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개 조선업체 비롯해 산‧연‧관이 협업하는 조선 탄소중립위원회
주요과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사용과 친환경 연료 및 선박
친환경추진선박 등 미래 조선업까지 논의한다

기업 경영 방침이나 목표가 이윤 창출에만 집중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매출을 위해서라면 환경·사회 문제를 등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절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됐습니다. 기업들은 이익에만 몰두하던 기억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하고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활동으로 경영 목표를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점은 최근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되고 있는 ‘ESG 경영’입니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nance)를 강조하는 ESG 경영은 세 가지 항목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지속가능한 경영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ESG가 국제사회에서 강조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ESG 혁신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기업 내 ESG 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업 내부 계열사 간의 혁신은 물론 관련 기업이나 경쟁사간의 협업까지 도모하며 ESG 경영을 시도합니다.

ESG 경영 혁신을 위해 치열한 경쟁보다 따듯한 협력을 선택한 기업을 소개합니다. ESG를 위해 힘을 모으는 기업들은 누구고 그들이 어떤 시너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소개합니다. 열 한번째 순서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동참과 조선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6개 조선 기업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해양플랜트협회 등이 뭉쳐 신재생에너지 도입, 친환경 연료 및 친환경 선박 확대 등을 논의하고 있는 '조선 탄소중립위원회'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 4월 8일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알씨씨 등 6개 주요 조선업체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해양플랜트협회 등 산‧연‧관 대표가 모여 출범한 조선 탄소중립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4월 8일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알씨씨 등 6개 주요 조선업체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해양플랜트협회 등 산‧연‧관 대표가 모여 출범한 조선 탄소중립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임호동 기자] 13년 만에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조선업이 탄소중립 논의를 시작했다. 이들 업계는 지난 4월 6개 국내 대표 조선기업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해양플랜트협회 등 산‧연‧관 대표들이 모여 '조선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회는 지속적인 회의를 통해 조선업 탄소중립을 위한 주요 과제를 도출하고, 실행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는 공정과정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친환경 연료 및 친환경 선박의 확대를 통해 탄소 감축에 나설 방침이다. 

◇ 친환경 연료 추진선 수주 증가...탄소중립 흐름 잇는다 

지난 7월 1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가 2021년 상반기 전세계 발주량 2452만CGT 중 1088만CGT(267.1억불)을 수주해 13년 만에 상반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4%,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83%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성과는 대형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원유운반선(탱커선) 등 현재 국내 조선업계가 선도하고 있는 고부가가치선박 수주실적이 큰 기여를 한 결과로, 전세계 고부가가치선박 발주량 1189CGT 중 723만CGT(61%)를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이와 함께 LNG, LPG, 에탄, 메탄올, 바이오퓨엘을 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연료 추진선 수주도 크게 증가했다. 친환경 연료 추진선은 전년동기(53만CGT) 대비 806% 증가한 480만CGT로 전세계 발주량(685만CGT)의 70.1%를 수주 비율을 기록했다. 친환경 연료 추진선의 수주 비율은 최근 3년간 매년 상승하며 친환경선박 시장에서 경쟁우위 추세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는 이러한 호황을 이어가고 정부의 2050 탄소중립에 동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4월 8일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알씨씨 등 6개 주요 조선업체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 조선업계 산‧연‧관 대표 11명은 ‘조선 탄소중립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4월 11일 출범식과 1차 회의를 진행한 조선 탄소중립위원회. 이날 위원회는 주요과제를 선정했으며, 참여 기업은 ‘2050 탄소중립 도전 공동선언문'을 통해 탄소중립에 대한 동참의지를 표명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4월 11일 출범식과 1차 회의를 진행한 조선 탄소중립위원회. 이날 위원회는 주요과제를 선정했으며, 참여 기업은 ‘2050 탄소중립 도전 공동선언문'을 통해 탄소중립에 대한 동참의지를 표명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선박 등 과제 발굴 나서

지난 4월 출범식과 1차 위원회를 진행한 위원회는 조선업계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 탄소중립 도전을 위한 주요과제, 향후 탄소중립 실행 방안 등을 논의했다.

