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공청회 3차례...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명시 여부 미정
“탄소배출 목표치 정하려면 각계 의견 반영, 국민도 합의해야”

기후위기를 법제화하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후위기를 법으로 제정해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 등의 역량을 강화하고, 파리협약 당사국으로서 의무 수행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위기를 법제화하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후위기를 법으로 제정해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 등의 역량을 강화하고, 파리협약 당사국으로서 의무 수행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기후위기를 법제화하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후위기를 법으로 제정해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 등의 역량을 강화하고, 파리협약 당사국으로서 의무 수행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0일 ‘기후위기 대응법안 마련을 위한 입법공청회’를 열고, 정부가 선언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후위기대응 추진체계정비, 국제협약 당사국으로서 의무수행을 규정한 법률안 제정과 관련해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들었다. 

다만 이날 열린 공청회에서도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법에 명시하는 문제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지 않은 채 회의가 끝났다. 이미 지난 2월과 4월에 2차례에 걸쳐 공청회와 간담회를 개최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NDC의 법 명시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아 법안 마련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 기후위기대응법안엔 어떤 내용 담겨있나?

이번 공청회와 관련해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안호영 의원은 기후위기대응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안 의원이 발의한 기후위기대응법안은 온실가스 부문별·단계별 감축목표 설정·이행 등을 포함한 기후위기대응 추진체계를 정비하고,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 등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대기환경보전법 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에 통합적인 고려가 불충분하고 법률적 기반에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발의된 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안 제1조에는 205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을 0으로 목표하는 탄소중립을 이행함으로써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안 제3조를 보면,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대응은 모든 영역을 포괄하고, 국제협약 등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한다. 안 제7조에서는 취약계층·부문·지역을 우선 고려하는 등의 기본원칙을 규정하고,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주요 정책을 심의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기후위기대응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내용도 있다.

안 제9조부터 제11조, 제15조에서는 환경부장관이 20년을 이행기간으로 하는 기후위기대응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기본계획에 따라 시·도 및 시·군·구의 세부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 세부계획의 수립·시행을 위해 지역 기후행동센터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 

안 제17조부터 제20조에는 정부는 이를 위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부문별 감축목표 및 5년 단위 부문별 탄소예산을 설정하고, 환경부장관은 그 이행현황을 매년 점검하며 공공부문 온실가스 및 온실가스 다배출업체의 목표를 관리하도록 한다. 

안 제26조부터 제28조까지 및 제30조를 살펴보면, 기후변화를 관측·예측하여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취약성·위험을 조사·평가하고, 환경부장관은 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수립한다. 그 적응대책의 수립·시행을 위해 국가 기후위기 적응센터를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안 제31조 및 제30조에서는 환경부장관은 기후위기 국제협력을 위해 기본계획을 수립ㆍ시행하고 종합정보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등이 있다. 

현재 이 법안과 함께 총 8건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각 법률안은 2050년 탄소중립,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본계획의 수립·시행, 이행현황 점검을 포함한 기후위기 대응 체제를 정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법은 △기후위기대응 기본법안(유의동의원 대표발의) △탈탄소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정책 특별법안(심상정의원 대표발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안(이소영의원 대표발의)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녹색전환을 위한 기본법안(강은미의원 대표발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안(임이자의원 대표발의)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 이행에 관한 기본법안(이수진의원 대표발의) △정의로운전환기금설치에 관한 법률안(장혜영의원 대표발의) 등이다. 

◇ 끝나지 않은 탄소배출 감축량 논의

한편, 공청회에서는 기후위기대응법안에 탄소배출 감축량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4월 세계기후정상회의에서는 미국과 영국·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이 목표치를 제시했다. 한국은 아직까지 목표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영경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한국은 올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영환 숙명여대 교수(기후환경에너지학)는 “대외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고, 대내적으로는 탄소중립과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의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햇다. 

다만, 전문가들은 탄소배출 목표치를 정할 경우 산업계와 노동계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짚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28.4%로, 유럽연합(16.4%)이나 미국(11%)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여기서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8.4%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량을 줄이거나 국외로 공장을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일자리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사업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게 아니라 사업자와 지역에 필요한 보상을 하며 탄소중립으로 전환하고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며 “인력 전환배치와 재교육, 신규사업 투입 등 지원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승훈 교수에 따르면 독일과 덴마크는 사업자에게 보상책을 주고, 노동자와 지자체에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 법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없는 것을 지적했다. 이영경 공동집행위원장도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 피해가 예상된다”며 “수동적인 사회적 안전망 제공이 아니라 관련 노동자, 지역사회의 주도적 참여와 역량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NDC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치를 법에 적시하면 국민과 산업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기도 했다.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키면 일자리 감소, 전기요금 상승, 제품가격 상승 등의 사회적 비용 상승이 예상되는데, 이 사회적 비용을 명확히 밝히고 국민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경 집행위원장은 “독일 연방기후보호법을 보면 2050년 목표만 기술하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라며 “기후위기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데 국회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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