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단계부터 재활용 고려한 제품 생산해야
버려지는 양 많으면...재활용률 높이는 인프라 필요

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열 일곱번째 시리즈는 일회용컵입니다. 우리나라는 연간 플라스틱컵을 33억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게로 따지면 약 4만 6천여 톤에 달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내년 도입될 예정이고 자발적으로 사용을 줄이려는 음직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회용컵을 둘러싼 환경 관련 이슈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이건 정말 쓰레기다. 아니, 쓰레기만도 못하다. (이한 기자 2021.4.27)/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나라는 1년에 플라스틱컵 33억개, 일회용 종이컵 230억개를 사용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컵 연간 사용량만 8톤 트럭 기준 5,800여대 규모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컵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면,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건물 1층 에어컨 실외기 옆에 함부로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우리나라는 1년에 일회용 플라스틱컵 33억개, 일회용 종이컵 230억개를 사용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컵 연간 사용량만 8톤 트럭 기준 5,800여대 규모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컵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면,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최근 기자가 참관했던 자원순환 관련 토론회에서 ‘(쓰레기 문제는) 플라스틱 소재 자체보다는 일회용 습관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품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느냐도 중요하지만 빨리 버려지는 경향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리 있는 얘기다. 하지만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만드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뭐가 더 문제인지 따지자는 의미가 아니라 두 가지 문제를 같이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회용컵은 많이 사용하고 그 만큼 많이 (그리고 또 빨리) 버려져서 문제다. 1년에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33억개 이상, 일회용 종이컵을 230억개 이상 사용하고 또 버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의 규모가 크다.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과 재활용이 잘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 제조 단계부터 재활용 고려한 제품 생산해야

플라스틱은 따로 모아 배출하면 재활용이 된다. 그러면 카페에서 차가운 음료를 마실 때 주로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어떨까.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3월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일회용컵의 재활용률은 5% 미만이다. 어떤 까닭일까.

이들이 지적한 문제는 컵에 새겨진 로고다. 환경운동연합은 “페트 재활용품은 투명이 아니면 상품 가치가 확 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회용컵의 경우 유색의 로고와 스티커 때문에 재활용되지 못하고 그냥 버려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환경운동연합이 한국순환자원 유통지원센터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프랜차이즈(커피, 음료, 제과제빵 등)에 사용하는 일회용컵의 수는 한 해 약 16억 4000만개에 이른다. 카페 등에서 사용하는 컵의 상당수가 로고나 스티커 등을 사용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많은 양의 일회용컵이 일반 쓰레기로 버려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18년 5월 커피전문점 및 페스트푸드점과 ‘1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진행했다. 협약에 따라 일회용컵을 PET 재질로 통일하고 색깔 있는 로고를 흰색으로 바꾸며 로고 크기도 최소화하기로 약속했다. 당시 약 20여개의 업체가 참여했으나 국내에서 영업 중인 모든 브랜드가 다 참여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플라스틱컵에 비닐 뚜껑을 사용하거나 옆면에 컬러 인쇄가 포함된 사례들이 여전히 관찰된다.

PET 재질로 통일했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니다. 국가환경교육통합사이트 초록지팡이 블로그에 관련 내용이 잘 설명돼있다. 지난 6월 18일 해당 블로그에 게재된 ‘카페 일회용컵은 재활용이 안 된다고?’ 제목의 게시물에 따르면, 플라스틱 컵의 원료인 PET는 투명하지 않으면 재활용이 힘들다. 불순물이 섞여 있어 섬유 원료에 적합하지 않고, 유색PET는 무색PET와 성질이 달라 무색PET 품질까지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 버려지는 양 많으면...재활용률 높이는 인프라 필요

플라스틱이 아니면 괜찮을까? 일회용 종이컵도 재활용이 쉽지 않다. 종이컵은 일반 종이와 섞이면 안 된다. 안쪽에 PE(폴리에틸렌) 코팅이 되어 있어서다. 환경부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에 따르면 종이컵은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한번 헹군 다음 압착해 봉투에 넣거나 한데 묶어서 버려야 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19년 2월 논평을 통해 “1회용 종이컵의 사용은 230억개에 육박하지만 내부에 음식물이 새는 것을 방지하고자 폴리에틸렌으로 코팅을 하여 재활용률이 낮고 대부분 폐기되어 소각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종이를 재활용 하려면 셀룰로스 섬유를 풀어 결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물에 풀어야 하는데 코팅된 종이는 일반 종이에 비해 이 시간이 길다. 과정이 하나 더 있어서다. 그래서 환경부는 종이컵을 일반 종이와 따로 모아서 배출하라고 안내한다. 하지만 종이컵만 따로 모으는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곳도 많다. 종이컵 수거함 등을 마련한 곳도 있지만, 다른 재활용품과 섞여 배출되는 곳도 있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종이 역시 플라스틱처럼 전문적으로 선별하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3월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코팅된 종이용기를 (소비자 등이) 한꺼번에 배출하면 그걸 특성에 따라 살균팩, 멸균팩, 그리고 종이컵류 등으로 선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줄여야 산다 3편에서는 일회용컵을 줄이기 위해 현재 시행 중이거나 앞으로 시행될 예정인 정책들을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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