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제로 위해 이종기업간 다자간 협력 모델 탄생
생산·소비 단계에서 버려지는 자원 적극 재활용
플라스틱 대체할 소재 개발 위한 협력 다양화

우리 사회에 깊게 박혀있는 플라스틱 문제는 기업 하나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유통업계는 동종 또는 이종 업계간 협업을 통해 탈플라스틱을 위한 강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 사회에 깊게 박혀있는 플라스틱 문제는 기업 하나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유통업계는 동종 또는 이종 업계간 협업을 통해 탈플라스틱을 위한 강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우리 사회에 깊게 박혀있는 플라스틱 문제는 기업 하나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유통업계는 동종 또는 이종 업계간 협업을 통해 탈플라스틱을 위한 강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쓰레기를 회수하고 이를 재활용하고 신소재를 개발할 주체를 정해 순환경제를 만드는 책임을 각각 나눠 갖자는 것이다. 

국내 대표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에서 강조한 것처럼 코로나19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 플라스틱 이슈는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공동의 사회 문제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탄소 저감을 위해 각 기업은 어떠한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고 있을까. 

◇ 탄소 제로 위해 이종기업간 다자간 협력 모델 탄생

코로나19로 일상 속에서 불가피하게 사용되는 일회용품이 늘었다. 몇몇 기업은 플라스틱을 줄일 수 없다면 이를 의미 있게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다. 

락앤락, CJ대한통운,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7월 이와 관련한 민간 협의체를 구성했다. 일명 ‘탄소ZERO 협의체’다. 플라스틱 자원 선순환을 위해 생활용품, 물류, 카페 등 이종기업이 협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 기업은 자원과 역량을 한데 모아 탄소 저감 효과를 창출하는 다자간 협력 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은 생활 속에서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을 유용하게 업사이클링하고 지속가능한 자원 순환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데 각 기업이 뜻을 함께하면서 추진됐다고 알려진다. 3사는 폐플라스틱 재사용, 재활용에 대한 기회 발굴, 폐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아이템 개발 및 제작을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락앤락은 생활용품 제조 공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양질의 플라스틱을 수거, 물류 현장 및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친화적 아이템을 개발하고 제작할 계획이다. 해당 용품은 락앤락 자체 채널에서도 운용하며 판매 수익금은 친환경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투자하거나 산불 피해 지역 복구 등 환경을 위한 각종 활동에 활용할 예정이다.

투썸플레이스는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수거 및 매장 연계 탄소 저감 캠페인을 추진한다. 8월부터 11월까지 매장에서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을 수거, 실생활에 유용한 업사이클링 아이템을 제작한다. 

투썸플레이스 매장에서 고객이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세척 및 건조해 수거 박스에 담아 배출하면 매장 배송을 담당하는 CJ대한통운 배송 기사가 매장 물류 배송 차량으로 회수한다. CJ대한통운은 약 4개월간 10톤가량의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사이클링한 제품은 CJ대한통운 물류 현장에 도입할 예정이다. 

한편 CJ대한통운은 지난 5월 락앤락과 자투리 플라스틱을 활용해 물류 현장에 재생 파렛트를 제공한 바 있다. 락앤락은 당시 공장에서 쓰고 남은 양질의 플라스틱 10톤을 제공하고 CJ대한통운은 이를 탄소ZERO 파렛트 300개로 업사이클링했다. 이를 통해 절감한 이산화탄소는 2만160kg으로 추산됐다. 

3사는 매장과 물류 등 밸류 체인이 다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시너지도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민숙 락앤락 HR센터 상무는 “협약을 통해 각 사가 환경 문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며 ESG 경영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소비자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된 플라스틱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탄소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선순환 활동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생산·소비 단계에서 버려지는 자원 적극 재활용 

생산이나 소비 단계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기업간 손을 잡는 사례도 많아졌다. 

SPC팩은 지난 7월 SK종합화학과 함께 일반적으로 포장재 생산 단계에서 버려지는 잔여 합성수지를 활용해 친환경 포장재를 제작하고 이를 깨끗한나라에 공급해 화장지나 미용티슈 등 외포장재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 동안 가공 후 남는 합성수지는 품질 저하 문제로 재가공이 어려워 다시 활용할 수 없었다. SPC팩과 SK종합화학은 잔여 합성수지인 PIR(Post Industrial Recycled)을 이용한 필름을 공동 개발함으로써 자원순환 및 탄소 저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창대 SPC팩 대표는 “생산과정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적극 재활용하는 것은 환경보호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과 GS칼텍스는 플라스틱 공병의 체계적 재활용을 위해 올해 초 매년 플라스틱 공병 100톤을 물질 재활용하고 이를 아모레퍼시픽 제품과 집기 등에 적용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03년 이니스프리 공병 수거 캠페인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총 2200톤의 화장품 공병을 수거, 해당 공병을 리사이클링하거나 예술 작품으로 업사이클링해왔다. 

GS칼텍스와는 수거한 화장품 공병의 63%를 차지하는 플라스틱 재활용과 친환경 원료 적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에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 업사이클링하는 방식에 힘을 모을 예정이다. 방식은 GS칼텍스의 복합수지를 아모레퍼시픽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을 사용해 새롭게 생산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 플라스틱 대체할 소재 개발 위한 협력 다양화

기업들이 플라스틱 소재 대안으로 재활용과 생분해성이 우수한 종이 소재 및 화이트바이오 산업에 주목하면서 관련 협력도 다양화되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매장 내 플라스틱 제품을 친환경 제지로 대체하기 위해 한솔제지와 손잡았다. 양사는 업무협약을 통해 한솔제지가 PE 코팅을 하지 않은 ‘테라바스’ 친환경 종이컵을 이디야커피 직영매장 테이크아웃용 컵에 도입해 활용하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 HDC현대EP와 손잡고 화이트바이오 사업 다각화 나섰다. 올해 안에 바이오 컴파운딩 합작회사 설립을 완료하고 기존 석유화학 원료를 바이오 원료로 대체하거나 생분해 소재를 혼합해 식품 포장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인 PHA와 셀룰로오스 등을 활용, 컴파운딩 솔루션을 개발하고 바이오플라스틱을 대량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HDC현대EP는 이에 앞서 친환경 화장품 용기소재 개발을 위해 한국콜마와 손을 맞잡기도 했다. 현대EP는 친환경 바이오 소재를 개발하고 한국콜마는 이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화장품 용기소재 개발 및 상업화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양사는 MOU 체결에 앞서 이미 나무에서 유래한 셀룰로오스를 함유한 화장품 튜브 양산 및 용기 적용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셀룰로오스 함유 플라스틱은 높은 생분해성을 갖춰 친환경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으며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진다. 양사는 튜브 외에도 다양한 화장품 포장재에 셀룰로우스 플라스틱을 적용해 친환경 포장재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환경친화적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늘면서 자원 순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에게 지속가능한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만큼 친환경을 공동키워드로 한 기업간 협업은 더욱 다양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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