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사이클 전 과정에서 유해성 지적 받는 PVC
염소 원료와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성분이 문제
친환경적 재질 소재로 대체해나가야

플라스틱은 처음 개발됐을 때만 하더라도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찬사 받았지만 이제는 인류의 재앙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환경이 경제발전못지 않게 중요한 화두가 되면서 플라스틱에 대한 관점도 달라진 것인데요. 편리한 것보다 지켜야 할 것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탈 플라스틱’, ‘레스 플라스틱’을 실천하기 위한 움직임도 늘어났습니다. 플라스틱을 다른 물질로 대체하거나 이미 생산된 플라스틱을 순환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노력들입니다.

플라스틱 한바퀴는 ‘플라스틱도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플라스틱의 지속가능성은 남용되는 플라스틱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와 재활용 가능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버린 플라스틱에 대해서 이해하는 시간을 통해서 플라스틱이 나아가야 할 선순환 구조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PVC는 오랫동안 유해성 논란이 이어져온 소재다. PVC의 유해성을 고려해 다른 소재로 대체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있지만 여전히 생활용품부터 건설산업까지 생활 속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도대체 PVC는 왜 이렇게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어떠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일까.(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PVC는 오랫동안 유해성 논란이 이어져온 소재다. PVC의 유해성을 고려해 다른 소재로 대체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있지만 여전히 생활용품부터 건설산업까지 생활 속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도대체 PVC는 왜 이렇게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어떠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일까.(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PVC(Poly Vinyl Chloride)는 오랫동안 유해성 논란이 이어져온 소재다. 국내에서도 PVC 장난감, PVC 놀이매트 등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와 같은 유해성분이 검출돼 이슈가 되곤 했다. PVC의 유해성을 고려해 다른 소재로 대체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있지만 여전히 생활용품부터 건설까지 생활 속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도대체 PVC는 왜 이렇게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어떠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일까.

PVC의 유해성은 지난 5월 비건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 인터뷰에서도 거론됐다. 낫아워스는 동물성 원료뿐 아니라 PVC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는 브랜드였다. 박진영·신하나 낫아워스 대표는 당시 인터뷰에서 환경운동가 애니 래너드의 말을 인용하며 “생산부터 이용, 폐기까지 독성물질을 내뿜는 PVC는 플라스틱 중에서도 최악이라고 일컬어지며 재활용해서도 안 되고 아예 사라져야 할 물건”이라고 말했다. “편리성에 비해 문제점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소재”라고도 덧붙였다. 

◇ 염소 원료와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성분이 문제

PVC는 염화비닐을 주성분으로 하는 범용 플라스틱이다. 다른 말로는 폴리염화비닐 또는 염화비닐수지라고도 부른다. PVC는 필름이나 성형품으로 일상에서 다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건설산업으로 알려진다. PVC 파이프 비중이 가장 크고 전선, 바닥재, 시트, 벽지 등으로 활용된다. 패션업계에서는 동물가죽 대신 사용하는 인조가죽 소재로 가방, 신발, 우비 등의 형태로 활용된다. 합성피혁이라고 부르는 제품의 상당수에 PVC 소재가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 어린이 장난감과 학용품에서도 PVC 소재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제품이 아닌 포장재나 비닐랩 형태로도 활용된다. 이렇게 다양한 산업군에서 PVC를 찾는 것은 가격이 저렴하고 성형이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은 PVC의 환경적 위험성과도 연결된다.

