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처럼 보이지만 친환경이 아니다?
녹색 홍보전략을 비판적으로 보라는 목소리들
‘친환경’ 마케팅이 정말로 환경적인지 검증해야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가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마흔 두번 째는 친환경 기업과 ‘그린워싱’에 관해서입니다. 녹색으로 세탁한다는 건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편집자 주]

많은 기업이 자신들의 경영 활동이 환경적이라고 주장한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에너지 사용 줄이며 자원순환구조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다.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변화 대응에도 적극적이라고 주장한다 그 말은 모두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환경적인 행보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런 지적을 하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경향을 두고 ‘그린워싱’이라고 부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많은 기업이 자신들의 경영 활동이 환경적이라고 주장한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에너지 사용 줄이며 자원순환구조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다.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변화 대응에도 적극적이라고 주장한다 그 말은 모두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환경적인 행보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런 지적을 하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경향을 두고 ‘그린워싱’이라고 부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많은 기업이 자신들의 경영 활동이 환경적이라고 주장한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에너지 사용 줄이며 자원순환구조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다.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변화 대응에도 적극적이라고 주장한다 그 말은 모두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환경적인 행보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런 지적을 하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경향을 두고 ‘그린워싱’이라고 부른다.

기후위기가 현실화하고 쓰레기나 탄소 등 환경 관련 이슈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 역시 환경에 관한 목소리를 자주 낸다. 실제로 여러 기업들이 환경에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미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또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환경이 마케팅적으로만 활용되고 실제로는 환경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제기된 목소리를 들어보자. 카트린 하르트만이 쓴 <위장 환경주의>(에코리브르) 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이 책에는 ‘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의 실체’라는 부제목이 달려있다. 인터넷 교보문고는 이 책에 대해 “환경을 교묘하게 이용해 끊임없이 탐욕을 채우는 다국적 기업과 일부 NGO의 민낯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분석한다”고 소개했다. 본지에서도 과거 ‘e북으로 읽는 환경’ 연재를 통해 이 책을 소개한 바 있다.

◇ 친환경처럼 보이지만 친환경이 아니다?

‘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일까. 이를 뜻하는 공식적인 단어가 있다. 그 단어가 바로 앞서 언급한 ‘그린워싱’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그린워싱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가리킨다. 쉽게 말하면, 경영 활동이나 제품 생산 등에서 발생하는 환경 관련 문제는 축소시키고 재활용 실천 등 일부 과정을 부각해 친환경 활동이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일이다.

환경부 사이트 환경용어사전에서도 이 단어가 등장한다. 사전은 이에 대해 “green(녹색)과 white washing(세탁)의 합성어로 기업들이 실질적인 친환경경영과는 거리가 있지만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설명한다.

앞서 언급한 책에서는 그린워싱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책은 한 유명 식품업체 얘기를 다룬다. 책에 따르면 해당 기업은 매년 약 8천톤의 빈 알루미늄 캡슐 쓰레기를 배출한다. 알루미늄을 채굴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와 브라질, 기니, 인도네시아에서 열대림이 사라진다고도 주장한다. 책은 1톤의 알루미늄을 생산하려면 2인 가구가 5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필요하다면서 그 과정에서 8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지적한다.

해당 기업은 알루미늄 캡슐을 수거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가 사용하고 남은 것을 모으면 회사가 수거하고 재활용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저자는 “쓰레기통이 아닌 재활용 통에 들어가는 캡슐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모르고, 재활용 알루미늄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역시 아무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 녹색 홍보전략을 비판적으로 보라는 목소리들

저자는 책을 통해 구글에서 독일어로 ‘지속 가능’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1600만개가 나오고 영어로 검색하면 3억건의 글이 검색된다고 말한다. 그는 수많은 언론 보도나 대기업이나 NGO의 글들을 예로 들면서 “마치 환경을 보호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며 이런 태도가 그린 워싱”이라고 지적한다.

책에는 이 밖에도 여러 사례가 등장한다. 책에 따르면, 석유 생산 대기업이 자신들을 풍력발전소로 광고하거나, 여러 나라의 샘물을 퍼 쓰는 음료 기업이 지하수 보호 활동을 외부에 알리기도 한다. 유전자를 조작한 씨앗과 독성 있는 살충제를 사용하는데 기아와 싸우는데 기여한다고 홍보하는 기업 사례도 등장한다.

그린워싱이라는 단어가 해당 책에 처음 등장하는 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이 단어는 지난 2007년 12월 마케팅 회사 Terra Choice가 ‘그린워싱이 저지르는 여섯 가지 죄악들’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주목 받았다.

시사상식사전은 그린워싱을 설명하면서 “제지업체의 경우 벌목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파괴는 공개하지 않고, 재생지 활용 등 특정 부문에만 초점을 맞춰 친환경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사례 등을 들 수 있다”는 사례를 들었다. 아울러 “그린워싱과 비슷한 의미로 친환경 관련 기업들의 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지는 '그린 버블(녹색 거품)'이라는 말도 있다”라고 소개한다

◇ ‘친환경’ 마케팅이 정말로 환경적인지 검증해야

실제로 국내 기업들의 환경 관련 홍보 활동을 두고도 ‘그린워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 7월 국내 한 대기업이 ‘2050년까지 기업의 사용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이를 두고 ‘그린워싱으로 생각되어 아쉽다’고 평가했다.

당시 그린피스는 최은서 캠페이너 명의로 후원자 등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기후위기로 인한 극심한 폭염 등 이상기후로 전 세계 시민의 일상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2050년이라는 목표 연도는 “마감 기한에 맞춘” 게으른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그린피스는 해당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을 통해 많은 탄소배출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적극적인 탈 선언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기후위기를 막기에는 부족한, 겉만 번지르르한 그린워싱으로 생각되어 많이 아쉬웠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그린워싱에 대비되는 개념을 환경 관련 홍보활동에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사단법인 소비자기후행동은 앞서 지난 6월 ‘그린워킹’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플로깅(달리면서 진행하는 환경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소비자기후행동 이차경 상임이사는 “그린워킹(green working)이란 단순 친환경 요소를 포장해 마케팅에 이용하는 ‘그린워싱’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필환경 시대에 소비자, 기업, 정부가 갖춰야 할 진정성 있는 기후행동 실천 자세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친환경 행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업의 환경 행보가 정말로 환경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시선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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