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의 환경적인 의미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47회차는 7년 된 노트북을 수리한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7년된 노트북이 부풀어 오르고 금이 갔다. 새로 사고 싶었지만 문제를 찾아 해결했다. 돈을 아끼고 버려지는 시점을 늦췄다. (그래픽 :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7년된 노트북이 부풀어 오르고 금이 갔다. 새로 사고 싶었지만 문제를 찾아 해결했다. 돈을 아끼고 버려지는 시점을 늦췄다. (그래픽 :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의 밥줄은 노트북이다. 발로 뛰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질문하면서 취재해야 하는 직업이지만 그 질문과 답변을 기록으로 남기려면 PC가 필요해서다.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기사를 송고하고 다른 기자들이 송고한 기사를 승인해 출고하는 과정도 컴퓨터(또는 모바일 디바이스)가 없으면 안 된다.

지금 사용하는 노트북은 2014년에 구매했다. 고사양 게임을 돌리는 것도 아니고 고해상도의 그래픽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며 영상편집을 할 별로 없다. 자료를 검색하고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회사 사이트에 접속해 기사 관련 작업을 하는 용도여서 2014년 기준 스펙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왼쪽 사진처럼 금이 갔다. 처음에는 물건을 떨어뜨려 금이 간 줄 알았다. 그런데 흠집이 점점 커졌고, 깨진 부분이 점점 부풀어 올랐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알아봤더니 배터리가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배터리를 연결한 상태에서 전원을 오래 연결해두거나 배터리 자체를 오래 사용하는 경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유혹에 빠졌다. 가볍고, 디자인이 예쁘고, 더 높은 스펙을 가진 고성능 노트북을 사고 싶은 유혹이다. 매일 사용하는 물건이니 ‘지름신’이 아니라 ‘합리적인 소비’ 아니겠냐는 자기 합리화도 며칠간 이어졌다. ‘7년이면 쓸 만큼 썼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 8월에는 기자의 생일도 있었다. 1년 동안 고생한 나에게 스스로 선물을 줘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 먹었다. 알아보니 배터리만 교체하면 다른 문제는 없다고 했다. 배터리를 빼고 전원에 연결해 사용해도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새로 사기 보다는 그냥 고쳐 쓰기로 했다. 부풀어 오른 배터리는 빼고 깨진 부분만 교체했다. 노트북을 새로 사면 100만원쯤 지출했을텐데 1/10도 안 되는 돈으로 해결했다. 그리고 버려지는 것을 줄였다. 언젠가는 이 노트북을 버리겠지만 최소한 그 시점을 늦췄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난 8월 13일 서울환경연합 등이 주관한 유튜브 대담에서 무언가를 버려야만 쓰레기가 아니라 인간이 생산과 소비를 통해 배출하는 모든 오염 물질이 쓰레기라고 지적했다. 재료를 얻기 위한 자원채굴 과정부터 제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 등 전 단계에 걸쳐 쓰레기가 생긴다는 의미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과거, ‘아나바다’ 운동이 주목받은 적 있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라는 의미다. 물건을 그렇게 사용하면 경제적인 영향도 있지만 환경적인 영향 역시 크다. 소비하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면서 살 수는 있다. ‘지름신’보다는 ‘기능’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서 제품을 사용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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