먼저 PVC의 원료에 대해서 알아보자. PVC 원료는 염소가 절반을 차지하는데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나온 소금을 원료료 한다. 석유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바닷물을 사용한다고 하면 친환경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용 후 과정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염소 사용으로 인해 PVC 제품 사용 후 소각 시 염화수소 가스라는 유독성 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다. 염화수소 가스가 물에 녹으면 염산이 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 독성을 짐작할 수 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염화수소 가스는 부식성이 강해 다른 플라스틱 재질에 PVC가 섞여 열회수가 되면 플라스틱 재활용 연료를 사용하는 시설의 기계를 망가뜨린다. 염화수소 가스 발생 시 성형제품에 기포가 발생해 물질재활용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PVC끼리 모아서 재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즉, PVC 소재의 제품은 다른 플라스틱의 재활용까지 방해하기 때문에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특히 최근 급증한 배달음식에 사용하는 업소용 비닐랩의 경우 대부분 PVC 소재이므로 바로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원료 자체의 문제 외에도 PVC를 다양한 형태로 성형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소제와 첨가제도 문제로 지적된다. PVC 자체는 딱딱한 성질의 소재인데 여기에 유연성과 탄성을 더하기 위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비롯해 카드뮴, 납 등 유해 중금속을 안정제로 사용한다. 전문가들은 PVC 원료보다 이를 제품화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첨가제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PVC에는 주로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디이소노닐프탈레이트(DINP) 등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사용된다. 프탈산계 가소제는 그린피스에서 간, 신장장애, 생식기형은 물론 내분비계 장애 물질이라고 경고한 성분이다. 실제 동물실험 결과 장시간 노출 시 간이나 신장, 심장, 허파 등에 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있어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되고 있다. 

PVC 소재는 장난감 단골 소재이기도 한데 PVC로 만들어진 장난감 제품에는 ‘입에 넣으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용출될 수 있으니 입에 넣지 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PVC 소재 장난감과 어린이 용품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재가 다량 검출되며 유해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겨울 다이소에서 판매되던 물빠짐 아기욕조에 사용된 회색 플라스틱 마개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의 일종인 DINP가 기준치의 60배가 넘게 검출되면서 큰 문제가 되었다. 

◇ 친환경적 재질의 소재로 대체해나가야

PVC의 문제를 지적하는 쪽에서는 가소제와 첨가제로 인한 위해성 외에 제조과정과 폐기과정에 숨어있는 환경적인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애니 레너드는 저서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에서 PVC 생산, 사용, 폐기 단계에서의 문제점을 각각 지적했다. 

그가 책을 통해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먼저 PVC 생산과정에서는 프탈레이트 등 가소제를 비롯해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을 안정화로 첨가하고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다이옥신 등 독성 폐기물이 나온다. 납은 신경발달 독성물질, 카드뮴은 발암성 물질, 프탈레이트는 생식독성과 발달독성에 영향을 끼치는 물질로 노동자와 공장 인근 지역에 특히 유해하다고 한다. 

사용과정에서는 이러한 화학첨가물이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고 한다. PVC 소재의 제품에서 냄새가 나고 제품이 있는 공간에서 납 먼지가 발견되는 이유라는 것. 마지막 폐기과정에서는 소각하면 다이옥신과 산성가스가, 매립하면 유해물질이 방출된다고 한다. 즉, 생산부터 사용하고 폐기하는 전 라이프 사이클에서 유해화학물질이 발생한다는 얘기가 된다. 

애니 레너드는 “PVC 재활용은 기술적으로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타당성이 없으며 공기 중에 다양한 독성물질을 방출하기 때문에 오염을 일으킨다”며 “유해한 물질을 재활용하면 유해성을 영속화시키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가 주장하는 내용을 요약하면 PVC는 재활용이 아닌 어떻게 사용을 줄일지를 강구해야 하며 유리, 면, 금속, 종이, 목재 등 덜 해로운 플라스틱으로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은 PVC 폐기 과정에서의 환경적 유해성에 공감하면서 국내 사정상 재활용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김 국장은 “재활용을 하려면 PVC만 모아야 하는데 양이 적어서 재활용하기에 충분치 않다”며 “게다가 국내 재활용 업체가 영세한 곳이 많아 PVC를 재활용하면서 나오는 유독성 물질을 처리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국장은 “PVC를 대체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지만 이때도 플라스틱 자체를 사용하지 않고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재질로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은 사용만 하고 버리는 게 아닌 재활용하거나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안까지 함께 만드는 등 최대한 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부언하며 기업의 책임을 강조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도 “기업이 PVC를 사용해 돈을 버는 만큼 소재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한다”며 “제품 생산에 대한 것뿐 아니라 노동자와 소비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 나아가 친환경적인 소재 개발 연구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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