나리오를 둘러싼 환경단체의 목소리를 취재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오현경 기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환경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린피스와 환경운동연합 등 주요 환경단체들은 최근 발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계획을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나리오를 둘러싼 환경단체의 목소리를 취재했다. 

지난 5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3가지 안이 담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 발표 이후 여러 지적과 비판이 이어졌다. 3가지 시나리오 중 1안과 2안이 실질적인 탄소중립과 다소 거리가 있으며 해당 시나리오가 해외(영국)에서 과거에 사용한 자료를 참고해 만들어졌다는 문제제기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는 “폐기된 안을 인용했다는 것은 부적절한 인용이고 기만의 문제다”라며 “영국은 그 이후에 10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냈다. 그런데 정부가 탄소중립이 안되는 과거 자료를 활용했다”라고 지적했다.

권우현 활동가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도 탄중위가 우리나라에 맞는 안을 제시해야 했다”면서 “국가마다 산업구조가 다르다. 전력 에너지원만 해도 생산 비율이 다 다르다. 사례 참고는 대단히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기술을 사용할지는 참고해도 기술 개발 시기나 어느 정도까지 도입할지 등의 적용은 다 다를 수 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 “1안과 2안 탄소중립 아냐...3안 불확실 요소 많아” 

시나리오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환경단체들은 1안과 2안은 탄소중립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1,2안은 탄소중립 자체를 하지 못한다. 탄소중립 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 캠페이너는 “애초에 안 된다고 전제하고 논의하면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그렇게 해도 기후위기가 극단적으로 가는걸 완벽히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탄소중립위원회는 지금이라도 탄소중립을 지향하지 않는 시나리오를 과감하게 버려야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1안과 2안은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이 아니다. 1안에서 온실가스는 2540만톤, 2안에서 1870만톤이 여전히 배출된다. 결국 3안만 탄소중립이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3안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권우현 활동가는 “3안은 불확실한 요소가 많다”며 “탄소감축 숫자만 맞춘 것이다. 수소, 탄소포집・저장 및 활용 기술(CCUS), 무탄소신(新)전원, 산림흡수원, 해외조림(숲 조성사업) 등의 수단은 검증되지 않았다. 3안은 국제사회에서 감축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수단들로 다 넣어 감축량만 맞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수단들 중 하나만 실패해도 탄소중립은 실패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예를 들어 수소 공급은 80% 해외 수입한다고 제시됐다. 그런데 누가 판다고 했나. 외국은 수소가 남는다는 결과가 어디있나”라고 지적했다. 

권우현 활동가는 애초에 ‘시나리오 전제’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시나리오는 지금의 산업규모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전제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 부문 중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인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의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지 않았다. 향후 탄소 관련 세금이 적용되면 다배출기업들은 생산비용이 올라가 현재 산업구조를 유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달 만에 계획 마련...“속도보다 방향성이 중요”

환경단체는 탄소중립위원회 설립 후 시나리오 초안 발표 사이까지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지적한다. 탄중위는 지난 5월 29일 향후 30년간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공식 출범했고 두 달 만에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권우현 활동가는 “2050 탄소중립 시니리오는 향후 30년 동안의 감축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여러가지 전제조건을 고려해야 하는데, 무리하게 빨리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원칙과 비전, 계획 등을 정비하고 장기적인 랠리를 준비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논의와 준비도 부족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탄중위 계획에 따르면 탄중위는 8월 초안 발표 이후 9월까지 시민 500여명이 참여하는 ‘탄소중립 시민회의’를 통해 국민의견을 수렴한다. 이를 토대로 탄중위 의결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0월 최종안을 발표하게 된다. 
 
권우현 활동가는 탄소중립은 기본이고 불확실한 기술들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우현 활동가는 “향후 로드맵에서는 장밋빛 전망들이 최대한 배제돼야한다”라며 “그건 리스크다. 돈을 많이 쓴다고 기술이 개발된다는 보장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정’하는 것은 계획이 아니며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시나리오와 경로 수단들을 제시해야 한다. 산업계가 힘들다거나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실패한 시나리오를 내는건 위원회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상훈 그린피스 캠페이너도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탄소중립위원회는 과학계에서 얘기하는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먼저 의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감축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어려운 것은 무엇인지 등을 고려해 진전된 안을 바탕으로 합의를 이끌어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탄소중립위원회는 ‘모두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시나리오’라는 입장을 밝혔다. 탄중위가 지난 6일 발표한 해명자료에 따르면, 위원회는 “시나리오가 2050년 시점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라며 “그로 인해 ‘50년 이전 상용화가 기대되는 기술’ 등으로 가정과 전제를 토대했다”라고 밝혔다.

탄중위는 우리나라가 아직 탄소중립을 법제화 하지 않은 점도 강조했다. 지난 20일 탄중위 해명자료에 따르면 탄중위는 “영국 사례를 참고했을 뿐 ‘한국화’하지 않았다”라며 “현재 시나리오는 초안이고, 향후 제도적ㆍ정치적 여건의 변화에 따라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앞으로 충분한 소통을 거치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hko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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