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사용량 줄이거나 인쇄 설비 바꾸거나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들 대부분은 내용물의 안전성과 유통 편의성을 위해 포장된 상태로 판매된다. 종이, 비닐, 플라스틱 등 다양한 포장재에는 해당 제품이 어떤 제품인지 설명하는 이미지와 텍스트가 인쇄돼 있다. 기업에서는 더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서 형형색색의 잉크를 활용해 제품을 홍보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잉크 역시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인쇄 과정에서의 환경적 문제와 잉크로 인한 재활용률 저하 등이 문제라는 것. 라벨도 없애는 시대에 현란한 인쇄를 뺀 포장재는 사용할 수는 없는 걸까. 인쇄의 영향을 짚어보고 환경을 위해 개선돼야 할 지점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편집자주]

오리온이 플렉소 인쇄 장비로 생산한 제품. (오리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오리온이 플렉소 인쇄 설비로 생산한 제품. (오리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종이, 비닐, 플라스틱 등 재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모든 제품은 잉크를 사용해 포장재에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개성을 표현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홍보를 위해 꼭 필요한 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포장재에 들어가는 잉크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염려와 함께 환경적인 영향 문제를 안고 있다. 

제품 포장재 인쇄의 환경적 영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하나는 인쇄 자체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잉크 원료 문제, 또 하나는 인쇄물을 재활용하는 문제다. 이에 최근 들어 몇몇 기업에서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제품 포장재 인쇄 문제 개선을 통해 친환경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 잉크 사용량 줄이거나 인쇄 설비 바꾸거나

기업에서는 포장재 인쇄 시 잉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포장 디자인을 단순화하거나 잉크를 아예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있다.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아예 친환경 인쇄 기술을 개발해 대체하는 곳도 있다. 

대표적으로 오리온이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부터 환경 친화적 인쇄 방식인 플렉소 인쇄설비로 포장재를 생산하고 있다. 2019년 해당 설비에 7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약 48억원을 추가 투자하며 인쇄 설비를 증설, 환경 친화적 포장재 생산 라인을 강화했다. 플렉소 인쇄 설비란 기존 그라비어 인쇄와 달리 양각 인쇄 방식으로 이뤄진다. 쉽게 말해 잉크 사용량을 줄이는 인쇄 방법이다. 오리온에 따르면 기존 포장재 인쇄 시 사용해 온 유기용제 솔벤트를 사용하지 않고 무동판 인쇄가 가능해져 환경보호와 근로환경 개선까지 이뤘다고 한다. 

장비를 바꾸기 전에는 잉크 사용량을 줄여왔다. 오리온은 2015년,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2개 브랜드의 포장재 디자인 단순화 작업 및 인쇄도수 저감 작업을 진행, 잉크 양을 기존 대비 연간 약 178톤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SPC그룹에서도 포장재 혁신에 나섰다. SPC그룹 포장재 계열사 SPC팩에서는 톨루엔 등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선명한 색을 내는 포장재를 개발해 특허출원을 진행했다. 빵과 식품을 감싸는 포장 비닐에 친환경 인쇄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녹색기술과 녹색제품 인증을 동시에 획득하기도 했다. 현재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 SPC삼립 등 SPC그룹 계열 브랜드 전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고 알려진다. 

대형유통업체인 이마트도 최근 키친델리 매장에서 판매하는 즉석 조리식품 포장재를 비목재 종이 소재로 바꾸면서 잉크도 일반 잉크에서 콩기름 잉크로 변경했다. 키친델리 브랜드 스티커에도 콩기름 잉크 인쇄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롯데푸드는 오는 추석 명절 선물세트 전체에서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면서 케이스와 가방에 인쇄하는 잉크를 친환경 콩기름으로 교체, 오염물질을 줄이고 재활용이 쉽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도미노피자에서도 콩기름을 선택했다. 지속가능한 환경 조성을 목표로 에코프렌들리 박스를 한정 출시한 것. 박스 외부 이미지를 인쇄할 때 콩기름 잉크를 사용한 것인데 검정색 잉크로 한 번만 인쇄해 잉크 사용량을 최소화한 것도 특징이다. 

이처럼 기업에서 친환경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콩기름 잉크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해 분리수거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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