위원회업종은 2017년 기준 연간 약 208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60%가 공정 중 사용되는 전력 등을 통한 간접배출이며, 시운전 등에서 사용되는 액체연료를 통한 배출이 24%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조선 업계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사용, 선박 추진연료 전환 및 친환경 선박 확대, 조선공정 특화 에너지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등을 주요과제로 선정했다. 공정 중에 일어나는 간접배출을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효율화를 도모하는 한편, 선박 추진연료를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거나 친환경 선박을 확대해 연료 소비를 통한 배출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요 과제 설정과 함께 조선업계는 조선탄소중립위원회를 통해 탄소중립 실행을 위한 공동과제를 지속 발굴하고, 상호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조선업계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R&D 지원, 신재생에너지 전력의 합리적 공급,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을 건의의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강경성 산업정책실장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세계 일류,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현재 준비 중인 친환경선박 기술개발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조선산업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업계 건의사항을 최대 반영하여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집중 투자해 조선업종의 탄소중립 도전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한편 이날 조선업계 대표기업 6개사는 ‘2050 탄소중립 도전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탄소중립에 대한 동참 의지를 공식 표명했다. 이번 공동선언문을 통해 참가기업들은 향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업계의 노력과 공감대를 조선업계는 물론 수요기업‧협력사 등으로 확산시켜 나가기로 약속했다.

 
조선산업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연구개발(R&D) 4대 전략별 세부과제(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조선산업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연구개발(R&D) 4대 전략별 세부과제(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정부와 업계의 협력·논의 이어가는 위원회

위원회는 지난 7월 1일 제2차 위원회를 가지고, 조선업계의 탄소중립 실현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차 위원회에서는 조선업계가 추진해야 할 ’핵심기술개발 전략‘ 등의 이행방안에 대해 주제발표와 자유토론을 통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조선업의 온실가스 배출 특성과 대응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맡은 기후변화 대응 컨설팅 전문업체인 (주)알씨씨의 지태헌 본부장은 조선 분야의 공정과정에 재생에너지를 도입하고, 친환경 연료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 본부장은 “조선산업 탄소중립 실현방안으로는 단기적으로는 설비교체 및 효율개선을 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공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대체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시했으며, “시운전시 발생하는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서는 LNG, 혼합연료, 암모니아, 수소 등 저탄소‧무탄소 연료로 전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조선산업 탄소중립 및 친환경선박 핵심기술개발 추진 전략‘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류민철 조선해양 PD는 조선산업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주요 기술들을 소개하고, 친환경선박의 기술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류 PD는 “현재 ‘범부처 합동 탄소중립 연구개발(R&D) 사업(3분기 예타 신청 예정)’이 기획 단계에 있으며, 조선분야도 고탄소 원료 대체, 생산공정의 탄소 저감, 다배출설비 전환, 재사용‧재생이용‧재자원화 등 산업분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연구개발(R&D) 4대 전략별 세부과제를 발굴 중”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류 PD는 “조선업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생상공정에서의 탄소저감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며, 세부적으로 ‘인공지능 기반 공정관리 시스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스마트 조선소 탄소배출 모니터링 시스템’ 등의 기술개발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류 PD는 “시운전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친환경 선박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저탄소‧무탄소 선박 기술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최근 ‘친환경선박 전주기 혁신기술 개발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으며, 동 사업을 통해 선박배출 온실가스 70% 저감 핵심기술개발이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29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의 '친환경선박 전주기 혁신기술 개발 사업’은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 등에 따른 조선·해운산업의 친환경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사업이다. 정부는 2022년부터 2031년까지 수소·암모니아 등 친환경연료를 활용하는 저탄소·무탄소 선박, 전기·하이브리드 선박 등 차세대 추진시스템을 갖춘 미래 고부가가치 선박 등의 '친환경추진선박'에 254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정부는 친환경 선박의 추진시스템개발과 실증과정 및 법제도, 표준화 과정을 연계하는 과정을 통해 미래 친환경선박 기술 선점 및 글로벌 신시장에서의 초격차를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면서 조선업계의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이병철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부회장은 “조선업계가 ESG 경영 차원에서도 친환경선박 기술개발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최근 조선시황이 개선되고는 있으나 업계에서 실제로 시황개선을 체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소요되므로 조선업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정부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부 박재영 제조산업정책관은 “우리 조선업계가 세계 1위 수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쟁국들과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선산업 생태계 전반의 친환경화를 통한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도 친환경선박 전주기 혁신기술 개발 사업, 범부처 합동 탄소중립 연구개발(R&D) 사업 기획 등 기술개발 외에도 ‘탄소중립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업계를 돕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향후 조선업계와 학계‧연구계 및 산업부는 주기적으로 위원회를 개최해 탄소중립 실현방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발굴‧수립해나갈 예정이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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